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모델 설계와 회피전략

포토그래퍼 김정숙님의 작품

비즈니스모델 설계는 창업가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첫 작업이다. 집을 지을 때 설계도면 없이 지을 수 없듯이 창업할 때 비즈니스모델이 없다면 사업목적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먼저 비즈니스모델을 종합적으로 정의하면 ‘사업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의 상관관계를 정형화한 모델’ 이다. 사실 비즈니스모델이란 용어는 90년대 중반 인터넷기반 비즈니스가 시작될 즈음, 벤처기업들에서 사용된 말이다. 그 전에는 아이디어 혹은 아이디어를 체계화한 아이템 등으로 표현했다.

그래서 비즈니스모델은 업태에 따라서 다소 다르게 정의를 내릴 수 있다. 제조업이나 소상공업종에서는 ‘구분이 가능한 최소 산업단위를 정형화한 모형’ 예컨대, 치킨점, 커피전문점과 같이 하나의 업종을 말한다. 반면에 벤처나 사회적기업에서는 ‘하나의 조직이 가치를 포착, 창조, 전파하는 방법의 논리적 설명을 모형화한 틀’로 설명할 수 있겠다. 전자는 이미 정형화되었거나 눈에 보이는 상품이라 비교적 쉽게 설명되는데 반해 후자는 주로 보이지 않는 아이디어를 기술로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사전에 한 가지 더 이해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비즈니스모델과 실행계획, 사업계획서 그리고 수익모델 등을 혼동하는 경우가 더러 있어서다. 비즈니스모델은 가치제안과 경쟁우위전략이 포함된 개념인데 반해 ‘실행계획(Action plan)’은 단순히 사내 영업전략을 설명한 조직의 영업전개 계획이다.

또 ‘수익모델’은 기업이 어떻게 수익을 창출할 것인가에 대한 설명이며 여기에는 비용구조, 수익원천 등이 포함된다. 예를 들면 교육서비스업의 경우, 교육서비스 자체는 비즈니스모델이지만 수익모델은 수강료, 인력매칭 수수료, 보수교육비 등으로 다양하게 나올 수 있다. 물론 사업계획서는 언급한 내용이 모두 포함된 기업의 전체적인 경영계획서라고 보면 된다. 따라서 크기로 보면 사업계획서>비즈니스모델>수익모델의 순서가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비즈니스모델은 ‘캔버스’라는 도구로 모형화한다. 비즈니스모델캔버스는 사업모델을 구성하는데 꼭 필요한 항목 9가지로 구분해서 한 장으로 설명이 가능하도록 한 모형이다. 이 9가지 항목은 아래 그림처럼 다시 3가지로 압축할 수 있는데

경영역량, 가치교환, 재무회계 영역 등으로 묶을 수 있다.

경영역량 관점은 창업가가 가지고 있는 핵심역량과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파트너 등 자체역량을 점검하는 것을 말하며, 가치교환 관점은 대상 고객들이 기대하는 가치를 우리 상품이 여하한 서비스로 제공할 것인가, 즉 고객모델링 과정을 말한다.

재무회계 관점은 이러한 사업을 영위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계획과 영업수익을 미리 산출해 보는 과정으로 이해하면 된다. 여기서 가치제안이 핵심인데 이 내용은 다소 복잡하므로 다음 칼럼(페이지 기재)에서 자세하게 설명하도록 하고, 빠른 이해를 돕기 위해서 사례중심으로 풀어가 보기로 한다.

언급한 바와 같이 비즈니스모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을 뿐 과거에도 다양한 비즈니스모델이 존재했다. 다소 진부한 얘기지만 1600년대에는 ‘찾아오는 서비스’나 ‘정가 판매’ 등이 대표적인 비즈니스모델이었고, 1900년대 중반 들어 본체는 싸게 파는 대신 소모품을 수익원으로 하는 비즈니스모델이 생겼는데 ‘질레트’가 선도했고 요즘으로 치면 정수기렌탈과 같은 모형이다.

