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서비스로 어떻게 돈벌지?

동서독 통합으로 세상이 시끄럽던 1990년, 대전에 산다는 한 청년이 찾아왔다. 생활정보지 하나를 만들려고 한다면서 정보를 제휴하자는 제안이었다. 그는 독일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은 청년으로 서독에서 함께 공부하던 세 친구와 함께 무가지를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었다.”아니 신문을 공짜로 배포한다고?” 언뜻 이해되지 않았지만 그는 독일에서 무료 생활정보지가 있는데 그 모델을 그대로 갖고 온 것이라면서 한국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 들어 귀국했다는 것이다.

당시 필자는 PC통신에 유료정보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던터라 무료로 신문을 배포한다는 말에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 당시에는 신문은 당연히 돈주고 구독해야 한다는 관념이 박혀있던때라 반신반의했지만 그는 멋지게 성공했다. 그 생활정보신문이 바로 ‘교차로’다.

5년 후, PC통신 에뮬레이터로 독점적 지위를 갖고있던 ‘이야기'(이영상 대표) 프로그램에 대항마로 ‘새롬데이터'(오상수대표)가 무료로 출시됐다. 한동안 긴가민가하던 이용자들이 대거 새롬을 다운받으면서 유료를 고집하던 ‘이야기’는 위세가 점점 저물어갔다.

그로부터 다시 2년 후 웹기반의 사이버 시장이 열리면서 강남에서 카페를 운영하던 또 다른 청년이 웹메일을 누구나 무료로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나섰다. 당시만 해도 컴퓨터 하드가 꽤나 비싼 시절이라 그 많은 용량을 어떻게 감당할지 궁금했지만 이 청년 역시 보기좋게 성공했다. 이 청년이 바로 ‘다음’의 이재웅 창업자다. 우리나라 온.오프라인에서 무료 비즈니스모델은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

세계적으로 보면 무료 비즈니스모델은 이보다 훨씬 전부터 있어왔다. 1901년 창업한 질레트가 소모품을 팔기 위해 본체를 싸게 파는 비즈니스모델을 선보였고, 1920년에는 CBS가 광고를 통한 수익모델을 채택한다. 1995년에 야후(Yahoo)가 포털사이트 광고수익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모델의 효시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이제 우리는 뉴스에서 영상 심지어는 클라우드 서비스까지 공짜로 사용하는 것이 당연한 시대에 살고 있다. 공짜가 이제 소비자들의 심리적 기준가(anchor price)가 된 것이다. ‘한메일’의 유료화, ‘프리첼’ 커뮤니티 유료화, 네이버 ‘지식인’의 모델이 된 ‘ ‘디비딕닷컴’의 유료화 전환 시도는 결국 네이버, 야후 등 무료사이트 들로 이용자가 넘어가는 계기가 됐다.

그렇다면 이런 공짜비즈니스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오프라인에서는 인쇄나 복제약처럼 대량생산 할 경우 생산비용이 급격히 낮아지는 일부업종을 제외하고 대부분 고정비가 들기 때문에 원가 제로를 구현하기가 쉽지 않지만 기술로 이루어진 상품들은 대량생산으로 갈수록 원가는 제로로 수렴하기 때문에 무료서비스가 가능한 것이다.

경제학에서 보면 베르트랑 경쟁 이론처럼 완전경쟁시장에서는 가격이 한계비용(marginal cost)에 수렴하는 것이다. 언급한 에뮬레이터도 처음 개발할 때는 돈이 많이 들었지만 무제한 복제가 가능하다보니 결국 생산원가가 거의 들지 않았기 때문에 한계비용 제로(0)로 서비스가 가능했던 것이다.

그럼 무료서비스를 이용해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는가?

