불안하고 무섭다

인간은 초당 18~24개의 이미지를 보고 사실을 판단한다. 반면에 달팽이는 불과 4개의 이미지만으로 세상을 판단한다. 인간과 달팽이의 움벨트(Umwelt) , 자기 중심적 세계는 그래서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생각도, 패턴도, 환경도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빨주노초파남보의 일곱 색깔이 있다. 그런데 사실은 그 아래로는 자외선이라는 것이 있고, 위로는 적외선이라는 것이 또 있다. 벌(bee)은 바로 그 자외선으로 인간이 볼 수 없는 세상을 본다.

독수리는 높은 하늘에서도 땅위의 작은 토끼를 알아차리고 잽싸게 나꿔 채 간다. 인간보다 8배나 멀리 볼 수 있는 천리안을 가졌기 때문이다.

인간, 달팽이, 벌, 독수리… 이들 모두는 같은 시대에 같은 세상에서 살지만 자기만의 움벨트(Umwelt)에서 제각각 다른 생각으로 시간을 흘려 보낸다.다. 가시거리가 50cm밖에 안 되는 파리나, 초음파로 160km나 떨어져 있어도 대화가 가능한 돌고래 역시 보고 겪고 듣는 것은 다를지라도 같은 시대, 같은 세상에 산다. 그래도 말 못하는 생물과 인간은 조화롭게 잘 산다.

그런데 말이 통하는 인간끼리 사는 세상은 오히려 파괴적이다. 요즘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용케도 잘 맞춰 산다. 크게는 한일간 경제전쟁에서부터 작게는 청년 혹은 노인들의 자기 몫 챙기기까지, 서로 이격된 거리에서 다르게 보고 살아간다. 한일간 리더들이 서로 양보하면 될 일이고, 노인들이 자녀를 생각하고, 청년이 부모를 생각한다면 대치되는 생각에서 조금 양보할 수도 있을텐데…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그가 가진 신념으로 그만의 ‘움벨트’를 설계해 살고 있고, ‘한강 몸통시신 사건’의 장대호도 그가 가진 신념으로 살인을 정당화해 세상을 놀라게 한다. 끼어들었다고 폭행하는 운전자도, 함부로 끼어들어 다른 운전자를 놀라게 한 사람도 제각기 자신만의 움벨트(Umwelt)에서 잣대를 들이대 재단한다.

그러나 생물의 움벨트처럼 서로가 이타적 관계를 형성하는 주변환경이 아니라, 인간끼리는 독단적이고 이기적으로 상대의 움벨트를 파괴하는 행위들이 늘어나는 것으로 생각되서 어수선하고 불안하다 못해무섭다. 세상이 왜 이렇게 삭막해져 가는 것일까?

이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