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생태계 혁신을 위한 제언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두 가지로 정의할 수 있다. 스타트업에서는 ‘하나의 조직이 가치를 포착, 창조, 전파하는 방법의 논리적 설명’이라 말하고, 자영업에서는 ‘구분이 가능한 최소 산업 단위를 정량화한 모형’으로 정의한다.

스타트업은 대체로 차별화된 아이디어나 신기술을 기반으로 창업하다 보니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모델링해야 한다. 반면에 자영업은 비즈니스 모델이 오랜 경험을 통해 업종이란 이름으로 정형화돼 있다 보니 진입장벽이 낮고 경쟁이 심화되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자영업의 위기’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취업이 어렵고, 퇴직자들의 탈출구가 없는 한 이 문제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영업 생태계를 바꿀 새로운 모델링을 해야 할 필연적인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새 모델링 필요한 필연적 시점

우선 사례를 보자. 오전 9시30분, 교토의 관광지 ‘교토 마루이’에서 조금 떨어진 주택가의 한 식당 앞에 내·외국인이 뒤섞여 길게 줄을 서 있다. 위를 쳐다보니 간판 이름은 하쿠쇼쿠야(佰食屋). 일본산 얇은 소고기를 생계란에 찍어 먹는 ‘스키야키’ 전문점으로 나카무라 아케미(1984년생)가 2012년에 창업했다. 이 줄은 11시30분에 오픈하는 식당의 대기표를 받기 위한 줄이다. 무작정 기다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받아놓고 나머지 시간을 활용하라는 의미다.

백싱당 창업자 中村朱美

일본의 음식점 평판 사이트 다베로그(食べログ)를 보면, 이 식당은 평점 5점 만점에 3.58이다. 점수만 보면 아주 잘나가는 음식점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이른 시간에 줄을 서야 하는 이유는 차별화된 메뉴를 하루에 100식만 판매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이 가게 주인의 가치경영이 세상에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루 100식을 판매하는 시간은 겨우 3시간 반. 그날 영업은 거기서 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업원은 모두 정규직이다. 왜 이런 생각을 했을까? 이에 대해 나카무라 사장은 한 인터뷰에서 “고객만 소중한 것이 아니라 더 소중한 사람은 직원들”이란 대답으로 그 이유를 대신했다.

나카무라 사장에 따르면 음식점을 창업하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연상되는 것이 ‘근무시간이 너무 길다’ ‘주말에도 일해야 한다’ ‘최소 인원으로 돌려야 남는다’는 거였다. 그렇다 보니 가족이 함께 저녁을 먹을 시간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 사업하는 건데, 제때 가족과 함께 식사조차 하지 못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녀는 ‘기업은 왜, 누구를 위해 매출을 꾸준히 늘려가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다. 답은 너무나 뻔했다. 내세우는 말은 종업원의 복리를 위해서라지만 실제로는 주인 혼자 독식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 낸 아이디어가 하루 100식 한정 판매였다. 나머지 시간 동안 구성원 모두가 가족과 함께 의미 있는 삶을 보내자는 의도다. 게다가 주변 가게들에도 낙수효과가 크다.  

백식당 메인메뉴

이 글을 읽고 사람들은 이렇게 물을 것이다. “‘물 들어왔을 때 노를 저어라’라는 격언처럼 영업이 잘될 때 돈을 많이 벌어놔야 안 될 때 재투자를 할 수 있지 않느냐”고. 이에 대한 나카무라 사장의 대답은 간단했다. “하루 100식만 팔아도 그 정도면 충분하고, 더 이상 벌어서 호사스럽게 산다 한들, 지금 이 순간 다 같이 행복하게 사는 것보다 미래에 더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겠는가?”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하쿠쇼쿠야는 ‘100식 한정, 영업시간 3시간 반, 음식점에서도 잔업 제로’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안착시킨 대표 브랜드가 됐다. 최근 이 식당은 ‘다이버시티(Diversity) 경영기업 100선’에 이름을 올렸고, 권위 있는 매거진 닛케이우먼이 주는 ‘2019 올해의 여성 기업가 대상’도 받았다.

또 다른 사례를 보자. 프랜차이즈는 태생적으로 본사가 망하면 가맹점도 덩달아 망하는 구조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필자는 ‘조커(Joker) 브랜드’ 모델을 제안한 바 있다. 뜨개질로 유명한 바늘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송영예 대표는 프랜차이즈 브랜드 앞에 가맹점 창업자의 이름을 붙이게 했다. 예컨대, 창업자가 ‘최은주’라면 ‘최은주의 바늘이야기’ 간판을 허용한 것이다. 송 대표는 가맹점 사업을 이미 접었다. 그러나 지역마다 ‘바늘이야기’는 가맹점 창업자 이름으로 여전히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파주 손뜨개 박물관에서 바늘이야기 송영예 대표(왼쪽)와 KBS 오유경 아나운서

 

조커 브랜드·AI 등 도입해 성공한 사례 주목

2012년, 필자는 로봇라면 전문점이 일본 나고야에 오픈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갔다. 창업자는 폐기될 산업로봇을 개조해 전용했다고 한다. 1분40초 만에 정확하게 처리하면서도 맛은 동일하게 유지했다. 그로부터 7년 후, 최근 대구 공평동에 로봇치킨 전문점 ‘디떽킹’이 문을 열었다. 로봇이 치킨을 튀겨주는 음식점인데 무한리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을 업그레이드하면 맛의 상향 평준화로 점포 간 우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사례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포화 상태인 자영업 시장에서 호혜전략으로 안성맞춤이며, 주인과 종업원 모두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도 있다.

자본주의 특성상 실현 가능성이 낮은 사례도 있고, 함께 꿈꾸면 가능한 경우도 있다. 지금 우리는 저성장과 빈부 격차, 고령화 등으로 인한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자영업 또한 예외가 아니다. 생태계를 바꾸는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가 현실로 나타나 모두가 함께 행복한 세상이 오는 즐거운 상상을 해 본다. 

이방인
이 글은 시사저널(1552호)에 기고한 기사입니다. 기사 바로 보기 http://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1883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