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유산

열쇠 사진입니다.

아내와 출가한 네 자녀(누나3명, 아들 1명)를 둔 아버지가 비싼 아파트와 건물 하나를 유산으로 남기고 죽었다.
누나 3명은 이미 결혼해서 나갔고, 부모는 막내아들과 살아왔던터다.

법대로 하면 특별한 유언이 없는 한 아내와 세 자녀에게 일정비율로 유산상속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아내가 단독으로 유산을 상속 받았다.
아내(어머니) 의견은 “어차피 내가 죽으면 다시 나눠야 할테니 차라리 내가 갖고 있다가 죽거든 같이 나눠라”는 논리였다.
어머니는 끝까지 재산을 갖고 있어야 자식들에게 보호를 받는다는 점을 감안한 것 같다.

그런데 누나들이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아들한테 집을 나와서 살라고 다그쳤다.
어머니를 모시고 살면 그 재산을 아들에게 남길 가능성이 있어서였다.
아들은 “나중에 똑같이 나누겠다”고 약속했지만 딸들은 그 약속을 믿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아들은 어머니를 홀로 남겨두고 집을 나와야 했다.

여기까지는 어느 지인집안 유산상속에 관한 팩트다.

유산상속 문제는 현대나 롯대가문처럼 부자는 두말할 것도 없지만 수천만원에 불과한 연립주택 한채를 가지고도 자식들이 다투는 경우를 종종 보아왔다. 앞으로 유산상속 문제는 상당한 사회문제로 등장할 가능성이 커졌다. 옛날에는 체면이나 혈육의 정 때문에라도 부자연스러운 다툼을 피해보려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부자간, 혹은 형제간 우애도 예전만큼 못한데다가 경제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좀 비켜가서…
일본에서는 10여년 전부터 ‘사후이혼’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남편이 싫더라도 경제적인 이유로 이혼을 못했지만 죽어서까지 남편과 함께 묻히고 싶지 않다는 것이 그 배경이다. 그래도 2~3년전까지는 ‘묘자리’만 따로 쓰겠다거나 “남편과 별개로 수목장을 하겠다”면서 미리 나무를 사놓는 정도였지만 지금은 서류상으로도 정리하고 싶어하는 아내가 늘고 있다고 한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어차피 남편은 죽어서 혼인관계가 종료됐기 때문에 사후이혼은 불가하다. 그러나 남편과 인연을 끊을 수 있는 방법은 ‘인척관계 종료신청'(민법 728조2항)을 구청에 하면 된다고 한다. ‘인척관계 종료’란 남편과 그 식구들과 인연을 서류상 정리하는 절차를 말하며 오직 배우자만이 할수 있는 권리다. 또다른 사후이혼 방법은 혼전 성씨로 돌아가는 경우(민법 751조1항)인데 해당관청에 신고하면 쉽게 할수 있다고 한다.

다시 돌아와서,
남편이자 아버지인 남자들은 사는동안 가족을 위해서 앞만보고 달리느라 힘겹게 살아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랬기에 자신을 위한 투자는 별로 하지 못했고, 노는방법도 몰라서 은퇴하면 낚시나 등산이 고작인 경우도 많다. 이런 아버지들이 죽어서까지 외롭게 내 팽개쳐지는 씁쓸한 일들을 자주 본다. 슬픈 일이다. 그래서 유산은 재물유산( legacy)이 아니라 문화유산(heritage)으로 남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본인이나 자녀를 위해서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