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도 상관없다. 지금까지는…

오래 전, 강의할 때 “나의 청년기는 헝클어진 실타래 같았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뭔가 분명히 똘똘 뭉쳐있긴 한데 풀어 쓰는 방법을 잘 몰라서였습니다. 필요한 실을 적절히 풀어쓰면 유용하게 쓰일텐데 말입니다. 그랬던 내가 지금은 꽤나 정돈된 지식으로 그럭저럭 잘 살고 있습니다.

이 얘기 끝에 한 분이 자신은 “겨울 분수대 안에 뒹구는 탁구공 같다.”고 하더군요. 추운 겨울, 물을 뿜지 않은 황량한 분수대에서 쌀쌀한 바람에 나뒹구는 탁구공을 연상해 보면 참 가볍고 쓸쓸해 보였습니다. 그랬던 그녀는 지금 한 기관의 장(長)이 되어 활발하게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나는 초등학교 들어가서 가슴둘레를 잰다기에 아래 그림처럼 이렇게 재는줄 알았습니다. 그랬더니 진짜 양 손을 들라고 하더군요. 그러나 웬걸 다른 곳을 재는 것이었던 것입니다.^^ 수원의 한 명문 고등학교에서 강의할 때 이 말을 했습니다. 모두가 웃었지요.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가슴둘레 재는 법

 

그날 저녁 한 여학생으로부터 메일이 왔습니다. “저는 공사장을 지날 때 ‘현장소장 백’이라는 글을 보고 현장소장은 다 백씨인줄 알았습니다.”라고. 청중이 많아 부끄러워서 말을 못했다면서. 나는 답장을 이렇게 했습니다. “신문에 처녀비행했다고 나오길래, 처녀가 조종사인줄 알았습니다.”라고. 그 소녀는 지금 고려대 의대를 나와 의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혹시 지금, 지식이 부족하다고 걱정하고 있나요? 그래서 기초부터 튼튼히 하라는 선생님들의 조언에 충실하고 있나요? 나는 이런 생각이 듭니다. “지식이란 표현하는 능력”이라고. 몰라서, 덜 배워서가 아니라 표현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것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표현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기초가 튼튼해야 할까요? 나는 여기에도 이의가 있습니다. 기초란 무엇일까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기초이고, 그 나머지는 또 무엇일까요? 수학을 못해도 옷살 때 계산 잘하고, 심리학을 공부하지 않았어도 상대의 생각을 대충 읽을줄 알지 않나요?

그냥 그걸로 충분합니다. 지식을 쌓기 위해 죽도록 공부만 하기보다 이제는 표현하는 방법을 한번 생각해 보는게 어떨까요? 표현이 서툴다면 살을 좀 더 붙여서 이어가면 됩니다. 살 붙일만한 표현이 생각나지 않는다면 한번 검색해 보세요. 구글, 네이버 등 너무나 유용한 도구들이 많이 있잖아요? 괜히 당파싸움질에 나댕기지 말구요.

내 경험으로는 자꾸 써봐야 늘더군요. 언제 어떻게 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작정 주입해봐야 나중에 가면 생각이 안나거든요. 글로 써 두면 기록으로 남고, 말로 하면 그 소리의 상당 양은 내 귀에 다시 들어오기 때문에 장기기억에 효과적이니까요.

자. 시작해 볼까요?

이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