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속 깊은 이야기

북아티스트 안경희님의 작품

부자동네 노인이 죽었다는 부고가 뜨면 가장 먼저 연락해 온 사람이 골동품상이라고 한다. 그 배경은 이렇다. 대체로 골동품을 모으는 사람들의 부인은 대부분 그런 곳에 돈 쓰는 것을 싫어한다. 하지만 그게 취미인 남편은 아내 몰래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골동품을 모은다.

문제는 가격에 있다. 아내가 하도 반대를 하니까 비싼 걸 사고도 헐값에 샀다고 속인다. 예컨대 1억 원을 주고 샀어도 1천만 원짜리라고 둘러댄다는 것. 그 정도면 대체로 ‘용서’해 주기 때문이다.

바로 그 점이 함정이다. 노인이 죽으면 가장 먼저 처분하는 것이 바로 이 골동품이다. 그런데 아내는 그게 1천만원 짜리로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언저리로 부르면 판다는 것이다. 수집가에게는 그야말로 노다지다.

이러한 유품들이 일본에서 경매로 팔리고 있다. 지금까지는 사자(死者)의 유품은 불 태우거나 기부하는 정도였지만 이제는 그나마도 경매로 팔려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고독사 노인의 경매는 인기가 높다고 한다. 후손이 없으면 그 유품가치를 짐작하기 어렵기 때문에 주인을 잘 만나면 노다지를 캐는 것이나 다름없어서다.

경매(Auction). 경매의 기원은 여성이 상품으로 등장하면서부터였다. 기원전 500년경, 남성이 아내를 맞으려면 경매를 통해 낙찰 받아야 했다. 1860년대 미국의 남북전쟁 당시에는 ‘대령(Colonel)’이라 불리는 경매인들이 다수 등장한다.

이들은 전쟁에서 얻은 전리품이나 소유했던 총기류 등을 경매로 판매해 군자금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경매 시스템을 처음 민간시장에 도입한 것은 1744년 설립된 런던 소더비(Sotheby’s)였다.

 

내가 경매를 처음 접한 것은 도쿄에서다. 90년 경, 일본에 처음 갔을 때, 현지인이 내게 흥미로운 얘기를 해줬다. 일본에서는 자전거를 많이 타는데 전철역 주변에다 세워두고 출퇴근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당시에는 전철역 주변에 세워두는 것 자체가 불법이었다.

그래서 지자체에서 1년에 한 두 차례 트럭을 동원해서 수거해 간다. 그렇게 수거해 간 자전거를 한데 모아 경매로 판다고 했다. 주민들은 복불복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새로 사거나 경매로 다시 사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듣고 문득 경매 사업이 뜰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귀국해서 직원들과 의논했다. 도메인 등록을 하려고 두 가지 단어를 올려놓고 회의를 했다. 영어로 Auction과 한글로 Kyungmae다. 하지만 두 가지 다 일반인들에게 어려운 단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 auction이라는 단어 알아?” 모두가 모른다고 답했다. “누가 이런 걸 등록하겠어? 오픈해 봤자 이용자들이 뭔지 잘 몰라서 못 들어올거야.”

지금 같으면 당연히 등록했겠지만 당시만 해도 사업자등록 하나당 도메인을 2개까지만 등록이 가능한 시기였기 때문에 가능성이 없는 도메인을 굳이 등록할 필요가 없어서였다. 결국 auction 도메인을 포기했다. 그로부터 5년 뒤, 옥션이 이렇게 누구나 다 아는 단어가 될 줄이야…

다시 돌아가서…

지금은 옥션이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소더비의 골동품에서부터, 주택경매, 여행상품 경매 등 다양하다. 경매방법도 상품에 따라 여러 가지로 개발됐다. 지금까지 활용되고 있는 주요 경매 방식을 보면 높은 금액을 제시한 구매자가 낙찰받는 ‘영국식 경매’가 일반적이었다.

이와 반대로 판매자가 점차 가격을 낮춰가면서 구매자가 나타난 시점에서 낙찰되는 ‘더치 경매’, 두 번째로 높은 금액을 제시한 구매자에게 낙찰되는 ‘세컨드 프라이스 경매(Second price auction)’, 그리고 경쟁 입찰 형태인 C2B형 역경매(reverse auction)와 개인 간 거래(P2P) 등이 있다.

