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이라는 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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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 외식을 하다가 우연히 옆 테이블 아저씨들의 얘기를 들었다.
분위기를 봐서는 고향 친구들인 듯 싶다.

“요즘은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있고, 건물주 위에 세대주가 있다네.”
“그게 무슨 소리야?”
“재난지원금을 세대주가 받잖아.”

그러자 서로들 얼마를 받았느냐고 묻는다.
그 중 한 사람이

“나는 다섯 식구인데 140만원 받았지.”
“그게 가능해? 네 명 이상은 100만원이잖아.”
“하하하 아들 주소를 따로 옮겼지.”
“나쁜놈. 나는 여섯식군데도 100만원 밖에 못 받았는데..”

#2 공기관에는 시니어 일자리라는 게 있다. 중앙정부의 강권으로 같은 기관 출신의 퇴직자를 인턴으로 채용하는 제도다. 그런데 은퇴자가 갈수록 늘다보니 이번에 새로운 기준을 마련했다. 부동산 및 토지세를 합해 연간 120만원 이하인 사람을 먼저 채용한다는 규칙이다.

이에 은퇴한 미혼여성이 항의를 했다.
“나는 겨우 강남에 작은 집 한 채 갖고 있지만 120만원 이상을 낸다. 그런데 동료 한사람은 훨씬 더 부자인데 집이 남편 이름으로 되어 있어서 자기 이름으로는 안 낸다. 그 동료는 우선 채용된다고 한다.”라고…

#3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는 소상공인컨설턴트들이 등록되어 있다. 컨설팅을 요청하는 자영업자들에게 정부가 80%를 지원하고, 자부담으로 20%를 내면 출장 컨설팅을 해주는 제도다. 그런데 20%를 내고 컨설팅을 받은 자영업자는 거의 없다. 왜 그럴까?

컨설턴트가 미리 자영업자를 찾아가 자신을 지명해서 컨설팅을 신청하도록 영업(?)을 한다. 대신 자부담 20%는 안 받겠다고 제안한다는 것이다. 이 제도는 자영업자가 컨설턴트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4 장애등급을 받으면 요양보호사가 집으로 방문해 케어하는 제도가 있다. 등급에 따라 다르겠지만 하루 3시간씩 도움을 주면 월 130만원을 지원해 준다고 한다. 여기에도 자부담 15%가 있다.(금액과 비율은 검증하지 않아서 다소 다를 수 있음) 그런데 사정에 따라 자부담을 못 내거나 안 내려는 가정이 있다.

이럴 때, 환자 측에서 자부담을 안 하겠다고 하면 요양보호사가 발설하지 않는다는 전제아래 자부담 없이 계약하는 경우가 많은 모양이다. 어찌보면 일거리가 필요한 요양보호사와 경비절감이 필요한 가정의 묵시적 합의여서 윈윈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규칙이 깨지면 다음은 더 큰 혼란이 온다.

#5 재난지원금으로 얼굴을 고치거나 술과 담배를 산다는 지적을 받는다. 게다가 어떤 편의점은 되고 다른 편의점은 안 된다든가, 백화점은 안 되는데 명품 로드샵에서는 사용이 가능하다는 등의 기준이 문제라고들 한다.

우리는 일상에서 여러 규칙과 마주한다. 하지만 언급한 사례들처럼 모두가 동의하는 완벽한 규칙은 없다. 앞선 5인가족 사례(#1)처럼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트릭이 나올 수 있다. 이런 저런 변수들을 모조리 잡아서 규칙을 만든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어쩌면 ‘완벽’은 허상이며 사전에만 존재하는 단어인지 모른다. 그래서 알면서도 묵인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소진공(#3)이 알면서도 아직도 바로잡지 않고 있는 것처럼.

하지만 정부는 포르스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규칙을 최대한 완벽하게 만들어야 한다. 일단 대통령은 한국형 뉴딜과 그린뉴딜을 들고 나왔다. 소위 컨셉은 정해진듯하다. 조만간 세부적인 규칙이 나올 것이다. 그 규칙에는 트릭이 끼어들 여지를 주지 않을 만큼 최대한 완성도가 높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이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