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를 버럭 낸다는 것은

잘못한 놈이 성낸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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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하지 못한 대목에서 화를 버럭 내는 사람이 있다. 이 경우, 대체로 그 사람의 성품 탓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많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화를 낸 바로 이전에 상대가 했던 말에 대해 오랫동안 묵혀왔던 마음이 순간적으로 폭발한 것으로 나는 보기 때문이다.

예컨대, 어떤 일에 대해 늘 미안함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상대가 “너는 나한테 미안한 마음도 없냐?”고 했을 때 자신도 모르게 화를 내는 경우와 같은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화를 낸 사람의 잘못이다. 미안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면 그때마다 말로 표현했더라면 마음에 담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잘못한 놈이 성낸다.”는 얘기도 자주 듣는다. 이런 경우도 위의 예에 속한다. 잘못을 알고 있는데 지적질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못한 사람이 성 내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그 이전에 잘못했다고 얘기하면 아무렇지 않게 지나갈텐데, 그런 얘기조차 안하니까 상대는 다른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친구지간에도 이런 일은 흔하지만 부모와 자식, 부부 사이에도 이런 일은 흔하다. 부자(夫子)를 모두 아는 관계가 있다. 아버지는 내게 “자식 필요 없어. 부모가 죽는지 사는지 관심도 없다니까.”라고 한다. 그래서 아들에게 전화를 했다. 아픈 아버지한테 관심 좀 가지라고 했더니. 그의 아들은 “늘 걱정하죠. 근데 매번 문안 갈수도 없고, 저도 답답합니다.” 속으로만?

대체로 표현하는데 인색한 사람들이 많다. 결과적으로 버럭 화를 내는 일들이 벌어진다. 그로 인해 관계는 더 나빠지고 치유하기 어려운 상태로 가기도 한다. 잘못했거나 미안한 마음이 있거든 말로 표현하면 참 좋겠다. 그게 관계를 유지하는데 가장 확실한 방법일테니까.

이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