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미학

일산 자유로에서 본 석양

미국 달러화 중 대통령이 아닌 인물은 두명이다. 10달러의 알렉산더 해밀턴(초대 재무장관)과 100달러짜리에 인쇄된 벤저민플랭클린이 그들이다. 그만큼 미국 역사상 위대한 인물로 자리메김하고 있다.

바로 그 프랭클린은 1748년, “젊은 상인에게 보내는 조언”이라는 글에서…

이 말을 잊지 말게. 하루에 10실링을 벌 수 있는 사람이 아침에만 일하고 오후에는 일하지 않았다고 생각해 보세. 그리고 기분 전환을 위해 6펜스를 썼다고 해 보지. 그럴 경우에 그 사람은 ‘고작 6펜스를 썼다.’고 생각하기 쉽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아야 하네. 사실, 그 사람은 오후에 일해서 벌 수 있었던 5실링을 더 써 버린 것과 같네.

흘려보내는 시간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메시지다.
우리는 하루에도 여러번 기다림을 경험한다. 밥먹기 위한 기다림, 버스를 타기 위한 기다림, 약속한 사람과의 기다림 등 기다림의 연속이 인생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독일 사람들은 교통 혼잡 때문에 기다리며 낭비하는 시간이 일 년에 47억 시간이라고 한다. 이를 계산하면, 약 7,000명의 평균 수명을 모두 합친 것과 맞먹는 시간이다. 이렇게 의도치 않게 시간을 흘려보내는 경우는 시간이 참 아깝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저술가 알렉산더 로즈는 “삶의 고통의 절반은 기다리는 일이다.”라고 했을까?

 

프랑스 보건부 통계국 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 의사의 진료 대기 시간은 최소 6일에서 80일까지 다양하다고 한다. 치과의사를 만날 수있는 시간은 1개월이며 산부인과 의사는 6주, 안과의사는 평균 80일을 기다리는 것으로 나와있다. 그래서일까? 예약자의 1/3은 포기한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에스토니아에서 백내장 수술은 최소 3개월을 기다려야 하는데 그렇게 기다려도 실제로 수술에 들어간 비율은 19%에 불과하다. 나머지 81%는 여전히 대기상태. 영국에서는 응급환자가 아니면 18주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고 수술에 대한 대기자 명단만 해도 412만 명(2017년)이나 된다.

그래서 기업들은 어떻게 하면 고객의 기다림을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해 늘 고민한다. 요즘 유행처럼 번지는 새벽배송, 차에서 내리지 않고도 패스트푸드를 살수 있게 하거나 세탁할 수 있는 ‘drive in through’, 주문을 해 놓고 가게에 가면 바로 나오는 스타벅스의 모바일 주문 서비스 ‘사이렌오더'(SirenOrder) 등 다양한 방법으로 편익을 제공한다.

그래서일까? “오직 미국에서만… 피자가 앰뷸런스보다 빨리 도착한다.(Only in America …can a pizza get to your house faster than an ambulance.)”는 미국인들의 자조섞인 얘기가 새삼 떠올려진다.

결국 이러한 사례들을 보면 기다림이란 ‘시간소비’이거나 ‘고통’으로 귀결될 것 같다. 그러나 조금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보자. 유아들은 배가 고프면 운다. 더워도 운다. 엄마가 밥 줄때까지 기다리거나 더위를 참아보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반면에 어른들은 배고파도 때가될 때까지 기다린다. 물론 더워도 바로 짜증내지 않는다. 즉, 기다림을 지혜롭게 사용하는 사람들은 그만큼 정신적으로 성숙하기 때문은 아닐까?

농부는 봄에 씨를 뿌리고 가을까지 기다린다. 빨리 열매를 맺으라고 다그치지도 않고, 과하게 비료를 치지도 않는다. 기다리다 보면 나중에 보상을 받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결국 기다림이란 더 가치있는 것을 얻기 위한 생산적 시간소비가 아닐까 생각해 본 오늘이다.

이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