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갈라 쇼’

피겨의 여제 김연아가 세계대회를 우승하고 나면 그 우아함을 다시 갈라 쇼에서 팬들에게 선 보이곤 했다. 죽음의 무도(dance macabre), 맨디무어의 ‘only hope’ 노다우트의 ’just a girl‘ 빅마마의 라이브 등을 배경음악으로 음악과 혼연일체가 되어 춤추는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가히 황홀경에 빠지게 한다. 이제 다시는 보기 어려울 김연아의 갈라쇼가 가끔 보고 싶어진다.

바로 그 ‘갈라 쇼’는 무엇을 의미할까? 잠시 ‘갈라’가 붙은 단어들을 둘러보자. 언젠가 세계적인 음악가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예술의 전당에서 오페라가 시연됐는데 당시 붙여진 이름은 ‘모차르트 오페라 갈라 콘서트’였다. 그런가 하면 아세안 지역안보포럼이 열렸던 쿠알라룸푸르의 한 호텔에서는 각국 대표단을 위하여 ‘갈라 디너’가 있었다.

이처럼 ‘갈라’를 붙인 쇼(Show), 디너, 콘서트 등의 단어를 자주 접하게 되는데 원래 갈라는 프랑스어인 갤렁(gallant)’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화려한 의상과 레퍼터리로 무장한 축제의 공연을 일컫는 말로 ‘흥겨운’ 혹은 ‘잔치’를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오페라나 뮤지컬의 아리아와 중창 등을 특별한 무대 장식이나 의상을 생략한 채 연주하는 음악회를 갈라 콘서트라고 하듯이 무겁지 않은 잔치라고 하면 더 어울릴 듯싶다.

갈라 디너는 국제 컨벤션이나 학술회의를 끝내면서 마련되는 정찬 디너파티를 일컫는다. 주된 행사는 컨벤션이고, 여흥을 위한 잔치가 갈라 디너인 셈이다. 주 무대를 마치고 가볍게 여흥을 즐길 수 있는 잔치, 갈라 쇼는 성공한 자들에게 주어지는 여유와 낭만이 아닐까 싶다.

내 인생의 갈라쇼는 어떤 모습으로 무대를 꾸며야 할까? 인생 2막을 성공리에 마치고 배산임수의 한적한 시골 별장에서 가끔씩 찾아온 손자들의 재롱을 보면서 즐거워하고 있을까? 아니면 한때 나마 작은 힘이 되 주었던 제자들이 함께 몰려와 모닥불 피워놓고 기타 치며 흥겨운 시간을 보내게 될까. 아니면 세인의 무관심 속에 조용히 삶을 마감하게 될까. 사뭇 궁금하고 한편으로는 두렵다.

이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