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번호 이야기

휴대폰 다음은 홀로그램과 통화하는 시대가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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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휴대전화 끝자리가 1234번이다. 명함을 교환한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번호가 좋다”고들 한다. 그런데 어떻게 ‘좋은 번호’를 얻을 수 있었을까? ‘삐삐’에서 휴대폰으로 넘어갈 당시, 통신사들은 오피니언리더를 찾아다니며 영업을 했다. 서로 가입경쟁을 하던 때였다. 그때만해도 오피니언리더들이 마케팅 대상이었다. 명함을 많이 시용하는데다 기고문에 한줄만 넣어줘도 효과가 컸기 때문이다.

당시 SK직원이 찾아왔다. 좋은 번호를 몇 개 적어 와서는 “이 중에서 고르라”고 했다. 그 번호 가운데는 ‘1234’, ‘1122’, ‘1236’ ‘4321’ ‘2580’ ‘0114’등이 있었다. 바꾸고 싶지 않았지만 번호가 좋아서 가족 모두 바꿨다. 그 덕분에 우리 가족은 앞에 열거한 번호 중 3개를 갖고 있다.

그 후, 앞 번호가 ‘010’으로 바뀌던 시기에 BH에 근무하는 지인이 ‘010’으로 절대 바꾸지 말라고 했다. 당시 앞 번호는 ‘017’이었다. 이유는 “나중에 몇 명 안 남으면 통신사들이 300만원 정도 보상해 주고 바꾸라고 할 것”이라는 것이다. 특히 ‘017’은 청와대에서 쓰는 번호라서 쉽게 바꾸지 못할 것이라는 부연설명도 했다.

이후 ‘010’ 가입이 폭증하자, 이번에는 ‘1234’를 팔라는 전화가 몇 번 왔다. 중개사이트에서는 “3천만 원을 주겠다.”는 제안도 있었다. 하지만 팔지 않았다. 3천만 원보다는 지인들에게 다시 알리는 것이 더 불편하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오늘까지 그 번호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추억의 2G

그런데 이제 2G, ‘011’과 ‘017’이 2021년 7월부터 서비스를 완전히 중단할 모양이다. 당시 들은 얘기가 있어서 보상을 어떻게 해주는지 봤더니, SK의 경우, ‘단말지원형’은 30만원의 단말기 구매 지원금과 함께 24개월 간 매월 요금 1만원의 할인 혜택을 준다고 한다. ‘요금지원형’은 단말기 지원은 없지만, 향후 2년간 매월 사용 요금의 70%를 할인해준다는 조건이다.

‘010’으로 전환 당시 들었던 300만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사용요금의 70%를 지원받으면 그것도 적지 않은 지원이 될 듯싶다. 반발도 있는 모양이다. 2G 서비스 유지를 촉구하는 ‘010통합반대운동본부’ 회원들이 SK텔레콤을 상대로 번호이동 청구 소송을 대법원에 상고할 예정이라고 한다. 힘들게 투쟁하는 목적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으나 결국 바꿔야 하지 않을까 싶다.

augmented reality glasses

다음은 어떻게 바뀔까? 어쩌면 스마트더스트(smart dust)를 통해 ‘쓱’ 허공을 문지르면 상대의 홀로그램이 나타나 디바이스 없이 영상으로 통화할 수 있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문명은 이렇게 또 하나의 파고를 넘어 흘러가고 있다.

이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