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이 우월하면 잘 팔린다고?

창업가들은 제품이 좋으면 성공할 것으로 믿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특허를 갖고 도전하는 사람일수록 더욱 그렇다. 하지만 제품의 경쟁력이 뛰어나도, 특허를 냈어도, 소소한 문제로 빛을 보지 못하고 주저앉는 경우가 참 많다. 제품이 좋다고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 작은 사건 하나를 소개한다.

2009년 쯤으로 기억한다. 전남 나주시 천연염색문화관에서 특강 요청이 왔다. 4대강 사업이 한창이던 영산강가에 문화관이 있었다. 그곳에서 염색체험 사업을 하던 분이 천기저귀 얘기를 꺼냈다. 종이기저귀는 환경문제를 유발하고, 아기들의 힙이 헌다는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래서 천염염색 천 기저귀를 써야 한다는 것이다. 염색은 식물 130여 가지로 다양하게 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천연염색한 천을 쓰면 아토피 치료에도 좋다고 했다. 여하튼 그렇게 해서 론칭한 천기저귀가 시장에 나왔다. 잘되면 성인 천기저귀도 출시할 것이라고 했다.

한동안 잘 나갔다. 언론의 보도지원도 한 몫을 했다. 그 바람을 타고 그 대표는 경기도 인근에도 체험장을 만들 계획에 들떴지만 결국 수도권 진입을 하지 못했다. 그로부터 2년여가 지난 때, 일산에 천기저귀 사업을 하겠다는 사람이 공장을 지었다.

그 역시 한동안 잘나가는가 싶더니 2~3년이 지난 후에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천기저귀가 종이보다 좋은 건 알지만 엄마들이 청결문제와 돈 부담이 된다며 사용을 꺼렸다. 이들은 지금도 하고 있는지, 접었는지 확인해 보지는 않았지만 다소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최근 중국과 인도네시아에서는 기저귀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는 모양이다. 2017년 현재,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기저귀 시장은 150억 달러에 달하고, 2030년이면 45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영국의 한 증권 애널리스트가 분석했다.

중국의 경우 2011년에 월 21개를 썼지만 2017년에는 약 2배로 39장을 사용한다. 인도네시아도 다르지 않다. 2011년, 인도네시아의 3세 이하 유아 1인당 기저귀 사용량은 월평균 2장이었지만, 현재는 8매로 4배가 뛰었다. 이러한 기저귀 시장의 확대는 ‘아시아의 중산층 증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인 소비자가 기저귀를 대량으로 구입해 버리면 일본의 소비자가 구입할 수없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그만큼 중국의 기저귀 시장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듯하다. 이처럼 아시아 기저귀 시장은 커져만 가지만 천기저귀가 잘 팔린다는 소식은 없다.

일본 고베에는 3개월 미만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천기저귀 회사가 있다. 1958년 창업해 간사이를 중심으로 일반 가정용 천 기저귀 대여사업을 지금도 하고 있다. 채널은 예나 지금이나 거의 비슷하다. 고객의 집을 돌며 1주마다 새 기저귀를 배달해 준다.

사용한 천기저귀는 회수한 다음 공장에서 세탁해 다시 배달해 준다. 하지만 세탁기와 종이 기저귀의 보급과 함께 이용자 수는 조금씩 감소해 왔다. 지금은 산부인과나 보육, 개호 시설 등 업무용의 거래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언급했지만 천 기저귀는 종이 기저귀에 비해 환경에 이로우며, 아기 엉덩이가 짓무르는 일이 없다. 착용감도 좋고 아기 피부에도 종이보다 당연히 더 낫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기라면 죽고 못사는 엄마들이 왜 외면할까? 불편함, 그리고 불결할지도 모른다는 편향, 그것뿐이다.

이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