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돔전문점과 브뤼셀의 섹스노동자,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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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구제금융 당시,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Brussels)에서 콘돔전문점이 인기라는 토픽을 접했다. 이후 일본 도쿄를 갔다가 하라주쿠 교차로 중심부에서 콘돔전문점을 발견했다. 들어가기가 멋쩍어서 망설이던 참인데 교복을 입은 여고생들이 우루루 들어갔다. 나도 따라 들어갔다.

품목은 약 3백 60여가지로 콘돔으로 보기에는 너무 예쁜 모양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학생들이 나간 후, 간단하게 주인과 인터뷰를 했다. 오픈한지는 1년 됐는데, 성인보다 학생 손님이 의외로 많다고 했다. 실제로 수익은 콘돔을 팔아서 올리지만 캠페인도 주도한다며 앞에 꽂혀있는 뉴스레터를 보여준다. 에이즈(AIDS: 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 예방 캠페인이었다.

얼마 후, 한 방송에 출연해 이런 해외소식을 알렸다. 며칠 후, 한 청년이 상담신청을 했다. 콘돔전문점을 하겠다는 거였다.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말렸지만 결국 신촌에 오픈했다. 그런데 1년도 채 안돼 문을 닫았다. 이유는? 업종전환, 즉 전화방을 만든 것이다. 사회문제가 됐지만 단속법규가 없어서 전파관리법으로 단속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청년이 머리를 다른 곳으로 돌렸더라면 멋진 사업으로 성공했을텐데 아쉽게 생각되는 경험이다.

각설하고,

콘돔전문점이 인기였다는 브뤼셀에는 암스테르담과 더불어 공식적인 섹스노동자들이 있다. 그 나라들에서는 노동자(sex worker)라 부른다. 며칠 전, 바로 그 브뤼셀의 알함브라 거리(Alhambra district)에서 정부의 록다운(lockdown) 지시를 거부하고 영업을 재개했다는 소식이다.

다른 노동자들은 대부분 록다운에 동참하는 상황에서 가장 감염확률이 높은 일이라 상당히 이례적이다. 신고가 들어갔지만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든다. 노동자 가운데 ‘잊혀진(forgotten)’노동자 층이라 더욱 더 직접적인 타격을 받지 않았을까 라는…

별 걱정을 다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우리 사회가 코로나 사태로 인해 ‘잊혀질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일지 정부가 한번 나서서 조사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누군가 말했다. “The First is The Last” 의역하면, “가장 최상위 계층이 가장 낮은 계층을 염려하는 사회가 가장 이상적인 사회다.”라고…

이들 가운데는 “코로나로 죽으나 굶어 죽으나 죽는 건 매한가지”라며 일터로 나서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의정부에서 신도림역에 있는 콜센터까지 출근하면서 일하다 확진판정을 받은 여성근로자, 인천에서 공사장까지 투잡을 뛰다가 가족까지 확진 받은 가장, 쿠팡에서 투잡을 뛰다가 확산시킨 청년 등…

우리는 코로나 확산 매개자로 매섭게 째려보지만 그들은 지금 많이 힘들어할 것이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다음에 재난지원금을 준다면 이들에게 더 많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