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상공인 통합지원시스템 절실

금강따라가다 강경 부근에서

우리나라 중소상공인은 300만개를 넘고 있다. 그 가운데 IT,BT를 비즈니스모델로 하는 중소기업은 3만개 정도이며, 벤처기업은 8천개, IT를 기반으로 한 벤처기업은 2만개, 그리고 1인 이상의 제조업체가 30만개 수준이다. 나머지를 적게 잡아도 250만개에 이르는 자영업자들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정부가 지원정책을 편 업종은 자영업 외 업종들에 편중됐다. 지난 97년 경, 벤처가 일반에 회자되기 시작할 즈음부터 모든 투자는 벤처에 집중됐다. 김대중 정부들어 벤처육성은 핵심과제로 등장했고 그 덕분에 개그맨 사업가 심형래, 골드뱅크의 김진호 같은 벤처스타가 등장했다.

벤처 창업가들이 주축이 된 ‘신지식인 제도’도 이즈음에 나왔다. 저학력의 힘없는 아이디어맨들에게 사기를 진작시켜주기 위한 일종의 공적 반란이었다.

신지식인의 1호는 심형래다. 이 때문에 심형래가 용가리를 제작해 실패했고 여타 다른 프로젝트에서 연신 실패한 결과 ‘잡아 넣어야’ 할 상황도 있었으나 신지식인 1호라는 명분이 방패역할을 했다. 신지식인 제도를 만들고 벤처육성을 주창한 정부가 그 대표적 인물을 잡아 가둘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벤처는 김대중 정부에서 한껏 자태를 뽐내며 호화롭게 등극했다. 하지만 그 거품이 빠지고 벤처 비즈니스모델들의 허구성이 드러나면서 오늘과 같은 경기침체의 수렁에 빠지는 계기가 됐다. 물론 북핵문제, 유가상승등의 거시적 악재도 있었지만 …

-그들의 급성장 배경에는 IMF를 탈출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으로 알고 있던 정부의 벤처기업 육성 프로그램과 그 전에는 끄떡도 않던 투자자들이 어느 순간 동시에 허깨비를 본 듯, 묻지마 투자로 정부의 외침에 부응한 것에 기인했다. 닷컴이라면 무조건 덤벼들던 개미투자자들은 사이트오픈 만으로 순식간에 9억 9천만원을 몰아주는 참으로 신기한 세상을 경험했다.

그야말로 ‘대한민국 시스템의 오작동’이었다. 일단 유행을 탔으면 그 다음 계획을 미리 세웠어야 했지만 대비하지 않은 게 화근이었다. 아마도 이렇게 급속히 닷컴벤처 유행이 사라져 갈지에 대해서는 미리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바야흐로 텔레매틱스와 유비쿼터스의 거대한 물결이 몰려오고 있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는 기업이나 개인의 상황에 따라 차이가 크다. 기업은 새로운 비즈니스모델 개발이나 유통혁신, 마케팅의 획기적인 수단 등으로써 도입을 서둘러야 할 것이며 개인은 오프라인 업종과의 연계, 로드샵보다는 콘텐츠 비즈니스로 창업으로의 마인드 전환 등이 필요하다.

어디 온라인 기업뿐인가.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테이크아웃 전문점, 애견사업, 가격파괴 음식점 등 여러 오프라인 업종도 유행선상에 있다. 가맹점을 모집하는 가맹본부나 가맹점 모두가 유행이 지나갈 자리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서 지금부터 머리를 싸 메야 할 것이다.

유행은 선행(先行)하지만 안착하기까지는 후속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지혜가 필요하다. 유행은 마케팅의 일환으로 활용해야 하는 것이지 이를 창업의 모체로 삼아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이러한 결과는 즉각 자영업 수지 악화로 이어졌다. 지난 97년에 평균 점포당 매출이 300만원이었지만 10여년이 지난 지난해에는 오히려 248만원으로 급락했다. 말이 248만원이지 평균이라는 허구성에 수 많은 자영업자들이 몰락하고 신용불능 상태로 빠진 다수의 영세 자영업자들이 더 많았다.

사실 한달평균 248만원만 벌면 지금처럼 자영업자들이 울상이 되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최소한 현상유지 차원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부터다. 앞으로 최소한 1년 이상은 경기가 회복될 조짐이 전혀없다.

