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기상정보를 팝니다

세계 경제의 80%는 직·간접적으로 날씨의 영향을 받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10%가량이 직접적으로 날씨의 영향을 받는다는 통계도 있다. 그동안 날씨는 농업, 어업, 스포츠 등 일부 산업에 제한적으로 활용됐으나, 오늘날에는 산업 전반에서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백화점이나 마트 같은 대형 유통업체들은 비가 오면 비의 양과는 관계 없이 평균 10% 이상 매출이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다양한 방법으로 유인 마케팅을 동원한다. 예를 들면 비 오면 추첨권 당첨 확률을 높여주고, 장마철에 장마상품을 구입하면 50% 할인, 레인커버 제공, 놀이공원 입장료 반값 등 일반적인 마케팅들이 있는데 이 가운데 할인 전략은 자영업에서도 적용할 만하다.

그러나 자영업에서는 유통업체보다 좀 더 세밀한 날씨 마케팅이 필요하다. 성공 사례 몇 가지를 살펴보면, 모 제과 프랜차이즈는 기상·매출 관계데이터 분석을 통해 ‘날씨 판매지수’를 개발, 보급해 한 달 만에 조리빵 매출을 30% 끌어올리기도 했고, 어느 김밥 전문점에서는 날씨변화를 예측한 재료 구입으로 30% 이상 원가를 절감해 점포당 월 150만원가량의 매출상승 효과를 보기도 했다. 

날씨 예측을 잘 해서 대비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가게의 매출 변동 폭은 30% 정도라는 게 정설이다. 그래서 가게들, 특히 유통소매업에서는 경기보다 마케팅, 마케팅보다 날씨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비만 오면 우산 판매가 급증하는데 ‘방사능 비’ 우려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로 세계에서 가장 우산이 많이 팔리는 국가는 일본으로 작년 한 해 동안 1억3000만 개가 팔렸다. 그런가 하면 장마철에 패션 코디를 해주는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한 기업은 지난해 장마 덕분에 단숨에 인기 앱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미국의 아웃도어브랜드 ‘할리한센’은 점포 내부에 기상 모니터링 장비를 두고 기후에 따라 실시간으로 진열을 다르게 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

최근에 와서 이렇게 다양하게 쓰이고 있는 듯 보이지만 날씨 정보는 미국에서 1940년대부터 시작됐다. 필자가 지난 1992년에 일본을 방문했을 때, 포인트 예보를 민간사업자가 하고 있어서 색다른 느낌을 받았다. 당시 우리나라는 기상청이 독점하고 있어서 사업화하기가 불가능한 시점이었다. 

당시 일본의 포인트 예보는 주로 낚시, 골프, 서핑 등에 적용하고 있었는데, 1988년에 창업했다. 반면 한국은 1997년에 민간 날씨정보 제공업체가 탄생하긴 했지만 일반인에게는 여전히 생소한 서비스이다. 물론 최근 들어 기상청이 빅데이터를 제공하고 스타트업이 서비스모델을 개발할 수 있게 지원하는 정책이 시행되고는 있지만 창업한 사례는 없다.

그런데 최근 개인이 집에서 기상정보를 관측해서 이웃에 판매하는 혁신적인 비즈니스모델이 미국에서 나왔다. 태양광이 에너지를 만들어 되파는 형식과 같은 매커니즘(mechanism)이다. 지금까지 기상 관측장비를 설치하는 것은 일부 기상 마니아들에게나 볼 수 있었다. 기상 상태를 사전에 감지하기 위해 IoT 기술을 채용했다.

2012년에 위스콘신 매디슨에서 창업한 언더스토리(Understory)가 그 주인공 기업. 정밀하고 내구성 높은 기상 관측 스테이션을 개발하는 벤처기업이다. 가정용 TV 안테나와 비슷한 크기의 기상관측 스테이션에는 각종 기상센서가 내장되어 있다. 부품 수가 적고 태양광 발전으로 가동하기 위해 실외의 가혹한 설치 조건에서도 5~7년 동안 초당 3,000회 이상의 데이터 관측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Understory는 기상 관측 스테이션을 시판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으로 관측 지점의 블록을 점차 넓혀 나감으로써 포인트 기상정보를 만들어 낸다. 이렇게 생산된 정보는 기업이나 지자체에 팔려 나간다. 그러나 주요고객은 단연 보험 회사와 농업인이다.

이 회사의 기상관측소는 풍속, 온도, 강수량 이외에도 우박 관측까지 실시간으로 할 수 있는 것이 특징. 텍사스나 콜로라도는 미국에서 가장 우박이 자주 내리는 지역이어서 보험회사는 자동차의 우박 피해에 대한 보험금 지급 부담이 크다.

어느 지역에서 우박이 내릴 것으로 관측되면 그 정보를 보험가입자에게 통지하여 미리 대피하도록 함으로써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우리집 앞마당에 기상스테이션을 하나 세우면 어떨까 싶다. 그렇게 되면 옆집 슈퍼마켓이나 치킨배달 음식점, 세탁소 등에서 우리집에서 생산된 날씨정보를 사지 않을까?^^ 늦게 출발하긴 했지만 우리나라도 기상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이 다양한 정보를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곧  초입지로 세분화된 정보를 내 손 안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