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Subscription type) 비즈니스모델

1988년, 호주에서 몇 개월 머물 계획으로 시드니의 한 부동산중개소를 들렀다. 입구에는 담당 분야별 전문가 사진과 프로필이 붙어 있어서 단기 렌트 담당자와 바로 상담을 할 수 있었다. 그는 얘기 중에 흥미로운 제안을 했다. “호주의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같은 조건으로 주택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얘기를 종합하면 이렇다. 부동산중개소가 체인시스템이어서 전국의 렌트하우스를 모두 공유하기 때문에 주(週) 단위로 정해진 비용만 지불하면 된다. 부동산중개소가 집주인이 해야 할 일 예컨대 임대, 매매와 렌트비 수납, 세금정산까지 대행하기 때문에 전국 어디든 하우스를 바꿔가면서 이용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다. 참고로 호주는 주급제를 채택하고 있다.

당시 우리나라는 부동산중개소가 입지주변의 임대, 매매 등에만 제한적으로 서비스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시스템이 상당히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 방식을 이용해서 골프관광객을 위한 골프장 순환서비스 상품을 개발하면 가능성이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로부터 25년 후, 18세의 인도 청년 Ritesh Agarwal은 3개월 동안 여러 숙박업소에 직접 예약해 체험해 본 후, 숙박 예약사이트 오라벨스테이(Oravel Stays)를 창업했다. 언급한 호주의 부동산중개소의 체인시스템에다 IT를 접목해 플랫폼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오라벨스테이’는 이후 OYO Rooms로 사명을 바꾸고 글로벌 플랫폼으로 거듭났다. 이 회사는 단순히 숙박예약이나 중개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담당자가 각 호텔의 현지조사를 하고, 무료 Wi-Fi, 아침 식사, 에어컨, 침대 청결도 등 30개항을 체크한 다음 적격 판정을 받은 호텔만을 파트너로 하고 있다. 부동산 렌트에다 편의서비스를 입힌 것이다. 이러한 차별화된 서비스 덕분에 세계 80개국 800개 도시에 연결되어 있다.

언급한 사업유형을 구독형(Subscription type) 비즈니스모델이라 한다. 즉, 신문처럼 미리 정한 구독료를 내고 필요한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소비경제를 말한다.

구독비즈니스모델의 선두주자는 97년에 창업한 엔터테인먼트 OTT(Over The Top) 기업, 넷플릭스(NETFLIX)다. 우리나라 젊은 층에서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넷플릭스는 코드커팅(cord cutting), 즉 기존 케이블 TV 이용자들이 케이블 코드(cord)를 잘라내는(cutting)현상을 이끌고 있다. 180여 개국 1억 4천만 명의 정액제 구독회원을 보유한 넷플릭스는 인터넷에 연결된 스크린만 있으면 TV 시리즈, 다큐멘터리, 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엔터테인먼트를 다국어로 즐길 수 있다.

애플뉴스플러스(Apple News+)도 구독서비스에 발을 담궜다. 콘텐츠는 건강, 미용, 라이프 스타일, 스포츠, 금융, 비즈니스 등 200여 카테고리로 구분되어 있다. 300개가 넘는 잡지와 월스트리트저널, LA타임즈, 토론토 스타신문 등에 접속할 수 있다. 월 구독료는 미국($9.99)과 캐나다($12.99)가 차이가 있다. OYO Rooms가 부동산을, 넷플릭스가 영상콘텐츠 구독모델이라면 애플뉴스플러스(Apple News+)는 페이퍼콘텐츠 구독모델인 셈이다.

구독서비스모델이 디지털 영역에서만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맨해튼에서는 샐러리맨을 위한 패션서비스를 구독형 비즈니스로 모델링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앱(App)을 통해 그날 입고 싶은 패션을 선택하면 배송해 주고, 퇴근 후 다시 수거해서 크리닝해 다른 사람이 입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맨해튼에는 임대료가 비싸서 옷장을 두기 어렵다는 입지적 특성을 잘 파고든 모델이라 하겠다.

식음료 업계에서도 다양한 업종에서 구독비즈니스모델을 채용하고 있다. 맨해튼의 스타트업 ‘후치’는 월 9.99달러에 맨해튼의 수백 개 술집에서 매일 칵테일 한 잔씩 마실 수 있게 했는데 그 결과 2017년에 2백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패스트푸드 브랜드 ‘버거킹’도 월정액 5달러로 카페구독서비스(BK cafe subscription)를 시작했다.

도쿄 니시신주쿠(西新宿)에 있는 ‘커피마피아(Coffee mafia)’는 월정액 3천 엔으로 무제한 커피를 제공한다. 롯본기에 있는 프로비전(Provision)에서도 월정액(3만엔)으로 최대 세 명까지 동행해 디너와 와인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이 외에도 자동차기업 포르쉐(Porsch)가 8개 차종을 월 2,000달러에 골라 탈 수 있는 구독서비스 모델을 출시한 바 있다. 앞으로는 콘텐츠, 식음료 뿐 아니라 예술작품, 케어서비스, 에스테틱 등 다양한 업종에서 도입이 예상되고 있다. 구독경제의 세계 시장규모가 올해 59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이렇듯 구독비즈니스모델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이 비즈니스모델이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비즈니스모델은 아니다. 과거 PC통신 세대인 중장년들은 기억하겠지만 당시 하이텔과 나우누리는 이미 월정액 구독서비스를 실시한 바 있다.

천리안은 구독비즈니스모델에다 고급정보는 종량제(Pay Per Use)모델을 묶어 선보인 바 있다. 앞으로 구독비즈니스모델이 정착되면 여기에 종량제(Pay per use) 비즈니스모델을 얹는 방법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회원들이 모두 낸 돈보다 더 많이 이용하면 망하지 않을까?”라는 의구심이 들 수 있다. 그러나 ‘바이킹 이론’에서 보듯 한번 움직이면 예상치 못한 마찰이 없는 한 시계추처럼 일정한 주기로 계속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돛대를 고정해놓고 그에 연결된 배가 같은 장소를 오고가는 왕복운동을 하는 놀이기구인 바이킹처럼 진자운동이 지속된다는 뜻이다.

구독비즈니스모델이 빠르게 확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세 가지 관점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 소비자의 단순화 지향성이다. 상품을 소비하면서까지 복잡하게 계산하는 것에 실증을 느끼는 것이다. 둘째, 업계의 저가경쟁의 가속화다. 할인(sale)->최저가->종량제->구독제로 이어지는 저가경쟁 버전의 최신모델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록인(lock in)효과다. 한번 구독하면 계속 이어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어서다.

이형석
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장/경영학박사

이 글은 시사저널에 기고한 원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