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문제로 고민하시나요?

직업상담사들은 강의할 때, 직업의 종류를 써보라고 합니다. 보통은 20여개 정도 쓰거나 많이 써도 40개를 넘지 않습니다. 그러면 그 때 이렇게 말합니다. “직업의 종류는 1만개가 넘는데, 여러분은 겨우 40여개 밖에 모르잖아요? 그만큼 취업할 기회가 많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말이죠.

직업카드도 마찬가지입니다. 타일러(Tyler)가 1961년에 개발한 직업카드분류 방법은 우리나라에서도 한국고용정보원이 청소년에게 적용할 수 있는 직업카드로 개발해서 보급하고 있지요. 성인용으로도 물론 있습니다. 내가 알기로는 200가지의 직업카드를 만들어 정향(定向)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원초적 질문을 한번 해 보겠습니다. 직업이란 무엇일까요? 사전에 보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하여 종사하는 일’로 나와 있습니다.

직업의 정의

그런데 직업을 한 단어로 특정 짓는 것이 타당할까요? 여기서 잠깐 직업(job)의 직(職)과 일(work)의 업(業)에 대해 먼저 생각해 보지요. 앞서 설명했듯이 직업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하여 종사하는 일』이라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반면에 업(業)은 『무엇을 이루거나 적절한 대가를 받기 위하여 어떤 장소에서 일정한 시간 동안 몸을 움직이거나 머리를 쓰는 활동』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내가 보기로는 표현만 다를 뿐이지 같은 맥락인 듯 보입니다. 다만 눈에 띄는 차이점은 직업설명에서는 ‘생계유지를 위하여’가 들어있다는 점 뿐인 것 같군요. 그렇다면 또 궁금해집니다. 직업을 갖는 것은 생계유지를 위한 것이고 일을 하는 것은 생계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일까요?

근본적으로 직업이든 일이든 생산성이 요구되는 작업이기 때문에 단지 생계문제가 아니라 그 생산성만큼의 대가를 받는 건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여기서도 두 가지 의문이 다시 생깁니다. 첫째는 대가를 누가 주느냐는 것이고, 둘째는 그 대가가 꼭 돈이어야 하느냐는 것입니다.

첫 번째 문제에서 대가를 누가 주느냐에 따라 직업이 되기도 하고, 일로 정의되기도 합니다. 예컨대,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이라는 직업으로 일한다면 삼성경제연구소와 계약을 하고, 일한 대가를 연구소에서 계약기간 동안 받게 되겠지요. 이렇게 되면 직업이 ‘연구원’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프리랜서 연구자로 일한다면 계약의 대상이 수시로 바뀔 수 있기 때문에 대가를 어느 한곳에서 주지 않겠지요. 프로젝트에 따라 주는 대상이 다를테니까요. 이 경우, 이 사람은 ‘연구자’가 직업이 아닌 그냥 ‘연구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요? 왜냐하면 직업의 정의에서처럼 ‘일정기간 동안 계속해서 종사하는 일’이 아니니까요.

두 번째 문제를 보지요. 대가는 꼭 돈이어야 직업인 걸까요? 나를 예로 들어 설명해 보지요. 내가 하는 일은 비즈니스모델 고도화, 심사, 강의, 멘토링, 네트워킹,교육프로그램 개발, 빅데이터 해석 등 아주 다양합니다. 이 가운데 멘토링이나 네트워킹과 같은 일부 일은 돈을 받지 않더라도 도와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는 대신 ‘사회적 역할에 대한 가치’라는 대가로 받습니다.

한 가지 직업으로 표현하지 못할 경우가 많다

나 같은 경우, 직업은 무엇일까요? 누가 물어보면 오랫동안 일반화된 한 단어, 즉 창업컨설턴트라고 말은 하지만 정확한 표현은 아닙니다. 비즈니스모델러로 일할 때도 있고, 상권분석 로직개발 일을 할 때도 있습니다. 나는 단지 ‘내가 가진 역량으로 사회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역할이 생산적일 때, 그 대가는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것이지, ‘생계를 목적으로’ 하지는 않습니다.

