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잘못 들면 돌아오는 길이 더 힘들다

백마강에서

[장면1],

게으른 탓에 오랫동안 찾아뵙지 못했던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최준영 총장을 만나러 경기도 시흥으로 향했다. 초행길이지만 움직이는 내비게이션이라고 생각했던 터라 사전에 학교 홈페이지를 가볍게 확인하고 메모도 없이 출발했다. 외부순환 고속도로->안현JC->제2경인 고속도로(인천방향)->신천IC->시화공단으로 나와 있었다.

신천IC를 나와 시화공단 방향으로 이정표를 따라 가자 이내 학교안내 표지판이 붙어있어서 줄곧 그 길을 따라 갔다. “한국산업기술대학교 8km”, 이제 다 왔구나 싶었는데 문제는 그 때부터 시작됐다. 통상 8km정도 거리는 5분정도면 충분한데 상당히 갔음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나타나지 않았다.

“남자는 길을 묻지 않는다.”고 하던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설마 작은 지방에서 대학교를 못 찾을 것이란 생각은 해보지 못했기에 큰길을 따라 줄곧 달렸다. 그런데 나타나야 할 학교나 이정표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주유소를 들러 물었더니 “ 이 근처에는 대학교가 없는데요?” 한다. 순간 잠시 당황했다.

조금 더 가면 있겠지 싶어서 내친김에 더 갔더니 남동구청이 불쑥 나타났다. 이미 목적지와 30여분 거기로 멀어져 버린 것이다. 톨게이트를 지나면서 통화를 했던 터라 도착할 시간이 지났음에도 나타나지 않자 총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너무 많이 갔구먼. 오다보면 18층 큰 건물은 여기밖에 없는데…”하신다. “알아서 다시 가겠노라”고 하고 유턴해서 줄기차게 달렸다.

하지만 총장님과 4번의 통화를 하면서까지 찾지 못하고 결국 택시를 앞세우고서야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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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문제 전문가로 유명한 선한승 박사를 만나기 위해 알려준 길을 따라 그의 별장으로 차를 몰았다. 고속도로를 굳이 탈 필요 없이 양평->홍천->6번도로->횡성시내->박경리문학관->안흥까지 오라고 일러줬다. 찐빵의 고장 안흥은 이전에도 두 세차례 가봤던 곳이어서 쉽게 갈수 있는 곳이다.

안흥 초입에 찐빵의 원조인 ‘심순녀 찐빵’집에 들러 한 상자를 사면서 전화를 했다. 그곳에서는 10~15분정도면 충분하다면서 “강림면 소재지를 지나 1km정도 오면 오른쪽으로 ‘그린농장’이라는 팻말이 보일 것”이라면서 ”주천강을 따라 오면 첫 마을이 면 소재지고 그 길을 쭉 따라오라.“고 했다. 이윽고 이정표가 나타났다. 그런데 강림면은 보이지 않고 ‘병림면’만 보여서 ”내가 잘못 들었거니…“하고 줄곧 달렸다.

이윽고 마을이 나타났다. 1km를 더 갔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그린농장’은 보이지 않았다. 통상 지방에서는 상당히 먼 거리도 1km정도라 하던 생각이 나서 계속 달렸다. 안흥 초입에서 통화를 했던터라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도 도착하지 않자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면사무소 지나야지요?” 라며 먼저 아는 체 하고는 곧 도착할거라고 끊었다. 자신있게 말했던 이유는 이정표에 “병림 24km”가 보였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벌써 20분은 온 것 같은데 아직도 24km나 남은 거리를 10~15분 거리라고 말해준 선 원장에게 내심 ‘길치’라며 웃었다.

이윽고 병림을 지나 수 km를 갔지만 그린농장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앞에 표지판에 성우리조트가 나왔고 이내 ‘평창천’이란 팻말이 보였다. 너무 많이 온 것이다. 다시 돌아 돌아 한 시간 넘기고서야 겨우 도착했다. 문제는 실제로 강림면이 있는데 대충 듣고서 방림면일 것이라고 판단해 버린 탓이었다. 안흥에서 줄곧 방림면 이정표밖에 없었던 것도 한 이유다.

도착하자마자 선 원장의 일성은 “이 원장은 다 잘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 완전 길치로군.” 하신다. 덕분에 한바탕 웃고 그 고장의 명품이라는 강림순대로 저녁을 함께 했다.

그동안 전국 어디를 가나 네비게이션 없이도 그다지 어려움 없이 다녔던 나였기에 인간 내이게이션이라 불리기도 했는데 연 이틀을 어디에 홀린 듯 비교적 뻔한 길을 잘못 간 덕분에 하루아침에 ‘길치’가 되어버린 경험을 했다.

문제는 길을 잘못 들었을 때 다시 돌아서 찾는 일이 훨씬 더 힘들다는 귀중한 사실을 깨닫게 됐다. 이는 두 가지 이유에서다. 그 하나는 일반적으로 운전자가 가던 길을 향해서만 프로그래밍 되어 있기 때문에 반대로 오는 길에는 그만큼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는 점이다. 거꾸로 생각한다는 것이 단순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긴장을 필요로 한다. 둘째는 일단 잘못 들면 긴장되거나 당황하게 되서 또 다른 착오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다. 냉정하게 혹은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일도 일단 당황하면 그만큼 판단이 흐려지는 것이다.

결국 나는 한국산업기술대학교를 찾아가는데 택시를 앞세워 찾아가는 방법을 택했고 그 대가로 8천 8백원의 길안내 컨설팅을 받은 셈이 됐다. 만일 8km전방에서 같은 방법을 썼다면 시간은 한 두시간 절약되고 택시비(컨설팅비용)도 2천원 정도면 충분했을 것이다.

강림에서도 어차피 찐빵을 사기 위해 내린 곳이니 그 집에서 강림면 가는 길을 물었다면 불과 500m 앞에서 우회전하라는 얘기를 들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1시간 20분을 길거리에서 소비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묻지 않고 고집부린 대가는 여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기다리는 사람에게 시간약속을 지키지 못한 이미지 훼손과 길거리에 뿌린 유류비도 대가없이 소비해 버린 결과를 가져왔다.

길을 잘못 들면 이렇듯 돌아오는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든다. 그 뿐 아니라 그로인한 금전적 낭비와 심리적 훼손도 적지 않다. 우리의 인생에서도 마찬가지이며 창업 또한 그렇다. 고집부리지 않고, 과한 자존심 내세우지 않고, 사전에 전문가에게 물어서 가면 그만큼 안전하고 빠르게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대가없는 기회비용을 절약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