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다시 만난 ‘최초’들

헤럴드경제 김영상 에디터의 페이스북사진

얼마 전, 우리 사무실 옆 방에 새롭게 이사 온 기업이 있었다. 늘상 나가고 들어오는 풍경이 익숙해서 무심코 지나쳤는데 내 걸린 간판을 보고 깜짝 놀랐다. 25년쯤 전에 가깝게 지내던 분의 상호였기 때문이다.

1993년, M&A라는 말이 낯선 시절에 국내 최초로 기업 인수합병을 비즈니스모델로 한  ‘프론티어 M&A’를 설립한 성보경 회장이 장본인이다. 당시 우리는 업종은 서로 달랐지만 정보의 중요성을 실감하던 때라 몇몇 전문가들이 모여 정보를 나누기 위한 포럼을 만든 적이 있는데 그 중 한 분이다.

프론티어 M&A 성보경 회장

당시 우리가 만든 정보지가 요즘말로 일종의 ‘찌라시’였다. 전문가 70여명이 자기 분야에서 중요한 정보를 매주 보내 취합한 다음, 다 같이 다시 나눠보는 구조였다. 내가 정보를 주는데도 취합된 ‘찌라시’를 받아보려면 거금을 내야 했다. 내 기억에 월 80만원쯤 했던 것 같다.

내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돈을 낸다는 게 언뜻 이해가 안가겠지만, 내 것 하나를 주고 다른 분야 70여명의 정보를 받아보기 위해서는 그 정도 대가는 내야 한다는 생각에 다들 선뜻 동의했다. 당시 이를 주도한 김대식 대표는 지금 뭘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서천범 소장

성보경 회장이 이사 오기 전까지는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서천범 소장이 그 사무실로 썼다. 서 소장도 이 분야 원조다. 레저산업 연구조사, 국내외 레저업체들을 위한 사업타당성 분석, 경영컨설팅 등을 하는 전문가다. 매년 5월경 레저백서를 발간해 권당 40여만원에 판매하기도 한다. 지금은 골프장 반값 부킹서비스를 부대사업으로 하고 있다. 나와의 인연은 20여년 전,  MBC ‘손에 잡히는 경제’에서 경제패널로 함께 출연할 때였다. 

또 다른 분야에서 국내 최초 창업자인 분도 같은 층을 쓴다. 82년도에 창업한 전시(Exhibition)전문업체인 경연전람의 김영수 회장이다. 경연전람은 창사 이래 총 350여 회의 산업전문전시회를 개최했고, 지금은 5개의 큼지막한 전시회를 주최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의 전람회 주관사 대표의 대부분은 경연전람에서 배출했다.

경연전람 김영수 회장

김 회장을 처음 만난 건 충무로의 극동빌딩에서였다. 나는 당시 국제회의대행업(PCO)를 하고 있었는데 국제회의(Convention)와 전시회는 늘 붙어 다니는 비즈니스모델이라 파트너가 필요해서 방문해 만났다. 이후 크게 협력해서 진행한 적은 없지만 다른 루트를 통해 근황은 듣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 김영수 회장이 우리 사무실 주인이 돼서 나타났다.

엊그제 사무실을 재단장하는 와중에 이 분들이 사무실에 들르는 우연을 경험했다. 국내 최초 창업자들이 긴 기간 생존해 우연히 한자리에서 만나니 감회가 새로웠다. 다음 주에 쐬주로 그동안 회포를 풀기로 했다.

최초란 그 단어 자체만으로도 고난의 역사다. 그들이라고 왜 부침이 없었겠는가. 아무도 가보지 않았던 길을 새로 내는 동안 수많은 허들을 만났을 것이고, 그 때마다 남모르게 이겨낸 진한 감동 스토리가 깔려 있으리라. 그 얘기를 들을 생각에 기분이 들떠 있다.

최초! 그 단어만 들어도 여전히 나는 설렌다.
왜 설레는지는 ‘최초’를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안다.

이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