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신문을 아시나요?

지난 88년, 시드니를 여행하던 중에 다운타운 지하상가를 지나다가 흰 수염을 멋드러지게 늘어뜨린 노인 앞에서 여학생들이 무언가를 기다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얼마 후 그 노인은 기다리던 학생에게 예쁘게 디자인된 네다섯장 정도의 두꺼운 A4 사이즈 노트를 건네주었고 받아든 학생들은 한참을 들여다보며 즐거워했다.

다름 아닌 생일신문이었다. 태어난 날의 역사가 곱게 정리되어 있었는데 정치, 경제, 문화, 사회 등의 세계적 사건을 일목요연하게 프린트한 것으로 친구나 애인에게 선물용으로 인기가 높다고 했다. 당시 내 생일신문도 받아왔지만 구체적으로 기억할 수는 없어도 꽤 흥미로운 사건들이 적혀있었던 기억이 새롭다.

예컨대 이런 것이다. 생일이 10월 11일이라면

shop in shop 아이템으로 꽤 괜찮을 듯싶어 한동안 궁리해 보기도 했다. 우선 일별 데이터가 필요했다. 주로 여학생들이 고객이기 때문에 10대에서 24세 정도까지의 연도와 365일의 소사 등이 DB화 되어 있어야 가능했다.

당시에는 인터넷이 상용화되기 전이라 신문사에 가서 각종 자료를 뒤적여 봤으나 쉬운 일은 아니었다. 차라리 호주에서 DB를 사오는 것이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5년여 전쯤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조선일보 사이트에서 유사한 정보를 발견했다.

신문사에 전화를 해서 관련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느냐고 했더니 자기네들이 직접 사업을 한다며 거절했다. 이유인 즉, 생일날 발행된 신문을 동판을 떠서 기념으로 사가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다소 상품의 차이는 있으나 컨셉은 유사하다. 요즘도 잘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지금도 유효한 아이템인 것만은 틀림없다.

지금 한다면 오프라인보다는 앱으로 전개하는 편이 나을 듯싶다. 생일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관련 정보가 편집되서 제공되는 시스템이면 무난할 듯 하다. 요즘은 디자인된 두꺼운 종이로도 인쇄가 가능하기 때문에 그다지 문제는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생일신문 자판기가 나왔다. 요꼬하마에 있는 69층짜리 랜드마크 타워에 가면 볼 수 있다. 4백엔을 주입하고 생년월일을 입력하면 태어난 날의 아사히신문 1면이 인쇄되어 나온다. 물론 호주에서와 같은 여러 다양한 정보가 수록된 건 아니지만 진일보한 시스템인것만은 분명하다.

제과점과 파트너십을 맺는다면 보다 효고적일 것 같다. 생일 케익을 선물하려는 사람이 그날의 세계사를 기록한 생일신문을 추가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하면 상생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고객이 반복구매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지 신문만으로 자판기를 만든 것은 그리 오래갈 것 같지는 않다. 보다 다양하고 정보의 종류도 다른 DB기반의 서비스가 반복구매를 이끌어 낼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아이디어만큼은 참신하고 재미있어 보인다.

이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