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일자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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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해 6월, 오스트리아를 여행하던 중에 20대 한국여성과 잠깐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혼자 여행 중이었는데 다음 목적지로 가는 버스를 놓쳐서 허탈해하고 있던 모습이었다. 6월이면 휴가철이 아니어서 “학생인가봐요?” 했더니 “아니요. 잠깐 쉬고 있어요.”한다.

얘기인 즉, 대기업 인턴으로 일했는데 계약이 만료되서 그동안 모은 돈으로 여행 중이라고 했다. 얘기를 이어가다가 “중소기업은 일자리가 많은데 왜 대기업 인턴으로만 일했어요?”라고 묻자, 중소기업보다 대기업 인턴이 스펙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 옛날 방송하던 때의 인연으로 가끔 만나는 모임이 있다. 한창 얘기를 나누던 밤 11시쯤, 프로덕션을 운영하는 한 지인이 벌떡 일어나더니 밖으로 나가 큰소리로 통화를 한다. 다시 들어온 그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내일까지 마감해야 하는 프로를 찍고 있는데 갑자기 말도 없이 젊은 PD 한 명이 집에 가 버렸다는 것이다.

그 자리에 있던 지상파 PD에게 물었다. “프로덕션이라 자리가 불안해서 그런가? 아니면 임금이 낮아서 그런가?”고 했더니 “요즘 우리도 늘 긴장하고 있어요. 가끔 저렇게 엉뚱한 일들이 생겨서 난감할 때가 많아요.” 한다.

# 대기업 임원을 지낸 한 친구의 아들이 32세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왜 취직좀 시켜주지 그랬어?” 했더니 “하청업체에 추천해 줬더니 3개월도 안되서 나오더라구. 공무원하겠다고 아직까지 저러고 있어. 퇴직금을 아들놈 뒷바라지에 다써야 할 모양이야.”하면서 쓴 웃음을 짓는다.

# ‘임계장 이야기’라는 책을 펴낸 경비원 조정진씨. 여기서 임계장은 ‘임시 계약직 노인장’을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그는 공기관에 근무하다 퇴직 후 경비원으로 일한다. 그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공기관이었으면 노후준비가 됐을텐데…”라고 묻자, 아들 얘기를 꺼냈다.

“아들이 대학을 졸업하면 바로 취직할 줄 알았는데 다시 로스쿨을 간다는 겁니다. 그 뒷바라지 하느라 퇴직금이 다 들어갔어요.” 아들의 졸업시점에 퇴직을 해서 오롯이 생돈으로 비싼 학비를 대다보니 일을 해야만 먹고 살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유독 청년실업률이 높다. 언급한 사례들만 봐도 그 이유가 짐작이 간다. 그래도 부모들의 얘기보다 현실적으로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그 배경이 궁금했다. 먼저 OECD이 발표한 국제성인역량조사(Survey of adult skill)를 봤다. 그 결과 우리나라 청년들의 역량은 가운데부분에 포진되어 있다.

풀어보자면 청년(25~34세)의 상위 1%는 비교대상인 주요 33개국 중 최하위권이다. 언어능력, 수리능력, 문제해결능력 등이 모두 25위 전후로 낮다. 반면에 하위 1%는 최고 수준이다. 언급한 3가지 능력이 모두 5위 전후로 대단히 높다. 그만큼 모든 역량이 중위권에 밀집되어 있음을 쉽게 알수 있다. 다시말하면 우리나라 청년들은 동질적으로 양성된 인력이 대부분이다. 배운 게 대부분 비슷하다는 뜻이다.

그러다보니 중위권들은 주로 앞선 기술이 필요없는 사무직(Back office)을 선호한다. 하지만 사무직군은 2025년이면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나 IoT와 같은 업무 자동화에 밀려 70%가량 없어진다는 경고가 나온지 오래다. 그래서 나온 청년들의 생각이 고용이 보장되는 공무원이나 대기업을 선호하는 것 같다.

사실 중위권 청년들에게 향후 발전적인 ICT분야로 가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우리 교육은 이 분야에 취약하다. 오히려 가르쳐야 할 교육자들의 76%가 ICT교육을 받아야 할 수준이다. OECD평균(58.3%)보다 월등히 높다.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ICT교육을 받아야 하는 근로자 비중도 한국은 19.8%인 반면에 OECD평균은 13.7%로 낮다.(OECD보고서PIAAC/2019)

만일 청년들이 지금과 같은 상태로 간다면 앞으로 일자리는? 잠시 선진국의 일자리 변화 과정과 비교해 보자

정보화 기술의 확산에 따라 선진국에서는 다음과 같은 변화가 순차적으로 일어났다. 첫 단계로 기술이 일자리를 대체하였으며, 기술인력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전문직 임금이 상승하고 사무직, 생산직 등 중간 일자리가 감소했고 저숙련직 임금이 하락하는 ‘양극화’ 현상이 일어났다. 미국의 1980년대, 우리나라의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가 이에 해당한다.

다음 단계는 저숙련 서비스업 일자리의 증가이다. 정보화 혁명이 진전되면서 재화의 생산이 증가해 가격이 하락한다. 그 여파로 서비스 소비가 증가하여 서비스업 일자리가 늘어난다. 이 단계에서는 저숙련 일자리는 증가하였으나 저임금이 문제시되었다. 미국에서는 1990년대이며 우리나라에서는 대략 2000년대 후반 이후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지능정보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고급인력 수요까지 감소했다, 미국에서는 2000년대 이후이며 우리나라는 이제 시작단계로 보인다. 즉, 사무직 뿐 아니라 전문직도 이제는 빅테크에 밀려 일자리 비중이 줄어든다는 듯이다. 이런 현상은 세계 공통적이다

이런 점을 종합해 보면 청년들의 일자리는 빅테크 분야에서 크게 늘어나고 보편적 일자리는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청년 모두가 기술에만 매진할 수 없는 이상 이제부터는 차별화된 자신만의 콘텐츠로 무장해야 할 시점이 온 것이다.

차별화된 콘텐츠는 지식이 아니어도 좋고, 기술이 아니어도 좋다. 자신의 특기와 취미로 얼마든지 차별화시킬 수가 있다. 콘텐츠 소비자들이 너무나 다양하고 발산할 채널도 무제한적으로 열려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동질적 역량으로 안정만을 추구하려는 청년이 있다면 다시한번 심각하게 고민해 볼 시점이다.

이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