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당하지 않으려면

상권분석솔루션을 처음 만들었을 때, 이용요금 정책을 투트랙으로 정했다. 그 하나는 개인이용자(per ID)에게는 월 5만원의 이용료, 기업회원에게는 월 10만원으로 결정했다. 다른 하나는 하루 이용권으로 1만원을 책정했다.

지금 시점에서 생각하면 굉장히 비싼 가격정책이겠지만 이렇게 결정한 배경이 있다. 첫째 이유는 그 이전까지 나는 PC통신에서 분당 500원으로 정보를 팔아 성공했기 때문이고, 두 번째로는 당시 인터넷 비즈니스는 모두 쇼핑몰뿐이어서 나처럼 분석알고리즘으로 지식기반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례는 없었기 때문에 우월적 자신감이 있었다.

지금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넘겨 ‘상권정보시스템’으로 서비스되고 있지만 나는 고집스럽게 ‘상권분석솔루션’으로 불리기를 바랐다. data가 아니라 분석한 정보이며, 시스템이라기보다 해법을 주는 솔루션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생각은 그때와 같다.

개발과정이 순탄치 않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초기에는 성공할 듯 보였다. 당시(2004년) 대통령직속 중소기업특별위원회가 소상공인지원센터(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가 상담사 수만큼 ID를 사서 사용하기로 MOU를 체결했기 때문이다. 다른 채널은 프랜차이즈본부들이었고 문의도 많았다.

지금 잠시 떠올려도 눈물을 삼켜야 할 사연이 많지만 아무튼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가장 큰 이유는 시장의 반발을 읽지 못한 점이다. 즉, 소비자행동을 아날로그 마인드로 해석한 것이다. 한마디로 얘기하면 ‘거만한 자신감’이다.

늬가 상권분석을 하려면 몇 날 며칠을 발품 팔아 돌아다녀야 하고
매출을 알려면 카드정보를 비싼 값에 사야할 것이고
어느 입지가 좋은지 알려면 몇 번을 반복해서 돈 들여 알아봐야 하고
전문가와 상담한번만 받으려고 해도 10만원인데
월 10만원을 아까워한다면 창업을 하지 말아야지!

이런 자신감이 있었다. 실제로 상권분석 솔루션 개발까지 돈이 많이 들었다. 지금이야 지도를 무료로 쓸 수 있지만 당시에는 수 천만원에 사서 써야 했고, 레이어 하나씩 추가하려면 더 많은 돈이 들었다. 게다가 신용카드정보도 최소 월 1천만 원이상 들여야 업데이트를 할 수 있었다. 컴퓨터 하드웨어, 인터넷 전용선 등도 월 기 백만원이 들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그런 배경에는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단지 선택권을 제한한 점에 대해 볼 자유를 침해한다고 봤을법하다. 디지털상품의 가격은 결국 영(0)으로 수렴한다는 점을 미리 깨달았다면 가격정책을 달리했을텐데 말이다.

말머리를 약간 비틀어서, 유튜브의 ‘건너뛰기’는 5초 안에 그만 볼 지, 계속 볼 지를 결정하도록 이용자에게 선택권을 준다. 보기 싫은 걸 굳이 보게 하면 오히려 광고주에게 역효과가 나기 때문이다. 사실 이 방법은 키워드 광고보다 훨씬 착한 광고기법이다.

이처럼 유튜브에서 5초 뒤에 ‘건너뛰기’ 버튼이 제공되는 광고를 ‘트루뷰(TrueView)’라고 한다. 말 그대로 광고를 강제로 보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볼 가치가 있으면 보라는 ‘진짜로 본 광고’라는 의미다. ‘5초’는 이용자가 광고를 볼 건지 말건지를 선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으로 해석했다.

가만히 생각하면 TrueView 광고기법은 양자에게 부담이 덜한 아주 효과적인 전략이다. 이용자들은 선택의 자유를 갖게 되고, 광고주는 ‘진짜 본 소비자’값만 지불하면 되니까.

다시 돌아와서…

만일 상권분석솔루션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없는 형태(unwanted ad exposure)가 아닌 소비자가 진짜로 보고 싶은(TrueView) 전략으로 갔으면 어땠을까 싶다. 프리미엄(Freemium)전략을 기반으로…하긴 이것도 지금 시점에서 해석한 해법이겠지만…

이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