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제 예전의 나로 돌아갈수 없다

The brave one

밝게만 보이는 뉴욕의 이면을 뒤적여 이방인(outsider)들의 삶을 조명해 가는 라디오 인기 프로그램 진행자이자 주류(mainstream)인 에리카베인(조디포스터).
결혼을 앞두고 들뜬 기분으로 약혼자와 산책하던 중 괴한들로부터 무차별적 폭행을 당하고 깨어보니 약혼자는 죽었고, 장례도 이미 끝나 있었다.

소중한 사람의 마지막 가는 모습도 보지 못한 죄책감과 그리움으로 인고의 시간을 보내던 그녀는 약혼자의 수사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집을 나선다.
매일 드나들던 집 출입구를 나서다가 문득 달라져 보이는 일상이 두려워 멈칫하고, 뒤따라 걷는 뭍사람들의 구두 발자국 소리조차 강한 두려움으로 느껴진다.

경찰서에 담당형사를 면회하러 갔지만 접수처 경찰은 “마음이 아플 줄 압니다만 저쪽 의자에 앉아서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지극히 형식적인 인사로 대응한다. 그것도 민원인 모두에게 앵무새처럼…사랑하는 사람을 부지불식간에 잃어버린 통한의 아픔을 가진 사람에 대한 감정이나 배려는 전혀 없다. 그들에게는 흔한 일이며 그저 일상의 한 사건에 불과하기 때문이리라.

허탈한 마음으로 돌아온 집 앞 계단에서 연신 담배를 피워대는 그녀에게 옆집 여자의 염려어린 충고를 한다. 담배가 해롭다면서 “죽는 방법은 많아, 사는 게 더 어렵지. 하지만 그 길을 찾아야 해”라고.

하지만 그 교과서적인 충고도 그녀에게는 공허한 메아리로 들릴 뿐 그녀를 원래 그 자리로 돌려 앉혀줄 해답은 아니었다.  급기야 그녀는 법이 선(善)을 지켜줄 수 없다는 생각에 악을 응징하기 위해 총을 구입하게 되고 선에 반하는 행위에 대해 무차별적 살인을 하게 된다.

살인은 그녀가 선택한 계획적인 행동은 아니었다. 악에 대한 강한 거부감에 충동적으로 행한 결과가 ‘쓰레기 청소’ 였을 뿐이다. 마치 비명에 간 약혼자의 영혼을 달래주려는 듯.

문득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방인이 되 가고 있었다. 어두운 이면을 추적해 방송하던 주류였던 그녀. 두려움을 피해 죽은 듯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던 그녀였지만 자신이 바로 그 이방인 자리에 자신이 앉아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부지불식간에.

서론이 길었지만 영화 브레이브 원(The brave one)의 줄거리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통한의 아픔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저 흔한 사건 중 하나로 치부되거나 형식적인 인사치레 한번이면 족한 사소한 일일 뿐이다. 여전히 아파하는 그녀에게 담당 PD가 신설된 사회폭력 르뽀 코너에서 조차 “당신 얘기는 빼고” 방송하라는 것처럼.

이 영화는 비록 피해자지만 개인적인 린치가 승인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위험한 결론을 내고 있다. 뒤 쫒던 형사 머서(테렌스하워드)가 결국 에리카의 사적인 보복을 용인해줬다는 점이 그렇다. 하지만 그 곳에는 아픔을 함께 나누는 사랑이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보복살인을 감추기 위해 기꺼이 자신에게 총을 쏘도록 한 용기는 사랑 없이는 불가능 한 일이다. 자칫 총알이 심장으로 날아들 수도 있는 상황이기에 더욱 그렇다.

주인공은 사랑하는 사람이 죽임을 당했고, 형사는 아내와 이혼했다. 원인은 다르지만 비슷한 처지와 입장에 선 두 사람은 ‘사랑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던 셈이다. 그저 지나가는 인사치레나 형식적인 위로의 말 한마디가 아닌…

소중한 사람과 이별하는 것과 같은 큰 아픔을 겪게 되면 의도하지 않아도 이전의 자기모습에서 이탈하는 경향이 있다. 인생의 프레임이 바뀌고 생각의 기준이 바뀌며 삶의 방식조차 변한다. 그동안 굳게 쌓아놓은 성이 마치 강한 토네이도에 어디론가 날아가 버린 바로 그 빈자리처럼 공허하고 황량하다.

“내 안의 또 다른 나. 이방인. 난 이제 예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다”는 이 영화의 마지막 대사가 귓전을 맴돈다.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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