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금이 주는 메시지

한국의 음식부자들 공동저자 김소영 님

점포창업을 하기 위해 좋은 입지의 점포를 선정하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요즘 외식업은 입지산업이라 할 만큼 입지가 중요하며, 특히 초보자에게 있어선 사실 무엇보다 목이 중요하다. 점포의 위치가 좋으면 비효율적인 경영으로 인하여 발생되는 문제점들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지만, 일단 위치가 좋지 않다면 경영주가 아무리 유능하다 할지라도 그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게 되며, 또 설사 능력을 십분 발휘해서 점포 경영을 정상화시킨다고 해도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 뒤따른 뒤에야 그 결과가 나타나는 법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점포를 구하러 다녀보면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권리금인데, 이것은 점포임대차와 관련해 임차인이 특별하게 누리게 될 장소적 또는 영업상의 이익에 대한 대가로서, 임차보증금과는 별도로 지급되는 금전적인 대가이다. 즉 점포를 매도함으로써 포기해야 하는 시설비와 영업권을 뜻하는 권리금은 차후 돌려받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많은 창업자들은 공중에 뜨는 돈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권리금을 많이 요구하는 점포를 인수하는 것은 부담이 매우 큰 일이다. 그러나 점포 임대료가 유난히 싼 점포는 한 번 의심해 보아야 하며, 특히 주인이나 점포임대인이 유사업종에 종사했다면 그 점포는 다시 한번 고려해봐야 한다.

그런 복잡함 때문에 권리금이 없는 신설점포를 계약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는 상권형성이 안되어 있거나, 형성되는 과정에서 불안할 수도 있고, 영업이 부진할 경우에는 시설 투자에 대한 시설권리금 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매도해 손해 볼 위험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또한 문제가 된다.

그렇다면 권리금이 있는 것이 좋느냐 나쁘냐의 문제는 사장의 외식업 경영 경험여부에 달려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초보자의 경우, 권리금이 있더라도 좋은 입지를 선택하는 것이 안전하고, 어느 정도 경험을 쌓고 외식업에서 잔뼈가 굵다면, 2급입지를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입지라면 대부분 권리금이 붙어 있는 현실 속에서 일반적으로 임대인과 흥정을 적절히 하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라고는 하지만, 성공한 음식점 사장들의 말은 하나같이 오히려 그 점포에 적절한 권리금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오히려 권리금이 있는 입지를 과감하게 선택하라는 것이다. 권리금은 결코 ‘공중에 뜨는 돈’이 아니라는 것이 그들의 말.

권리금은 실패에 대한 보험

신사동 아카카의 김지환 사장은 오픈하기까지의 준비기간 1년을 모두 좋은 입지선정에 쏟았다고 한다. 그는 음식을 할 줄 아는게 없었으므로, 음식에 관한 부분은 가장 믿을 만한 조언을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 컨설팅 업체인 OGM을 찾아가 상의하고, 그 외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 중에서는 입지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1년간 서울 각지의 인기 있는 상권들을 다니면서 꼼꼼하게 고심하여 장소를 선택했고, 업종은 그 후에 선택한 케이스다. 또한 그는 외식업에서는 직접적인 경력이 없었기 때문에, 실패할 경우를 염두해 두었는데 혹시 나중에 잘 안되어서 나가게 되더라도, 투자한 것을 ‘다 까먹지는 말자’는 생각으로 ,‘나중에 팔 때 어느 정도의 권리금을 받을 수 있는가‘ 또한 크게 고려했다. 곧, 자신의 실패에 대한 ’보험‘의 의미로 권리금이 높은 입지를 선택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얻은 신사동의 입지는 전철역에서도 가까울 뿐 아니라 그 전의 가게도 꽤 잘 운영되던 터라 톡톡히 권리금을 치렀지만, 다행히 주변에 이렇게 큰 음식점도 몇 군데 없고 해서 오픈하자마자 매상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권리금은 성공에 대한 가능성

신촌 랜(LAN)의 최동원 사장은 권리금이 없거나 싸다고 무조건 좋은게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한다. 그런 안 좋은 자리에서 굳이, 저렴하게 소자본으로 창업하겠다고 들어가면 대부분 그나마 투자한 것도 못건지고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권리금 자체가 어느 정도 이유가 있으므로 그 점을 항상 감안하고 신촌지역의 값비싼 대가를 정당하게 지불하고 과감하게 선택했다고 한다. 그가 이 입지의 가능성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선택까지는 아무리 좋은 입지라고 해도 스스로 검증을 많이 해봐야 한다.

최사장은 단지 주인의 말이나, 남의 말만을 듣지 않고, 본인 스스로 이 점포 앞에 수십 번을 와서 정말 이 자리가 그런지를 어떤지 주변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끊임없이 관찰했다고 한다. 저녁시간은 물론이고, 한밤중에 와서도 보고, 아침에 와서도 보고, 오후에 와서도 보았으며, 시간대 뿐 아니라 요일별로도 보고 또 보았다. 주말과 평일의 유동인구가 많은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학주변이기 때문에 방학중에 유동인구의 변화는 어떻게 되는지도 살펴보아야 했다. 어느 순간 ‘여기다‘라고 할 것이 아니라, 선택은 본인의 몫이고 그에 따르는 운영도 본인의 책임이므로, 시간을 더 들여서라도 더 많이 검증해보고 선택했다는 최사장은, 일단 입지의 가능성을 확인하게 되면 높은 권리금을 치르고 과감하게 나서야 한다고 한다.

이 두 사장은 좋은 입지를 선택하여 성공적인 운영을 하고 있지만, 입지를 선택함에 있어서 권리금에 대한 태도는 대조적이다. 아카카의 김지환사장은 성공하겠다라는 자신감보다는 설사 실패한다 하더라도 큰 손해를 보고 나가진 않겠다는 생각으로 권리금을 ‘보험’으로 생각하고 치렀다. 반면에 랜의 최동원 사장은 이 입지에서 창업하는 것을 자신과의 싸움으로 여기고 꼭 이겨야겠다는, 남이 뭐라 해도 흔들리지 않을 꿋꿋한 자신감이 있었기에, 권리금을 ‘가능성’이라고 여겼다.

여러 입지들 중에는 권리금이 한 푼도 없는 것에서부터 몇 억대에 이르기까지 유형이 천양지차다. 하지만 권리금 산정의 방법이 명확한 것도 아니고, 때문에 그 권리금이 점포에 합당한지 아닌지는 처음부터 쉽게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 보게 되면, 권리금에 관한 하나의 명확한 전제를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장사가 안 되는 점포에 권리금이 있을 리 없고 장사가 잘 되는 점포에 권리금이 없을 리 없다는 것이다.

이 글은 ‘한국의 음식부자들’ 공동저자 김소영(당시 이화여대 학생)님이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