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그림을 입체상품으로 만들어 주는 사업

1988년, 호주 시드니를 갔을 때 눈에 띄는 몇 가지 아이디어 사업이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특별한 관심을 끌었던 사업이 ‘작품 티셔츠 가게’였지요. 오페라하우스가 바라다 보이는 록스(Rocks)의 조지스트리트에 있었는데요. 그 가까이에 호주대륙을 처음 발견한 ‘캡틴쿡’ 기념비가 있는 곳이지요.(아래 지도 참조)

시드니 Rocks, George Street

여하튼 그 거리를 지나다가 여행자들이 줄을 서 있는 가게가 있는데 가게 안에서는 한 작가가 티셔츠에 그림을 그려주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 작가는 호주에서 꽤 이름이 있는 작가라고 하더군요. 정리하자면 티셔츠 가게에서 호주의 유명작가들을 초청해서 고객들이 산 티셔츠에 직접 그림을 그려주는 곳이었습니다.

거기까지는 “아이디어가 참 좋다.”라고 지나쳤을텐데, 그 다음이 나를 감동하게 했습니다. 바로 옆 가게는 청바지 가게가 자리잡고 있었지요. 그러니까 티셔츠를 사서 유명화가의 그림을 그린다음, 옆가게로 가서 거기에 어울리는 청바지를 사는 코스입니다.

옆 가게와의 상생모델이 너무 좋았고, 게다가 그 거리에 스토리를 입히는 효과까지 있으니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이었겠습니까? 우리나라로 돌아와 볼까요? 만일 티셔츠가게가 장사가 잘되면 바로 청바지까지 갖다가 팔 것 같지 않아요?

나는 이 모습에서 힌트를 얻어 여러 지방자치단체에 ‘스토리가 있는 거리’를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주제가 있는 거리. 그러나 그 어느 곳도 받아들이는 곳이 없더군요. 물론 과정이 어렵겠지요. 자본주의 국가에서 점주들에게 따르라고 하는 건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을테니까요.

하지만 지금처럼 어디를 가나 특색도 없고 과포화인 상점가로 남아있는 한, 자영업의 미래는 약육강식, 그것 밖에는 남는 게 없지 않을까요?

약간 말머리를 돌려서, 최근 일본의 한 사업 아이디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입체상품으로 만들어 주는 ‘세계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상품’을 만들어 주는 곳이 등장했습니다. 에소라웍스(esora works)라는 곳입니다.

위의 그림을 보면 알겠지만 아이들이 그린 그림이 작품성이 있든 없든, 그 자체만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아이들은 자기가 그린 그름으로 상품을 만들었으니까 얼마나 뿌듯하고 인정받는 느낌이겠습니까? 창의력의 시발점은 ‘인정’이라는 점은 아시지요? 아마 정서적으로도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비슷한 아이디어로 97년에 홍대 앞에서 세계에서 하나 뿐인 ‘나또 인형’을 만들어 주는 사업을 펼친 사람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인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나에게 선물로 내 인형을 만들어줬는데, 아래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글쎄요…전혀 닮지 않았더군요.

며칠 전, 한 행사에서 박영선 중기부 장관에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소상공인이 700만명이나 되고 음식점만 해도 60만개나 될 정도로 과포화상태입니다.”라고 하시길래 “그렇다면 자영업 구조조정이 필요할것 같은데 현실에서는 퇴직자나 실패한 자영업자들이 탈출전략이 없어서 또다시 비자발적 창업을할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에 대한 대책은 혹시 있나요?” 라고 말이죠. 박 장관의 대답은 “재기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담당국장을 보낼테니 좋은 의견을 주시라.”고 하더군요.  기다려 보려고 합니다.

쓰다 보니 하고 싶은 말이 계속 연결이 되는군요. 어쨌거나 결론은 하나. 포화시장의 자영업을 자연스럽게 구조조정하거나 상생할 전략은 없는 것일까요? 지금은 과거의 규칙으로는 해법이 없을 것 같은데 말이죠.

이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