구글(google)을 통해서 설명해 보자. 구글은 기본적으로 검색엔진(Google Search), 문서도구(Google Docs), 구글지도(Google Maps), Google Wave

그리고 Gmail이 주된 서비스인데 아래 4가지 모델에 대입하면 무료서비스가 매몰비용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먼저 관심경제(attention economy) 모델이다. 이용자의 관심을 끌어서 수익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면서 주의를 끌면 후원, 광고 또는 브랜드 마케팅을 통해 수입을 창출 할 수 있다. 구글은 광고효과를 얻도록 하기 위한 도구로 ‘애드워즈’ 및 ‘애드센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용자 규모를 늘려서 집단화한 다음 여기에 시장을 만드는 방법인데 예를 들면 축제를 연 다음 여기에 모여든 사람들에게 팔 수 있는 상품가게들을 오게 해서 수수료를 받거나 자리세를 받는 방법이다.

두 번째로는 공짜경제(Free economy)모델이다. 나중에 수익을 얻을 수 있기를 희망하여 비용 없이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구글이나 네이버같은 검색엔진이 여기에 해당하고 Facebook과 같은 SNS 또한 같은 맥락이다. 이들은 사용자의 로그분석을 통해서 타켓광고를 할 수 있다.

체험을 하게 해서 상품의 가치를 느끼는 사람들 가운데 더 사용하려면 그때부터 돈을 내게 하는 방법도 있다. ‘에버노트(Evernote)’의 경우, 일정한 용량만큼 무료로 사용하게 해서 유용성을 확인하게 한 다음 용량이 넘치면 그때부터 돈을 받는 형태다.

세 번째는 네트워크 경제(Network economy)모델이다. 자사 사이트에서 다양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도와주고 가치를 공유하도록 해서 자사 콘텐츠의 정당성과 브랜드 가치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렇게 조직된 네트워크는 충성도가 강하고 전파속도가 커서 트래픽을 증가 시킬 수 있다. 트래픽 증가는 곧 광고수익이나 거래 수수료 수익으로 이어진다.

여행자들의 숙박문제를 현지 문화체험으로 승화시킨 ‘에어비엔비’나 대리운전의 안전성과 신속성을 담보로 급성장한 ‘카카오택시’, 식당거래의 편리성을 해결한 ‘배달의 민족’ 등이 좋은 예다.

마지막으로 선물경제(Gift economy)모델을 들 수 있다. 공짜 및 관심경제와 유사하지만 현금교환보다는 선물, 정보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치제안에 역점을 둔다. 위키피디아(Wikipedia)는 선물경제의 좋은 예다. 구글도 검색포털을 확장하기 위해 선물경제를 개념을 이용했다.

이를 종합하면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 먼저 이용자 수를 늘린 다음, 이들의 데이터를 마이닝(Data mining)하여 다양한 수익구조를 만들어 내는 방식이다. 가장 기본적이고 일반화된 수익모델로는 광고지만 이용자 수가 많고 네트워크가 다양하다면 보다 세분화된 수익모델 설계가 가능하다.

예를 들면 고객의 상품검색 성향을 분석하여 추천서비스를 함으로써 구매효과를 높여 수수료 수익을 높인다거나, 여행 혹은 맛집 네트워크의 분석을 통해서 관련 상품을 출시하거나 연결해 주는 수익모델도 가능하다.

무료서비스로 가능한 비즈니스모델은 주로 어느 분야에서 가능할까?

우선 소프트웨어 분야를 들 수 있다. 대표적인 모델이 플랫폼이다. 이용자들이 찾아올만한 필요성이 있는, 예컨대 검색 포털을 비롯해서 배달, 대리운전 같은 양자간에 상호 이익이 되는 플랫폼이 가장 좋은 모델이다. 최근 청년들의 관심사인 ‘앱(App)’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대상고객을 차별화할 수 있고, 반복이용이 가능한 콘텐츠를 유인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정보공유시장에서 찾을 수 있다. 정보는 물리적 상품보다 생산원가가 비교적 적게 들고, 한번 만들어진 정보는 무제한 복제를 통해 한계비용 제로로 갈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책은 물리적 도구인 종이 자체에 근본적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고 종이라는 도구에 담은 콘텐츠에 가치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디지털책으로 변환하더라도 본래의 가치에 변화가 없는 것이다. 이처럼 디지털로 변환해도 본래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는 정보재는 그래서 공짜서비스가 가능한 분야다.