사실 소비는 일부 귀족 근로자 그룹인 대기업 근로자들이 해 주는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 종사자들이 이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각론으로 들어가면 자영업 활성화를 위한 지원시스템의 일원화가 급선무다. 지금의 상황은 자영업 창업과정에 여러 기관에서 한두가지씩 걸려있다. 음식점, 이용원, 목욕탕 등은 보건복지부가, 중소기업청은 소매업에, 노동부는 퇴직자 재취업에, 그리고 재경부는 자금부문을 담당하고 있는데 이를 통합하는 시스템이 절실하다.

사실 보건복지부는 자영업 활성화를 위한다기 보다 규제를 위한 부처이며 통계청은 자영업자 실태에 대한 통계조차 없다. 그렇다고 자영업 매출, 폐점율 등 갖가지 필요한 통계도 조사된 바 없다. 국세청은 음식점을 ‘음식숙박업’으로 분류해서 표준산업분류표에 의해 세금을 메긴다. 업종분류조차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것이다.

그 덕분에(?) 자영업자들의 평균 업력은 2.6년에 불과하다. 이 역시 평균이니까 상위 20% 정도를 제외하고 상당 수가 평균업력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자영업 활성화는 지원부처의 통합시스템이 절실하다. 부문별 업무 성격상 현실적으로 쉬운 것은 아니지만 부족하지만 뭔가 묘수를 찾아야 할 것이다.

자영업 창업자들도 정부의 안일한 지원대책만 성토할 일은 아니다. ‘준비된 창업’을 하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인 학습과 접근이 필요하다. ‘찍어주는 유망업종’에 연연할 게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업종을 스스로 찾을 수 있는 거시적인 마인드가 절대 필요하다. 그렇기에 창업교육도 한번으로 끝나는 특강이 아니라 ‘연쇄적 학습’이 가능한 ‘멘토링 창업시스템’에 관심을 가져야 함은 물론이다.

필자가 항상 강조하지만 창업아이템만은 스스로 찾을 수 있는 마인드가 필요하고 전문가는 이들이 스스로 찾아낼 수 있도록 기반조성과 정보제공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요즘 시대를 ‘노무현 시대’가 아니라 ‘이건희 시대’라고들 한다. 정치인은 일시적이지만 사업은 영원하기 때문이다. 이는 창업자들이 정치인이 아닌만큼 단기적이 아닌 보다 거시적인 안목에서 준비해야 함을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 실제로 정부는 자영업 정책수립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본데이터, 예컨데 자영업자 수가 얼마나 되고, 업종이 어떻게 구분되고 있는지, 업종별 평균 매출액은 얼마인지 등에 대한 정확한 자료가 거의 없다. 심지어는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지식서비스업이나 전자상거래, 그리고 재택사업자나 무점포 사업자를 단지 자영업자로 추정할 뿐, 자영업종 표준화를 위한 연구 움직임도 전혀 없다.

이러한 정책집행의 난맥상을 해소하고, 소상공인 육성시책 연구개발, 교육프로그램 개발 등을 전담하기 위한 소상공인진흥원을 오는 3월에 출범한다고 발표했다. 늦었지만 잘한 일이며, 하루라도 빨리 출범하여 자영업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하는 기관으로 자리 메김해야 할 것이다.

또한 궁극적으로 자영업은 경기적 지원정책이 아닌 구조적 지원시스템이 절실하다. 따라서 언급한 지원방안들이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립되어야 할 뿐 아니라 연속성을 가져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러한 바탕위에 거시적인 자영업 육성을 위한 시스템 구축이 병행된다면 금상첨화다. 공공정보의 상업적 활용 허용, 소상공인 관련 정책정보 포털사이트 개발, 정부지원자금으로 개발된 각종 범용 소프트웨어 및 솔루션의 이용 확대를 위한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이 절대 필요하다.

특히 정책자금으로 개발된 소기업 관련 소프트웨어나 솔루션은 제대로만 활용하면 직접적인 자금지원보다 그 부가가치가 훨씬 크다. 지난 94년 공공DB 개발사업부터 최근 정통부가 지원한 소기업네트워크 사업에 이르기까지 개발해 놓고도 무용지물이 된 경우가 대부분이고 사후검증 시스템도 엉망이다. 이 가운데는 소상공인들이 채용하면 도움이 되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정보를 일괄적으로 접할 수 있는 창구가 없다.

따라서 자영업 정책이 겉돌거나 중단되지 않고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21개의 중소기업 관련부처와 105개에 이르는 지원기관 등이 내 놓은 각종 제안을 통합, 수립하여 효과적으로 집행할 수 있도록 보다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이방인

이 글은 사울경제신문 ‘토요산책(2006년 6월)에 기고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