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앞에서

우리 국민은 여러 측면에서 잘하는 것이 참 많다. 성수대교 붕괴사고나 삼풍백화점 붕괴의 원인이라던 “빨리빨리”가 예전에는 병이라더니 지금에 와서는 장점이라고들 추켜세운다. IQ는 세계 2위로 높고 애 적게 낳는 것은 세계 1위다. 1위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자살도 하루에 약 40명이나 하는 OECD 국가 중 1위의 자살국가이며, 일하다가 죽은 노동자 비율도 10만명 당 21명으로 1위, 노인빈곤율도 48.5%로 1위에 등극했다.

어디 그뿐인가? 황우석의 줄기세포는 손재주 좋은 한국 사람이 아니면 그렇게 정교하게 젓가락질 하지 못할 것이고, 익산에 보석가공 단지를 둘 정도로 가공기술 또한 으뜸이다. 혹시 알고 있는가? 일본의 애니메이션 오더를 한국에서 거의 70%나 소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최소한 긍정적인 측면은 이렇듯 많다. 하지만 또 다른 ‘오기’가 한국인의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는 경우도 많다. 대통령은 될 때까지 계속 도전하고, 말레이시아 같은 더운 나라에서 영상 45도아래서 공치는 사람은 한국사람 뿐이고, 몽골의 영하 45도 날씨에도 “죽어도” 말 타는 사람 역시 한국사람 뿐이라는 사실을.

또 있다. 청결로 치면 우리나라 사람을 따를 종족이 없다. 확실한 위생을 위해서 잘 씻어서 밥해놓고도 거기다 또 물로 빨아서 먹고, 뼈가 다 부스러지도록 끓여서 곰탕 만들어 먹기도 하며, 버려야 할 배추쪼가리랑 뼈 조각을 다시 주워다 끓여서 감자탕 만들어 먹는 것도 늘상 보는 풍경이다. 열 받는 일이 얼마나 많으면 뜨거운 물을 마시면서 “아~ 시원하다”라고 하겠는가?

희생정신 또한 무시못할 한국인이다. 자식을 위해서는 자기인생쯤 버려도 좋은 엄마들이 말레이시아 화교학교에도, 섬나라 뉴질랜드 ‘넬슨’에도 있고 호주 땅 끝 마을 ‘퍼스’에도 가 있다. 우리 ‘엄마’들은 늘 후세를 위해서만 온 정성을 쏟는다. 그러다 보니 실제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는 깊게 고민할 기회가 적다. 나중에 ‘아차!’ 싶을 때는 이미 경력단절 여성으로 사회의 정책지원 대상으로 내려 앉아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집’ 또한 한국인의 근성 가운데 하나다. 위험국가라고 가지 말라고 애원해도 아프카니스탄을 죽어도 들어가려고 야단이고, 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해도 다단계에 들어갔다가 사기당하면 피해자라고 울고불고 난리를 피운다. 그 책임은 엉뚱하게도 ‘나라’에 돌린다. 덕분에 사기꾼 잡는다고 혈세로 월급 주는 순사들만 매년 늘어난다. 이러다 우리나라가 경찰국가 되지 않을려나 몰라.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언급한 사례들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열심히 사는 국민”이라고나 해야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지금 같은 경제 위기상황이 오면 제일먼저 죽겠다고 난리를 피우는 것일까? 유럽이나 베트남, 중국인들보다 훨씬 더 많이 일하고 열정을 쏟는데도 말이다.

그 해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열심히만 하면 돈 벌수 있다.”는 신념 때문에 무턱대고 열심히만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가치방향과 정향성(定向性) 등 ‘기본’을 무시한 채, 마치 100m 달리기 선수처럼 뛰기 때문이다. 우리가 산을 오를 때 뛰어간다고 해서 더 높이 오르는 것은 결코 아니다. 에베레스트 등정도 제1캠프가 있고 제2캠프도 있다. 정상공격을 위해서는 일정한 ‘쉼’도 꼭 필요하다. 때로는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다. 주식도 어느 정도 떨어졌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사는 것은 떨어지는 만큼 벌고 들어가기 때문에 중요한 전략이다.

요즘 우리사회는 ‘극과 극’이다. 끝없는 사회분열과 지역갈등, 상식보다는 이념을 중시하고 사람보다는 출신 지역과 학교를 본다. 21세기 들면 안 그럴줄 알았는데 갈수록 더 심하다. 인터넷 기사 댓글에 보면 지역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스트레이트 기사에도 대놓고 욕질이고, 좋은 정책 제안에도 ‘저편’이라서 공격한다.

가끔은 쉬었다 가고, 때로는 기다려 보자. 당장 나에게 이롭지 못하다고 뭉쳐서 덤비지 말고 저편에서 한번만 생각해 보자. 아니 한 500m상공에 올랐다고 생각하고 내려다보자. 한 박자만 늦춰보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닌 것을…

오늘도 시끄러운 국회의사당 앞에서…

이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