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숭고한 단어들

페북_고성현님 사진

예전에는 ‘세월’이란 단어를 참 많이 썼다.
“세월이 가면 잊을 수 있을거야”
“세월이 가면 더 나은 인생이 기다리고 있을거야.”
그러나 지금은 거의 금기어가 됐다.

예전에는 ‘조국’이란 말을 참 자주 들었다.
해외에서 ‘우리 조국’이란 말을 들으면 가슴이 뛰었고
“아~우리 조국”이란 노래를 부르면 눈물이 나곤했다.
그러나 지금은 거의 금기어가 됐다.

예전에는 ‘태극기’만 보면 마음의 평화를 느꼈다.
올림픽에서 태극기가 올라가면 너무나 당당해졌고
해외에서 대한항공만 봐도 집에 다온듯 안심이 됐다.
그러나 지금은 애써 호출해야 나타난다.

예전에는 ‘승리’라는 말만 들어도 용기가 났다.
“너는 꼭 승리할 수 있을거야”라는 말을 들으면 불끈 힘이 솟았고
“승리하는 그날까지”는 꿈을 이루지 못한 이들에게 위안이 됐다.
그러나 지금은 진저리나는 단어가 됐다.

엊그제, 식당에서 뉴스를 보다가 갑자기 주인이 TV를 꺼버린다.
“왜 그래요?”
“아, 저 소리 듣기 싫어서요”
“무슨 소리요?”
“실체적 진실이란 말이 지겨워 이제”

이 숭고한 단어들이 지금은 하나 둘 우리 곁을 떠난다.
좋은 말들은 점점 멀어져 가고, 험한 말들만 떼지어 다가온다.
세상이 이상해져가고 있다.
내 머리를 두드려본다.

“내가 이상해진걸까?”
그래…이 가을에는 ‘단풍’만 생각하자.

이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