오프라인에서도 불가능한 건 아니다. 일본 와세다대학 앞에는 이색적인 카페가 하나 있다. 바로 커피를 공짜로 주는 카페인데 이용시간도 24시간 제한이 없다. 소위 공짜서비스 모델이다. 원가가 상당히 들텐데 어떻게 가능할까? 그것은 명문대 학생들의 구인효과를 높이고자 하는 대기업의 지원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출입자에 대한 제한이 있는데 학생증을 가진 30세 미만 대학생과 대학원생만 가능하다. 이와 같은 무료카페는 외세다대학을 비롯해서 도쿄대, 게이오대, 도시샤대 등 상위권 대학 앞에만 있다. 이런 공짜모델을 ‘3자간 시장모델’이라 한다. 즉 판매자와 구매자가 비용을 부담하는 게 아니라 제삼자가 무료 제공한 커피 값을 지불해 주는 방식이다.

이런 아이디어는 어떨까? 미용실 프랜차이즈가 미혼남녀들에게 개인카드 기재를 조건으로 컷트를 무료로 해주는 대신 이 데이터를 결혼중매사이트로 발전시키고, 성사될 경우, 비용을 받거나 후원기관으로부터 대가를 받는 모델. 일반적으로 미용실에서는 쉽게 개인적인 생각을 나누기 때문에 일반 중매사이트보다 효과적인 매칭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서다.

‘비 화폐시장 모델’도 있다. 이른바 봉사활동이나 기부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무료서비스는 직접화폐로 보상받는 가치보다 사회적 가치를 더 중시하는 비즈니스모델이라 보겠다. 기부를 받아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이 여기에 해당한다.

‘내부 상호보조 모델’도 유용한 방법이다. 이는 무료 제공하는 제품의 혜택을 소비자가 다른 유료 제품에 돈을 지불해서 무료화한 부분의 비용을 회수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휴대폰을 공짜로 받으면 반드시 2년 이상의 통신사업자의 계약이 필요한 경우처럼.

여담이지만 필자는 MBC ‘손에 잡히는 경제’ 창업패널로 14년을 했고, 현재는 KBS ‘생방송 토요일아침입니다’에서 5년째 방송하고 있다. 그런데 2000년대 중반까지는 한번 방송하면 수 십통의 전화상담을 받았지만 지금은 상담전화가 거의 없다. 그 이유인 즉, 과거에는 오직 출연자와 통화를 통해서만 그 정보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서라도 연결하려 했지만 지금은 핵심 키워드 하나만으로 인터넷을 통해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보재를 가지고 유료화하려면 인터넷에서 찾기 어려운 노하우나 경험을 가진 정보라야 가능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일반적인 정보는 그래서 공짜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공짜서비스 비즈니스모델로 창업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우선 시간과 공간의 제약없는 놀이터(Field)를 만들어야 한다. 플랫폼도 그중 하나다. 그런데 놀이터를 구축하려면 초기자금이 상당히 필요하다. 여기에 수익이 언제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운전자금 확보가 절대적이다. 해결방법으로는 펀딩을 받을 수도 있지만 수익을 빨리 내라는 투자자의 재촉 때문에 그르치는 경우도 종종 있어서 그보다는 가치를 공유하는 기업과 협업을 통해서 해결하는 방법이 가장 안전하다.

다음으로는 확장성과 지속 가능성 여부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존하는 공짜서비스의 사례와 유형별 시장을 점검해보고 가급적이면 경쟁없이 승선할 수 있으면 아주 좋다. 사실 무료는 시장 진입 때 단기간에 수요를 확대하는 전략이기도 하지만 경쟁자를 따라잡거나 새로운 경쟁자의 출현을 막을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동일한 조건에서 동일한 서비스로 경쟁하면 먼저 창업한 소위 선도기업을 선호하는 것이 소비자의 특성 중 하나기 때문에 최고보다 최초가 유리하다.

이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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