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워드(Magic words), 그 허탈한 상실감

오늘, 창업 특강의 주제는 ‘빅데이터로 해석한 마케팅 전략’이었다. 강의가 끝나고 지방에서 올라온 한 수강생이 살짝 다가와 물었다. “그런 빅데이터를 어디가면 볼 수 있어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상권정보시스템’이나 ‘나이스비즈맵“에서 볼 수 있다고 알려줬다.

그 수강생이 다시 물었다. “거기 가면 교수님 자료처럼 그런 데이터를 볼 수 있나요?”. 나는 늘 이 부분에서 막힌다. “아~ 이 데이터는 별도로 구입한 데이터라 돈이 좀 들어요. 하지만 일반인들은 구입해도 해석이 좀 어려울 수 있어요.” 이 정도로 말할 수 밖에 없다.

나는 말을 하면서도 질문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기운이 빠진다. “그럼 나보고 가게하나 창업하는데 빅데이터를 사서 분석하라는 말이야?” 혹은 “그럼 창업할 때, 당신한테 상권분석 컨설팅을 받아야 한다는 말이야?” 이렇게 되묻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늘 이렇게 밖에 말해 줄 수가 없다는 점이 참 미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늘 “입지업종을 창업하려면 최소한 상권분석은 해 봐야 해요.”라고 말한다. 말 하면서도 참 답답하다. (이 문제는 나중에 한번 더 다루기로 하고)

매직워드(Magic words). ‘신비한 힘을 가진 표현, 혹은 타인을 배려해 주는 사소하지만 강력한 힘을 갖는 표현’이라고 정의된다. 언급한 사례에서 “상권분석을 해보라”는 것 같은 워드를 일컫는 말이다.

언젠가 나는 페이스북에 어떤 칼럼에서 “청년들이 좀더 노력하면~~”이라는 말을 쓴 적이 있다. 이 말도 대대손손 물려받은 강력한 매직워드다.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니까. 그런데 그 글에 한 청년이 이렇게 댓글을 달았다. “노오오오오오오력???”

그 댓글을 보고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 댓글은 내 가슴에 이렇게 꽂혔다. “누가 그걸 몰라서 못해요?” “그럼 노력하면 다 성공하겠네요?” 라고 읽혔다.

아차, “내가 지금 청년들의 실상을 미처 알지 못했구나” 그리고 이어진 자책. “So How를 제시하지 못했구나.”

교육자들은 일반적으로 이러한 매직워드로 ‘지도’한다. 그러나 현실은 ‘청소년 부전패(不戰敗)의 시대’다. 즉 ‘싸우지 않고 지는 것’을 말한다. 과거에는 ‘파이프라인 효과’라도 있었다. 일반대학을 가면 괜찮은 기업에 취직할 수 있었고, 상고를 가면 회계업무 자리라도 차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도전할 기회조차 박탈 당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거기다 대 놓고 매직워드로 지도를 해봐야 학생들이 수긍할 리가 만무하다.

자기주도학습도 어찌보면 매직워드일 뿐이다. 정형화된 학습이 아니라 스스로가 중심이 돼서 결과를 이끌어내는 학습법이니까 들으면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약간 비틀어서 해석해 보면…

  • 스스로 과제를 찾아 내고
    → 스스로 과제를 찾아 내지 않는 사람은 마음대로해라
  • 스스로 공부하고
    →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모르면 그 방법을 찾아야지
  • 스스로 생각하고
    → 스스로 생각하는 방법을 모르면 다른 사람이 시키는대로 해라
  •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 주체적으로 판단 할 수 없다면 사회가 말하는대로 해라
  • 문제를 해결하는 자질과 능력을 키우자
    → 자질이나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순응해라

다소 불편하게 들리겠지만 이렇게 밖에 달리 해석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여기서 나는 한 행정가이자 교수인 사람이 얼마 전 한 말이 오버랩된다. 공식적인 시험을 한번도 치르지 않고, 명문 의전원까지 직행한 자녀 문제를 두고,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한 말이다. 사전에 입을 맞춘 듯, 해당대학 교수도, 정당의 지도자도 같은 말을 내 뱉고 있다. “법적으로만 문제없으면 뭐든 해도 좋다”는걸 지도층에서 사례까지 들어 너무나 명확하게 잘 가르쳐준 꼴이다. 

그 행위들을 정당화하려는 그야말로 매직워드다. 그리고 그의 자녀는 부전 전승을 했다. 그 세대 다른 학생들이 도전도 해보지 못하고 부전패를 당하고 힘들어할 때, 힘있는 부모의 힘을 빌어 승승장구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말 자체에 특권이 들어있는 것을 그들은 왜 모를까? 일반인들이 법적으로 문제없게 처리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을 말이다.

이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