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에 가면 드는 생각

오래 전부터 미용실에 가면 늘 드는 생각이 있다. 미용사는 자리에 앉으면 늘 똑 같은 질문을 한다. “오늘은 어떻게 잘라드릴까요?” (섬뜩하지만) 이럴 때마다 답답함을 느낀다. 두 번째 전에 했던 머리가 가장 낫다고 한들 그걸 기억하고 있을까? 그리고 김건모 스타일로 해 달라고 한들 내 머리숱으로 그게 가능하지도 않을 거고…

그래서 말인데, 내가 했던 머리스타일을 그때마다 찍어서 보관해 두면 다시 올 때는 그 때 어떤 머리가 좋았다고 얘기해 주기 편하고, 미용사도 사진을 보고 스타일을 기억하기 좋을텐데… 그러니까 손님들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서 모든 사진을 저장해 두고 모니터를 거울 옆에 달아두면 서로 얘기하기가 편할뿐더러 고객관리도 유리할텐데..하는 생각.

두 번째 생각은 머리를 다 잘라놓고, “괜찮으세요?”라고 묻는데 내가 뒤를 볼 수 없으니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앞모습만 보고 답하기에는 뭔가 찜찜하다. 그래서 360도 거울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찾아보니 오래 전에 러시아에서 그런 거울을 만든 사람이 있었다. 얼마나 팔렸는지는 알 수 없으나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도 그게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360-degree-mirror

또 다른 생각. 머리를 하는 동안 미용사는 끝없이 얘기를 한다. “307동 아줌마는 아들이 있는데 오래 마흔이 다돼간대요. 장가도 안가고 집에만 있으니까 답답하다고 수다 떨다 갔어요.” 또 어떤 때는 “저는 동네 집안 사정을 다 알아요. 여자들이 와서 온갖 집안일까지 다 얘기하니까요.”

그래서 말인데, 전국 8만여 개 미용실을 연결하는 중매플랫폼을 만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시집장가 가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쉽게 접할 수 있고, 집안사정까지 잘 아니까 플랫폼으로 연결해서 서비스하면 수익모델로도 좋고, 국가정책에도 이바지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사실 미용사만큼 바이럴 네트워크가 확실한 조직도 없다. 택시가 여론 플랫폼이라고는 하지만 안타는 사람이 많은 반면에 미용실은 국민 누구나 오는 곳이기 때문이다. 머리하는 긴긴 시간 동안에 정적을 피하려면 줄곧 대화를 할 수 밖에 없다는 점도 유리하다.

미용실끼리 묶는다는 게 이해관계 당사자들이어서 쉽지는 않겠지만 대승적인 관점에서 설득하면 불가능할 것 같지도 않다. 창업가들은 새로운 네트워크를 형성하려고 노력하기보다 기존의 네트워크를 여하한 방법으로 모델링 하느냐에 따라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이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