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서비스, 컨시어지경제(concierge economy)

제주 둘레길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컨시어지 경제(concierge economy)’가 범용 비즈니스모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각종 서비스를 대신해 주는 집사(concierge)들을 활용한 대상 시장이 세분화 돼 나타나다보니 경제(economy)가 붙었다. 중세영화에서 작은 종을 쳐서 집사를 부르는 장면이 가끔 나오는데 스마트폰을 누르기만 하면 운전기사가 달려오는 장면이 마치 컨시어지(concierge)와 유사하다고 해서 나온 말이다.

자신의 생산적 시간소비를 위해서 남의 시간을 돈으로 사는 행태다. 이런 사업은 대행업으로 나타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대행업을 들여다보면 크게 두 가지 행태로 구분된다. 하나는 설득이나 분석이 필요한 일, 예를 들면 변리사, 상담사와 같은 지식대행이 되겠고, 다른 하나는 심부름, 택배, 대리운전과 같이 근육을 주로 사용하는 단순대행업으로 구분할 수 있다. 컨시어지경제는 지식대행이라기보다 근육대행 쪽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

그래서 컨시어지경제를 정규직이 아니라고 해서 임시직경제, 혹은 적은 돈으로 부려먹는다고 해서 노예경제라는 극한표현을 쓰는 학자도 있다. 무슨 시장이든 양지와 음지가 공존하거나 부득이하게 충돌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어찌됐든 집사경제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컨시어지 비즈니스로 어떤 모델이 있을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없지만 가사 도우미처럼 빨래를 대신해 주는 와시오(Washi)라는 서비스가 있다. 여행자들의 가방을 목적지로 갖다 주는 제트블루(Jet blue)도 여성 여행자들에게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다.

은행이나 우체국서비스를 해주는 십(Shyp)앱도 있는데 반복적인 일이거나 다량의 우편물 발송에 주로 이용된다. 우리는 아직 법적인 문제로 도입이 어렵지만 의사를 보내주는 (Heal)이라는 앱도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어느 혁신가가 병원과 손잡고 도전할 가능성은 있다.

요리를 대신해주는 스프릭(sprig) 앱도 인기다. 우리나라로 치면 출장요리사 파견이다. 지금은 대부분 여성단체나 NPO등에서 하고 있지만 앞으로 이런 서비스도 혁신기업의 먹이사슬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 외에도 주차대행, 안마사를 불러주는 앱, 술 배달을 해주는 서비스까지 웬만한 오프라인 서비스는 거의 스마트폰(app) 안으로 들어왔다고 보면 된다.

언급한 아이디어들을 우리나라에 도입하면 우버택시처럼 시장충돌이 일어나는 아이디어도 있고, 안마사나 술처럼 국민 정서상 적절하지 않은 아이디어도 있지만 현재도 웹으로 서비스하고 있는 가사도우미나 요리사파견 등은 가능성이 충분하다.

또 약간 비틀면 새로운 서비스모델을 찾을 수 있다. ‘30분 세차 서비스’는 어떨까? 전국 어디서나 30분 이내에 서비스해 줄 수 있다면 상당히 인기가 있을 것이다. 잠깐 약속이 있어서 간 사람들은 주차비로 세차까지 할 수 있어서 일석이조다. ‘동네할머니 산모 도우미’는 또 어떤가? 응급상황은 119를 부르면 되지만 잠시 아이를 맡겨야 하는 경우나, 산모마사지 같은 서비스 등이 필요한 경우, 가까이 사는 젊은 노인에게 연결해 주는 서비스가 있다면 안전하고 노인 일자리 창출도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을 것 같다.

이렇듯 컨시어지 비즈니스는 다양하게 세분화된 특화시장이 있다. 특히 ‘찾아가는 서비스’ 시대를 맞아 기존 업종에서도 컨시어지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들이 대거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스타벅스가 갑자기 집에 찾아온 손님을 위해 고객의 집으로 커피와 간단한 간식을 배달해주는 ‘홈파티’서비스를 미국에서 시작했듯이.

이러한 컨시어지비즈니스가 더욱 성장하게 될 배경은 다음 3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허물어 주는 IT기술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점, 둘째 일을 대신할 거점 컨시어지(local player)를 쉽게 조직화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온.오프라인의 엣지(edge), 즉 접점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찾아가는 서비스. 이는 앞으로 기존 기업이나 창업가에게 아주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언제 어디든 찾아가 서비스해 줄 수 있는 아이디어만 있다면 모델링을 통해 전혀 다른 시장의 비즈니스모델을 만들 수 있는 기회는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이형석(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장/경영학박사)
이 글은 시사주간지 ‘시사저널’에도 실렸습니다. 기사 바로보기 http://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179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