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쳐보기와 파운드 푸티지(Found Footage)

#1
뉴욕 맨해튼의 아파트나 사무실에서 벌어지는 은밀한 사생활을 몰래 촬영한 사진이 전시됐다. 욕실 창문을 열어둔 채 목욕하는 여인, 동성연애자들의 뜨거운 키스, 사무실에서의 은밀한 로맨스 등 맨해튼의 은밀한 풍경을 30대 여성 작가가 작품으로 선을 보인 것이다. (mbc 뉴스데스크, 박용찬 기자)

모두 20여 편의 작품들이 전시됐는데, 한 장면을 포착하기 위해 무려 한 달 넘게 지켜본 경우도 있었다. 전시한 갤러리 대표 ‘미쉘 에델만’은 “작가는 2개월 동안 이 사무실을 관찰하다가 첫 키스를 포착했습니다.”라며 작품을 얻기 위해 ‘수고’한 작가를 대신해 인터뷰했다.

그런데 아파트 정사장면까지 전시되자, 허락 없이 타인의 사생활을 볼거리로 만들어 대중에 공개한 건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에 대해 작가는 “촬영된 사람과 건물을 편집기술로 변형시켰다.”며 사생활 침해 소지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사진을 공개한 건 맨해튼의 빽빽한 고층빌딩숲, 그 속에 감춰져 있는 현대인의 고독과 사랑을 진솔하게 보여주고 싶었던 거라고 갤러리 측은 항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논란이야 어떻든 꾸며진 게 아니라 진실된 것이어서 더욱 흥미를 끈다.

“특히 외로운 사람일수록 창을 열고서 지내는 경향을 보였다.”고 한 작가는 다음 작품도 훔쳐보기로 테마를 정했다. 조만간 사람들의 사적인 대화나 소리를 녹음해 작품화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2
감독이 실제로 촬영하지 않고 이미 누군가 찍어놓은 필름을 편집해 새로운 메시지를 만들어내는 영화 기법을 ‘파운드 푸티지’라고 한다. 미국에서 초보감독이 이 기법을 사용해 만든 영화 한 편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YTN 신윤정 기자)

“8살 때부터 가위에 눌려온 케이티는 그 강도가 심해지자 남자친구 미카에게 고통을 호소합니다. 미카는 그 말에 카메라를 침실에 설치하고 24시간 동안 일상을 담기 시작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침실문이 움직이고, 벽의 액자가 저절로 깨지는 등 이상한 현상들이 카메라에 포착됩니다. 퇴마사를 불러도 도움을 받을 수 없어 결국 그 둘은 도망치기에 이릅니다.”

감독은 이 두 사람이 찍어 놓은 영상을 다시 편집하는 이른바 ‘파운드 푸티지’ 기법을 이용해 색다른 공포를 만들어 냈다. 제작비는 불과 1,700만 원. 개봉 첫날에는 미국 13개 극장이 이 영화를 받았다. 하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개봉 5주차에 2,000개 관으로 확대 상영됐고, 미국에서만 1,200억 원을 벌어들였다.

제작비의 7,000배가 넘는 수식을 올린 셈이다. 특히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이 영화를 보자마자 배급을 결정했고, 4,000달러를 들여 새로운 엔딩 10분을 촬영하기도 했다. 이 영화 한 편으로 대박을 터뜨린 신인 오렌 펠렌 감독은 벌써 차기작을 촬영하는 행운까지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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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사생활도 예기치 못한 사람들에게 노출되어 ‘작품’으로 변신하는 시대를 맞았다. 훔쳐보기 즉 관음증에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도 이유지만 사람들은 이제 꾸민 작품보다 ‘있는 그대로’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늘어난 것이 더 큰 이유로 보여진다.

참(眞)과 사실(fact). 이 주가지 키워드가 향후 비즈니스의 큰 흐름이 될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형석(leebang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