여기에서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세컨드 프라이스 경매’는 가장 높은 가격에 낙찰받은 사람이 대부분 “내가 써낸 가격이 정말 적절한 가격이었나?”라는 회의감을 갖는 경우가 많아 대안으로 나온 경매 모델이다.

한편 미국에서는 ‘하우스 경매(House Auction)가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나라는 부동산이 대법원 경매로 모아지지만 미국은 부동산중개소에서 사설 경매를 한다. 낙찰이 되더라도 현저하게 낮은 가격이면 다시 협상을 하고, 때로는 주인이 거둬들이기도 하는 유연한 경매방식이지만 어쨌든 부동산 매매에 경매방식을 도입했다는 점은 흥미롭다.

영국에서는 ‘창고털이 경매’도 인기다. 부자들이 세상을 등질 무렵, 자신의 집 안에 있는 물건들을 한꺼번에 내 놓고 경매로 판다. 보통은 3일정도 열리는데 이 곳에서도 노다지를 캘 기회가 있다. 누구나 다 아는 고가품은 대체로 제값에 낙찰되지만 기호도에 따라 헐값에 살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예컨대, 헤르만헤세의 소장품을 모으는 사람에게는 ‘데미안’ 초판이 아주 귀중한 보물일 수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그냥 헌 책에 불과하다. 이러한 노다지를 찾기 위해 창고털이 경매만 쫓아다니는 사람들도 많다.

지난 일요일, 헤르만헤세 관련 소장품과 작품을 수집하는 분을 만났다. 그 분은 약 140여점을 수집해 놨다. 몽블랑이 그 시대 유명작가들에게 선물한 볼펜에서부터 친구에게 보낸 친필편지, 포토그래퍼인 그의 둘째 아들이 찍었다는 사진 등 기념비적인 소장품들이 있었다.

올 10월이면 데미안 100주년이 된다. 그는 이러한 소장품을 일반에 공개하는 전시회를 기획하고 있다. 아무튼 이렇게 개인의 취향에 따라 창고털이 경매를 통해 우연한 노다지를 얻을 수 있다.

내친김에 도메인 등록사이트 후이즈를 통해 Auction 도메인을 검색해 봤다. 총 405개의 도메인이 검색됐다. 대부분 이미 등록자가 있어서 ‘등록불가’였다. 하지만 남은 도메인 중에서도 필요한 사람에게는 유용하게 쓰일만한 게 몇 가지 눈에 띄었다. 한번 관심있게 봐도 좋을 듯싶다.

먼저 auction.florist가 눈에 들어온다. 꽃집에서 굳이 주문을 기다릴게 아니라 그냥 스토리 꽃다발을 만들어서 경매로 판다면 관심을 끌 것 같다. 그렇잖아도 꽃이 잘 안팔리는 시기에 이러한 색다른 도전은 소비자들에게 관심을 글기에 충분하다.

auction.holiday도 등록 가능한 도메인이다. 휴일의 상품, 예를 들면 잔여 호텔방, 골프 부킹 등의 상품을 경매로 파는 것이다. auction.boutique도 남아있다. 중고 부티끄 상품을 경매로 팔아 주는 방법은 어떨까?

그 외에도 auction.career은 자신의 역량을 공개하고 경매로 일을 수주하는 플랫폼으로 활용해도 좋을 것이다. 단기간 일하는 봉직의 나 간호사도 좋겠고, 프로젝트 연구원도 경매로 참여하도록 하면 덤비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auction.supplies는 농산물이나 떨이 상품, 인테리어 등을 역경매로 매칭시켜주는 플랫폼 도메인으로 좋겠고, auction.care는 가정관리사나 육아, 청소 등을 올려서 경매로 역량을 파는 플랫폼으로 손색이 없을 듯싶다.

이제 상품판매도 최저가를 넘어 경매방식으로 넘어가는 시점으로 보인다. 경매는 단지 상품을 구매하는 행위를 넘어 재미를 더해주고, 때로는 횡재하는 기회까지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이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