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충이들

손혜선님의 사진을 업어옴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사람을 우리는 ‘멍충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같은 일만 시키면서 혁신적 아이디어를 내라고 하는 상사도 역시 ‘멍충이’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우리나라는 지난 수 십년간 저지방식을 먹어야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해마다 국민 건강을 더욱 나빠지고 있다. 저지방식이 결코 비만.당뇨.고지혈증을 유발하는 원인은 아니라는 결론을 얻게 된다.

실제로 최근 7년간 여성 5만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본 결과 탄수화물을 줄이고 지방을 많이 섭취하는 사람의 건강이 더 좋아졌다.(양준상 가정의학과 전문의)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저지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멍충이들이다.

연말이면 공무원들에게 혁신적인 정책안을 내 놓으라고 닦달한다. 그런데 그들은 늘 같은 일만 반복해 온 사람들이다. 공무원 교육을 가보면 금방 안다. 예상하지 못한 질문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다지 고민해 보지 않았다는 증거다. 멍충이들이다.

처음에는 이들도 멍충이는 아니었다. 큰 기업이나 공무원으로 쑥 들어갈 정도면 그래도 머리가 돌아가서 득한 성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대충’이 습관이 되서 이렇게 멍충이로 변한다. 시스템 설계의 오류다.

과거 탈북자 교육을 꽤 오래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 대부분은 하나원을 나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 빈손이 됐다. 시장경제를 이해하지 못한 탓이다. 손수 벌고 효과적으로 쓰는 방법 자체를 몰랐던 것이다. 심지어는 5년 안에 크고 작은 범죄자가 된 경우도 거의 30%에 육박한다. 교과 설계의 오류다.

최근 성년이 돼서 고아원을 퇴소한 청소년들을 몇 명 만났다. 이들 역시 경제관념이 현저히 떨어진다. 그동안 울타리 안에서 시간표대로 수동적인 삶을 살다보니 주체적 삶에 대한 책임감과 역동성이 거의 없다. 지원정책의 오류다.

은퇴 후 찾아오는 사람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머릿속에는 의심만 잔뜩 들어있고, 도전정신이나 번뜩이는 열정은 찾아보기 어렵다. 갑자기 야생마로 풀어 놓으니 자신이 노딜던 우리 주변만 맴돌다가 생채기만 입고 허탈해 한다. 인생설계의 오류다.

요즘 책임을 국가나 사회로 떠넘기려는 시도들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이유있는 항변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모든 책임은 자기계발에 소홀한 자신에게 있다. 억울해도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