직업의 정의에서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하여 종사하는 일’, 일의 정의에서는 ‘일정한 시간 동안 몸을 움직이거나 머리를 쓰는 활동’이지요?

업과 일이 성립하기 위한 3요소

이를 종합하면 직업이든 일이든 다음의 세 가지가 필요해 보입니다. ‘수행자의 전문지식과 사물을 융합하여 나온 생산적 산출물’이 그것입니다. 즉 사람, 지식, 사물의 교집합을 통해 산출물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 곧 일이고, 그 일의 특성을 표준화해서 한 단어로 표현한 것을 직업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바람이 꽃가루를 날려 열매를 맺게 했다고 해서 바람에게 ‘꽃가루 매칭전문가’라는 직업으로 부르지는 않을테니까요.

이제 다른 각도에서 직업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직업과 일의 크기를 규정해 보지요. 정의에 따르면 일에는 직업인이든 창업가든 프리랜서든 간에 모두 해당되는 용어니까 『일(work)>직(job)』이 될 것 같습니다. 즉, 직은 일에 속하는 것이지요. 법률이 도덕 안에 속하는 것처럼.

우리가 법률에 정하지 않았다고 해서 함부로 행동해도 죄가 되지 않나요? 남에게 해가 되거나 상식에 반하는 언행을 하면 도덕적으로 죄가 되기도 합니다. 즉, 법과 도덕의 경계가 의미가 없듯이 직업과 일의 경계 또한 무의미한 듯 보입니다.

장황하게 나열했지만 결론은 “직업의 정의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생계를 위해’라는 말이 영~ 불편하게 들리기도 합니다. 우선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서는 조금 비참하게 들릴 수도 있겠고, 굳이 그런 말을 직업설명에다 붙이지 않더라도 우리의 일상 자체가 생계와 직간접으로 관련되어 있으니까요.

한국고용정보원이 매년 발간하는 『한국직업사전』은 발간 개요에서 “청소년과 구직자, 이·전직 희망자에게는 직업선택을 위해, 기업인사담당자에게는 근로자 선발을 위해, 직업훈련담당자에게는 직업훈련과정 개발을 위해, 연구자에게는 직업분류체계 개발과 기타 직업연구를 위해, 그리고 노동정책 수립자에게는 노동정책 수립을 위해 기초자료로 사용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보듯이 직업은 제한된 영역의 일을 수행하는 표준화된 단어일 뿐이며 행정편의상 규정한 것이지, 우리가 그 직업 안에서만 일을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의 결론은 직업사전에 너무 연연해서 스스로를 옥죄지 말고, 굳이 직업 사전에 없더라도 유연하게 새로운 일을 만들어가자는 의미입니다. 복잡계의 세상에서 제한된 직업 문제로 너무 고민하지 말고, 언급한 세 가지 요인(사람+지식+사물)을 적절히 융합해서 하고 싶은 일을 찾자는 제안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직업분류는 2차 세계대전 이후에 ILO가 작성한 표준직업분류법을 기초로 1965년 12월, 총 2,135개 직업으로 분류했습니다. 이전에는 사농공상(士農工商), 즉 학자. 농민, 장인, 상인의 네 가지로 분류됐지요. 이 분류는 중국 춘추전국 시대 때부터 적용된 직업분류입니다. 이 분류로 인해 직업의 차별이 생겼고, 귀천도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됩니다. 직업을 잘못 정의하면 이렇게 부작용도 생깁니다.

오늘 지인이 보내 준 ‘한국직업사전’을 잠깐 들여다보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을 정리해 봤습니다. 두서없이 얘기했지만 오랫동안 경험해 보니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자신에 맞는 적당한 일이 없나요? 그렇다면 연락 주십시요. 내가 만들어 드리지요.^^

이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