당시 나온 또다른 비즈니스모델로는 미국 CBS가 도입한 ‘광고를 통한 수익모델’ 제록스의 ‘종량제 과금모형’ 케논의 ‘유지보수 모형’ 등이 있다. 이후 나타난 비즈니스모델로는 익히 알려진 구글의 ‘키워드 광고’ 이베이의 ‘P2P 수수료’ 월마트의 ‘창고형 아웃렛’, 맥도널드의 ‘프랜차이즈 시스템’ 프라이스라인의 ‘역경매’ 아마존의 ‘원클릭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비즈니스모델이 아이디어를 정형화하면 됐지 ‘비즈니스모델 캔버스’에 나타난 9가지 요소가 왜 필요한지 궁금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예로든 비즈니스모델을 성공적으로 전개하기 위해서는 고객모델링과 내부역량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다시 사례로 돌아가 보자. 애플은 ‘앱스토어 플랫폼’이 핵심 비즈니스모델이다. 이전에는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단지 소비의 주체로만 생각했지만 이들을 소비자이면서 동시에 생산자, 즉 프로슈머 역할을 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잠시 일상으로 돌아가 보자. 아침에 출근할 때는 버스앱(카카오버스)을 켜서 버스시간을 확인한 후 집을 나서고, 지각할 것 같으면 콜택시앱(우버, 카카오택시)을 보고 택시를 부른다. 점심에는 맛집추천앱(망고플레이트, 식신)을 통해 식당에 가고, 결재서비스앱(네이버페이)을 통해 결재를 한다. 오후에는 숙박앱(airbnb, 여기어때, 야놀자)을 통해 주말에 놀러갈 호텔을 예약하고, 퇴근 후에는 음식배달앱(배달의 민족, 요기요, 배달통)을 켜서 야식주문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앱들은 대부분 애플의 앱스토어를 통해 전파하며,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앱 서비스업체들은 이를 통해 다양한 수익모델을 창출한다. 여기서 각각의 앱(App)은 ‘비즈니스모델’이며 앱스토어는 ‘채널(Channel)’, 앱을 다운로드한 사람들은 ‘대상고객’이다.

카카오도 카카오톡, 보이스톡, 카카오스토리 등을 합친 ‘모바일 SNS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구축하고 다양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의 일상에도 알게 모르게 업체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다양한 중개서비스 비즈니스모델을 접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비즈니스모델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일상에서 소소하게 느끼는 불편한 점들은 모두 비즈니스모델로 만들 수 있지만 가장 간단한 방법은 기존의 비즈니스모델 특허를 검토해서 보다 고도화하면 된다. 이러한 방법을 ‘회피설계’라 한다.

비즈니스모델 회피설계에 대해서는 ‘김앤장’ 출신 최영수 변리사의 도움을 받아 정리해 본다. 우선 삼성과 애플간 특허전쟁을 예로 들어보자. 기억하겠지만 우리가 쓰는 스마트폰의 잠금장치가 처음에는 번호를 눌러 지정했다. 이 문제로 애플로부터 소송을 당하자 삼성은 ‘밀어서 푸는 잠금장치’로 피해갔고 이후 ‘패턴을 이용한 잠금장치’로 고도화했다.

연필도 처음에는 둥그런 스틱으로 개발됐다. 하지만 이 연필은 책상에서 쉽게 굴러 떨어져서 불편했다. 그래서 나온 회피설계가 바로 사각형 지우개를 단다거나 스틱 자체를 각지게 만든 연필이다.

또 다른 제품, 기능성 신발 ‘크록스(Crocs)’를 보자. 창업자 핸슨(Hanson)은 신발 원료로 사용하는 밀폐기포 합성수지 ‘폼 크리에이션’을 개발해 물에 젖지 않으면서 가볍고 착용감이 뛰어난 신발을 만들었다. 이 신발을 딸에게 사준 한 주부는 어느날 해변가에서 크록스신발 구멍에다 머리핀을 넣고 노는 아이를 보고 착안해 ‘지비츠(Jibb-itz)’ 특허를 냈다. 그녀의 이름은 셰리슈멜저(Schmelzer)인데 나중에 원조 크록스에 2,000만 달러에 팔았다.

