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티지(Prestige)’의 진실

마술의 최고 경지에 이른 두 마술사의 경쟁과 복수를 다룬 영화 ‘프레스티지’. 줄거리는 대충 이렇다. 상류층이면서도 마술이 좋아 신분을 숨기고 마술사로 활약하는 엔지어(Hugh Jackman), 그리고 가난한 청년 마술사 보든(Christian Bole)은 선의의 경쟁자로 어떻게 하면 관객들을 더 흥분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아이디어를 짜내가며 기술을 연마한다.

어느날 보든은 수중마술의 진수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이중매듭이 필요하다고 엔지어에게 제안하지만 엔지어는 위험하다며 반신반의한다. 즉, 수중마술은 손과 발을 모두 끈으로 묶인채 수중에 들어가 이를 풀고 헤쳐 나오는 장면을 보여주는 마술인데 만일 끈을 풀지 못하면 나오지 못하고 죽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엔지어가 수중마술을 하다가 그의 보조자인 아내가 물속에서 나오지 못하고 죽게 된다. 관객을 가장해서 손을 묶었던 사람이 바로 보든인데 이중매듭으로 묶어버린 탓이다. 장례식장에 나타난 보든에게 엔지어에게 이중매듭으로 묶었느냐고 묻지만 보든은 모르쇠로 일관한다. 하지만 보든이 아내를 죽였다고 생각한 엔지어는 마술을 통해 복수를 결심한다.

서로의 기술을 염탐하여 마술을 하는 과정에 자연스럽게 참여하면서 물고 물리는 복수를 하는 가운데 서로의 경쟁은 극으로 치닫게 된다. 어느날 보든은 마술의 최고단계라 할수 있는 순간이동 마술을 선보이면서 관객들이 보든에게 쏠리게 된다. 그 비밀을 캐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허사로 끝난다. 그러던 차에 과학계의 이단아로 외롭게 연구하던 과학자를 만나면서 순간이동의 과학과 만나게 된다.

보든은 트릭으로 순간이동을 하지만 엔지어는 그것이 팩트(Fact)하고 믿고 있던 차에 실제로 과학적인 방법으로 순간이동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과학자로부터 얻게 된 것이다. 그로부터 엔지어는 승승장구를 하게 되고 보든은 KO패를 당한 듯 보였다. 결국 보든은 경쟁을 포기하지만 엔지어의 순간이동 비밀이 궁금해서 엔지어의 공연장을 찾게 되는데 우연히 공연장 지하의 물통에서 죽어가는 엔지어를 보게된다.

보든은 엔지어를 살리기 위해 물통을 깨뜨려 보지만 결국 엔지어는 죽게 되고 그 일로 인해 살인죄의 누명을 쓰고 보든도 죽게 된다. 사형이 집행되기 바로 전, 한 상류층 인사가 교도소로 보든을 찾이온다. 그런데 뜻밖에도 바로 그 사람은 엔지어였다. 보든이 목격한 죽어가는 사람은 엔지어가 아니라 바로 이단아 과학자가 개발한 복제기술로 만들어진 엔지어의 복제인간이었던 것이다.

더욱 보든을 아프게 한 것은 보든의 외동딸이 엔지어와 손을 잡고 찾아온 것이다. 원수에게 딸을 빼앗긴다는 것이 더욱 그의 가슴을 아프게 했을 것이다. 보든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간 바로 그 시간, 엔지어는 원래의 상류층 인사로 돌아가기 위해 마술의 사물들을 매니저인 커터(Michael Caine)와 함께 정리하고 있던차에 죽었다고 생각한 보든이 갑자기 나타나 결국 보든이 쏜 권총에 의해 죽는다. 보든 역시 쌍둥이였던 것이다.

이 영화의 제목 프레스티지(Prestige)의 본래 의미는 마술의 최종단계(highend grade)로 신기(神技)에 가까운 하이라이트를 말하는데 오늘날에는 한 사람의 능력이나 연출 등이 두드러져서 남에게 미치는 영향을 뜻한다. 프레스티지는 마술과 같은 허구, 트릭으로도 만들어지며 사실(Fact), 능력으로도 만들어진다.

영화의 끝 장면에서 메니저인 커터는 쌍둥이 형 고든이 엔지어에게 복수하도록 기회를 제공하게 되는데 커터는 왜 엔지어의 아내를 죽게 한 고든보다 사형의 누명을 쓴 고든을 살려내지 않은 엔지어에게 더 혹독한 평가를 내렸을까? 커터는 관찰자, 즉 제 3자여서 당사자들의 아픔을 자기 나름대로 해석한 것은 아닐까?

만일 고든이 “이중매듭으로 묶었지만 고의는 아니었다”거나 “이유야 어떻든 아내를 죽게 했으니 미안하다”고 사과했다면 말로가 그렇게 불행하게 끝나지는 않았을까? 커터는 영화 중간에서 “관중은 마술이 속임수라는 것을 알면서도 흥미를 갖는다.” “그러나 그 속임수를 굳이 파헤치려 들지는 않는다. 환상이 깨지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그렇다. 관찰자들은 그저 겉에서 보이는 것, 곧 프레스티지만을 보고 판단한다.

마술 같이 사는 것도 한판의 인생이고, 과학처럼 사는 것도 역시 한판의 인생이다. 그러나 어느 것이 옳고 그른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아내를 잃은 엔지어의 분노에 대한 원인제공은 보든의 이중매듭이었지만 메니저인 커터는 사형을 당하고 딸을 빼앗기는 보든의 손을 들어줬다. 원인제공자인 보든에게 책임이 있는 것 같은데 말이다.

그렇다고 엔지어에게 더 관대하기는 쉽지 않다. 아내를 잃은 슬픔이 복수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져 대가 이상으로 고든을 괴롭혔기 때문이다. 집착은 희생을 먹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