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의 미학

주변에서 보면 ‘작심 3일’로 끝나는 일들이 참 많다. 공부하겠다고 계획표를 멋지게 디자인해서 책상 앞에 붙여놓고 3일도 못 가서 포기해 버렸던 기억을 대부분 가졌을 법하고 담배나 술을 끊겠다고 굳게 다짐하고서도 3일을 넘기지 못한 채 자신과의 약속은 없었던 양 금방 지워버리는 일들은 애연.애주가라면 연례행사처럼 수 차례 있었을 것이다.

가만히 보면 ‘3’이라는 숫자는 잘 챙기면 삼삼하고 못 챙기면 허탈해지는 묘한 숫자인 것 같다. 영화 ‘3일간의 사랑’처럼 잘 챙겨서 삼삼한 기억을 간직한 주인공이 있는가 하면 3년을 같이 살다가도 사소한 말싸움 하나로 이혼해 버린 사람도 있다.

인터넷에서 3이라는 숫자와 관련해서 검색해 보니 ‘3일간의 여행’에 대한 글이 제법 많고, 3일간 입원한 동안 있었던 얘기를 모은 글, 3일간의 투쟁 보고서, 3일간의 축제후담, 3일간의 교육 커리큘럼 등 ‘3’에 대한 다양한 모티브가 있음을 확인했다.

남녀관계를 3이란 숫자로 정리한 의사도 있다. “3시간의 만남-> 3일간의 탐색-> 3개월간의 사랑-> 3년간의 싸움-> 30년 간의 인내” 이것이 곧 남녀가 서로 만나 일생을 함께 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3시간의 만남이란 것은 뽕 하고 느낀 만남이며, 3일간의 이런 환상 속에서 사랑을 심취하는 기간이다.

하지만 결혼이란 환상이 아니며 3년간의 주도권 싸움으로 성적,경제적,권력적 투쟁을 계속하면서 살까 말까를 방황하다가 결국은 30년간의 인내로 결혼생활을 이어간다는 뜻이다. 나이가 좀 든 사람이라면 그럴 듯 하게 들릴 것 같다.

창업에서도 3은 유용한 숫자임이 분명하다. 언젠가 신촌의 벽제갈비 사장을 만나 성공담을 듣던 중 한가지 신선한 느낌을 받은 한마디가 있다. “3년을 적자로 영업했다.”는 것이다. 제조업이나 무역업도 아닌 점포업종에서 아무리 인내한다 할지라도 어떻게 3년을 견뎌낼 수 있겠는가 라는데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점을 궁금해 할 거라고 생각해서인지 묻지도 않았는데 그는 다시 “고객은 한동안 곁눈질로 보다가 익숙해지면 들어온다.”는 것이다. 일단 들어와 보면 그 다음에 단골로 만들면 성공하는 것이란 얘기다. 그 기간을 최소한 3년으로 잡았다는 것이다.

창업아이템이 마음에 와 닿는 것은 마치 한 이성을 보고 스파크(Spark)가 일어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일단 스파크가 일어나면 접근(approach)해야 한다. 접근해 봐야만 그만둘지 계속만나야 할지를 판단하게 될것이기 때문이다. 창업에서 접근이란 정보탐색을 말하며 최소한 3일 정도는 정보탐색을 위해서 시간을 가져야 한다.

다음으로 실사(Field survey)를 해야 하는데 3일간의 정보탐색 자료를 바탕으로 3개월 정도는 현장 실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아이템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서 최소한 사고방식과 그레이드, 나이 등이 다른 3그룹에게 아이템에 대한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고 가맹점 창업희망자라면 동일업종의 다른 가맹점 3군데 정도는 찾아가서 그들의 의견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해서 아이템이 결정되면 최소한 3년을 고생할 각오로 창업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자리잡은 점포 혹은 기업은 최소한 30년의 생명력을 갖지 않을까?

이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