한때 인기를 끌었던 DDR을 돌아보자. 원래 DDR은 일본 ‘코나미’사가 개발한 리듬액션게임이다. 처음 이 게임기를 수입한 김용환 대표는 DDR의 족보가 한계점에 다다르자 4개의 ‘ㅁ’자 발판에다 가운데 하나를 더 넣어서 ‘X’자로 특허를 회피해서 ‘펌프잇업’이라는 새 제품을 출시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개발당시 필자를 찾아온 김 대표는 “중간에 한 개 발판을 추가하면 족보가 배 이상 늘어나 감각이 빠른 젊은이들을 붙들어 놓을 수 있지 않을까?”라며 회피설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기억이 새롭다.

익히 알려진 숙박 공유업체인 에어비앤비도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해 주는 플랫폼에 특허가 난게 아니라 어플상에 숙박시설 랭킹을 제공하는데 그 랭킹을 어떻게 산정하는지에 대한 아주 좁은 영역이 특허다. 기본적으로 어떤 서비스를 수요자와 공급자간에 연결시킨다는 단순한 것은 오픈된 기술이기 때문에 특허를 주지 않는다.

현존하는 유명 비즈니스모델에서 회피설계를 통해 출시된 또 다른 아이디어를 보자. 에어비앤비와 프로세스가 유사하지만, 시점을 약간 비튼 새로운 서비스들도 많은데 어쩌면 독자 여러분도 생각해 봤음직하다.

우선, 아이를 동반한 가족여행자에게 초점을 맞춘 ‘키드앤코’라는 서비스가 있다. 아이들이 함께하는 여행의 숙소에는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 책 등이 필요할텐데 이런 것들은 여행갈 때 가지고 다니기 어렵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또 다른 모델로는 에어비앤비와 이름만 살짝 다른 ‘에어피앤피’라는 플랫폼 모델도 있는데 화장실만 대여해주는 서비스다. 접속하면 ‘소변을 볼 수 있는 곳’ ‘대변을 볼 수 있는 곳’이라는 노골적인 문장이 뜬다. 이용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유럽 같은 경우에는 화장실 찾기가 어렵기 때문에 의외로 이용자가 꽤 많다.

운송업과 관련해서는 ‘우버’가 대표적인 서비스인데 또 다른 유사한 서비스로는 배낭족을 타겟으로 하는 ‘프렌드라이드’라는 서비스가 있다. 현지인이 관광객에게 본인 차를 이용해 택시보다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한 매칭 플랫폼 비즈니스모델이다. 현지인들만이 알 수 있는 장소를 소개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화된 관광투어와 차별화된 포인트를 잡아냈다고 할 수 있다.

요식업과 관련한 서비스도 하나 소개해 본다. 여행객에게 현지 음식을 제공하는 요식업계의 에어비앤비라고 할수 있는데 ‘피스틀리’라는 서비스다. 가정집에서 일반인이 손님을 초대해서 저렴한 가격에 음식을 대접해주는 매칭 플랫폼인데 프로는 아니지만 재야의 아마추어 요리 실력자들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서 개발 되었고 최근 투자유치까지 이뤄진 서비스다.

앞으로 창업하려면 음식배달, 퀵서비스, 택시예약, 대리운전 등과 같이 가치는 높지만 이미 일반화된 비즈니스모델보다는 비정기적이고 특정 목적을 가진 대상에 집중하는 정보서비스 분야, 예컨데 이사, 육아, 반려동물 위탁서비스 같은 차별화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또한 전문서비스 분야로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 예를들면 의료, 법률, 세무, 심리상담, 컨설팅, 번역, 교육, 문화 등 전문가와 수요자를 연결시키는 매칭 플랫폼 비즈니스모델도 경쟁력이 있다.

정리하자면 비즈니스모델은 ‘아이디어를 기술기반으로 체계화해서 경제적 성과와 연결하는 프레임웍(Framework)’인데 설계핵심은 ‘상품과 고객간의 가치공유’에 있다는 점. 그리고 비즈니스모델은 현존하는 특허를 검토한 다음 회피설계를 통해 다양하게 고도화해 낼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 두면 좋다.

이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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