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론]탈북자에게 ‘차이’ 교육부터

[시론] 탈북자에게 ‘차이’ 교육부터

468명의 탈북자가 집단 입국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최근 일어났다. 앞으로 상황 변화에 따라서는 수천명이 갑자기 밀려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 사회는 이들을 수용할 태세가 갖춰져 있는가. 극히 회의적인 게 사실이다. 특히 이들에 대한 정착교육은 의례적이거나 선심성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러다 보니 남한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방황하거나 범죄자로 전락하는 탈북자들이 늘고 있다. 엊그제 20대 탈북자는 차라리 교도소에 가겠다며 일부러 밤길 여대생을 폭행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탈북자에 대한 교육과정과 정착지원이 실효성을 거두고 있는지 냉정하게 재검증해 볼 필요가 있다. 탈북자 교육을 2년여 맡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의 탈북자 정책 측면부터 검토해 본다.

첫째, 하나원의 교육체계를 보다 현실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지금은 의례적인 2개월간의 소양교육으로 끝내고 있는데 사회적응 훈련으로 전환해야 한다. 강사진도 실제 사회적응에 도움이 되는 창업이나 취업 전문가들을 대폭 활용해야 할 것이다.

둘째, 종교단체보다 사회단체에 교육을 위탁해야 한다. 일부 사회단체가 참여하고는 있지만 대부분이 종교단체의 지원금으로 위탁교육을 하는 실정이다. 지원자금의 문제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정착을 지원한다기보다 선교 목적의 교육으로 일관하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셋째, 체계적이고 현실적인 사회 안착 프로그램 집행을 위한 매뉴얼 개발이 시급하다. 이들에게는 일시적 보조금이 문제가 아니라 향후 정착에 도움이 되도록 우회생산 기법을 알려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탈북자 중 3년도 안돼 30% 이상이 범죄자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은 교육이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넷째, 멘토링(Mentoring) 지원단 구성이 시급하다. 지금은 담당 경찰이 어쩌다 한번 확인전화하는 정도다. 정착과 상관없는 단순한 안전관리 차원이다. 차제에 이들을 지원할 사회 각계의 전문가로 구성된 멘토(Mentor) 구성으로 이들에게 길라잡이 역할을 해줄 필요가 있다.

다섯째, 선심이 아닌 관심과 배려 정책이 필요하다. 일방적인 선심성 지원 방식으로는 의지력을 키워주기보다 무능력자로 전락하게 한다. 따라서 안착하기까지 일정기간 돈보다는 능력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훈련 프로그램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반면에 교육은 이들의 사고(思考) 능력을 감안해 남과 북의 환경차이를 사전에 철저하게 교육시켜야 한다. 이들 가운데는 자신에게 특별대우를 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우리 사회에 대한 불만이 늘 상존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차별이 아닌 능력의 차이를 인식시켜줘야 한다. 임금 차이를 인정할 수 있도록 사전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실제로 이들을 기업에 추천해본 결과 북한 대졸자가 남한의 중졸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임금차이를 차별로 인식한 나머지 쉽게 이직하는 사례를 많이 보아 왔다.

그 다음, 보조금을 차등적용할 필요가 있다. 취업하면 임금의 상당 부분을 정부가 지원하고는 있지만 업종 구별 없이 일괄적으로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어렵고 힘든 일에는 아예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따라서 3D 업종 취업자에게 대폭 지원해 주는 차등화 정책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자본주의는 능력 위주의 사회라는 점을 반드시 교육해야 한다. 북한처럼 줄서기와 분배정책에 익숙한 이들은 남한의 능력 중심 사회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늘 불만으로 가득 차 있다. 따라서 교육기간 중의 성적과 열정에 따라 지원방법도 달리해야 할 것이다.

독일의 경우를 보더라도 통일 이후의 인적 화합이 더욱 큰 과제임을 감안하면 지금처럼 탈북자 문제에 근시안적으로 대처할 경우 더 큰 우를 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지원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

이형석 한국창업컨설팅협회장
.2004.08.08 18:44 입력 / 2004.08.08 18:49 수정

이 글은 중앙일보에 ‘시론’으로 기고한 기사입니다. https://news.joins.com/article/373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