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최선인데요? 어이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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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생이 묻다

업무현황 파악을 위해 팀 회의를 자주 한다. 그런데 시작하기도 전부터 머리가 복잡하다. 부하 직원에게 “좀 더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보고서에 담으라.”고 하면, “다른 부서도 이렇게 해요. 말씀하신 건 우리 팀의 롤이 아니잖아요.” 한다. “그래서, 이게 최선이야?” 라고 하면, 답답하다는 듯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이게 최선인데요.” 한다. 어이 상실이다. 이런 답변을 자주 들으니 들어가기 전에 마음의 안정부터 취해야 한다.

이미 산업은 기술 간 융합, 산업 간 융합으로 패러다임이 바뀐 지 오래다. 기업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달라지는 경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 다름 아닌 일하는 방식부터 바꿔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매번 혁신을 외치며 매년 노력해 왔다.

기업 내부의 조직간 협업, 팀원 간 협업 그리고 이러한 협업을 위한 개인의 역량 계발은 조직 운영의 기본 전제다. 그러나 여전히 조직의 기대와 조직원의 생각 사이가 넓다. 다른 생각으로 접근해 보라고 하면, 팀원 서로가 토론을 통해 발전적 대안을 찾아보면 될 텐데 개인 생각이 마치 전부인 양 대꾸하는 걸 보면 “정말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우리 X세대는 머리가 아프다. 경제 환경이 변할 때마다 마치 구호를 외치 듯 여러 경영혁신 아젠다에 따라 상이한 조직이론들을 수용해 적용해야 한다. 우리는 이러한 노력이 회사를 위한 것이라기보다 나를 위한 것이라고 믿었다.

물론 선배 세대에게서 “남의 밥그릇까지 건드리는 것 아니냐?”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개인간, 부서간 벽을 허물고 협업을 해보려고 애쓴다. 그런데 90년대 생들은 그런 노력마저도 외면한다.

“성과평가 항목에도 없는 일을 왜 해야 하느냐?”고 따지기도 한다. “그럴거면 업무분장은 왜 해 놓았냐.”는 거다.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매뉴얼대로만 해서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은 우리세대는 다 안다. 이들의 마음가짐이 이럴진대 결과(output)가 제대로 나올 리 만무하다. 이 녀석에게 일을 계속 맡겨야 하나 불안하고 답답하다.

공공기관에서 일할 때, 늘 듣던 말 가운데 하나가 있다. “그건 우리 기관 롤이 아닌데요?” 다른 기관에서 싫어하니까 하지 말자거나 국회에서 업무중복이라고 지적한 상황이라 하면 안 된다는 등의 이유를 댄다.

사실 정부 정책을 받들어야 하는 공공기관의 특성 상, 업무 중복은 하루 이틀 이야기가 아니다. 기관 간 소통채널이 없어서도 그렇지만 디테일이 다른데 국회의원들이 잘 몰라서 지적한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사업의 타당성과 차이점을 준비해 설득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투다.

50대 맘들에게 “창의력은 엉덩이 힘에서 나온다.”라는 말이 회자되곤 한다. 언뜻 웃을 수 있겠지만, 창의력은 타고 나는 것이 아니고, 어느 날 갑자기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진득하게 책상에 앉아 책을 파든, 열심히 자기가 해야 하는 일에 시간투자를 해야 한다. 우리가 세상을 바꾸는 0.1%의 천재가 아니라면,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사람들 만나고, 읽고 또 읽고, 진부하지만 노력하는 것만이 정답이다. 세상에 대가없이 주어지는 것은 없으니 말이다. 90년대 생은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일까?

90년대 생이 답하다

‘답정너’라고 들어 보셨나요? 우리들 사이에서 즐겨 쓰는 말인데 ‘답은 정해져 있고 넌 대답만 하면 돼’라는 뜻입니다. 아마 어느 정도 규모가 큰 기업이나 공기관에서는 대체로 그러할 것입니다.

“이게 최선인데요.”라는 대꾸가 나오게 된 배경을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직원은 윗사람의 눈치를 보는 건 당연한 이치입니다. 어떻게 나의 직속 상사 의견을 무시하고 일처리를 진행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다 보니, 조직원들은 자연스럽게 상사의 업무 스타일은 물론, 성향까지 꿰고 있어야 합니다. 이 또한 곤혹스러운 일입니다.

그런데 주제가 주어지면 자연스레 팀장님이 먼저 몇 마디 꺼냅니다. “이건 이렇게 진행해야 하고, 저건 빼야지?” “그래. 좋긴한데 보고서에 쓰기에는 마땅치 않아”라든지, “다 좋아. 다 좋은데 그건 부장님께서 원하시는 방향은 아니야.”라고 하지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미리 정해버리는 겁니다.

팀원들은 본능적으로 생각하지요. “아, 나는 결국 ‘답정너’구나.” 이런 생각에 미치면 결국 팀장이 원하는 보고서를 써서 일을 빨리 끝내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보고서를 제출하면, “그래서, 이게 최선이야?” 라고 반문합니다.

이미 아이디어를 가지치기해서 없애고, 생각의 틀조차 제한적이게 해놓고선 정작 제출하면 “이거 밖에 생각이 안 나와? 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해 회의시간을 대부분 써 버립니다. 우리인 들 인정받고 싶지 않을까요? 식상한 얘기지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아요?

우리도 칭찬받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어느 팀원이 자기 자신의 고과를 직접 평가하는 팀장에게 함부로 할 수 있겠습니까? 때로는 상자 입장에서 보면 어이없고 생각 없는 답변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우리는 하루 종일 고심하고 준비한 답일 수 있습니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세대잖아요.

이럴 때, 자꾸 “옛날에는 말이야~”로 시작할 게 아니라 “내 생각에는 이런 저런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우리 상황에서 적용해도 괜찮을지 한번 고민해 보자.”라고 한다면 아마도 존경받는 상사가 되지 않을까요?

70년대생 홍현숙님은 이화여대와 서강대에서 수학했다. 대기업 IT관련 일을 해오다 공공기관 센터장을 역임했다. 현재 IT기반 스타트업을 하고 있다.
90년대생 진영리님은 충남대를 나와 KB국민은행에 입사했다. 현재 중소기업고객부에서 SNS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기획 이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