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학과 하인리히(Heinrich) 법칙

실패를 인정하면 성공이 보인다” 사실 우리는 과거의 실패에 대하여 깊이 검증하지 않고 그 실패 원인을 외부로부터 찾는 경향이 강하다. 모든 일은 자신으로부터 시작되고 자신에게서 끝난다는 평범한 진리를 잊고 사는 것이다. 과거를 검증할 수 있는 사람만이 미래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안다면 그만큼 실패에 대한 관심을 갖게되지 않을까 싶어서 실패이야기를 하려한다.

지난해였던가? 일본에서는 동경대교수가 쓴 “失敗學의 권유”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다. 실패를 거울삼아 12년의 불황을 극복해 보려는 기대가 베어나는 책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실패에 대해서 별반 관심을 갖지 않는다. 지난 94년에 “실패사례연구” DB를 만들려고 조사한 적이 있는데 삼성, LG 두 그룹에서 무역실패 사례분석이 일부 있었고 ‘팔기회’라는 사업을 재기한 사람들의 모임에서도 일부 자료가 있었지만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실패사례에 대한 연구가 진전이 없다. 지난 정부에서 김영환 장관이 실패연구를 체계적으로 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공염불이 됐다.

최근에는 중기청에서 실패사례 수기를 공모했는데 1등에게 무려 2천만원이나 준다고 상금을 내 걸었지만 호응은 저조하다. 그만큼 실패는 드러내기를 꺼려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실패를 두려워하는 것은 당연하고 또 실패를 숨기고 싶어하는 것은 인간의 보편적인 심리지만 은폐하려고만 한다면 동일한 실패를 되풀이하거나 더 큰 실패를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꼭 리뷰가 필요한대도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바둑은 끝나고 복기를 해야 실력이 늘 듯이 실패를 재차 삼차 검증하다 보면 성공이 더 가까워질텐데 그 점이 아쉽다. 상담경험으로 보면 문닫을 지경에 이르러서야 찾아오곤 한다. 자본금 다 잠식되고 은행에서 돈 안빌려 줄 정도 되면 그때서야 찾아와서 대책을 세워달라고들 한다. 사실 요즘같이 예고된 어려움은 극복방안이 이미 마련되어 있어야 하는데도 말이다.

실패학에 ‘하인리히(Heinrich) 법칙’이란 게 있다. 큰 사고에는 경미한 상처를 입히는 가벼운 사고가 29건이 있고 29건에는 작은 사건이 300건 존재한다는 법칙이다. 1 : 29 : 300 법칙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이 얘기는 큰 실패가 일어날 때에는 반드시 전조가 있다는 것이다. 낌새를 미리 찾아내서 적절하게 대응하면 큰 실패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좋다.

요즘 경기가 98년 이후 최악이라는 발표도 있었지만 너무 안 좋아서 문닫는 사람들도 많을 듯 해서 안타깝다. 심지어 내년 상반기까지 이대로 간다면 아마도 소규모사업자의 60%는 셔터를 내려야 할 것이라는 자조섞인 얘기들도 심심찮게 나온다. 그러나 불황이라는 외적 위협요소 때문이라고 핑계대거나 한탄할 수만은 없다. 언급한 바 , 모든 책임은 자신으로 인해 시작되고 자신으로 인해 끝나기 때문이다.

지난 79년, 삼성그룹비서실 도서관에 “사장학”이라는 책이 있어서 관심있게 읽은 적이 있다. 이 책은 경영자의 조건을 “三意(熱意, 誠意 創意)가 있어야 비로소 경영자가 될 수 있다”고 했는데 요즘에도 잘 적용되는 말 같다. 경기가 안 좋다는 외부요인을 핑계로 극복하려는 의지가 약한 사례들이 너무 훤히 보여서다.

스스로 안 될 거라고 풀죽어 있다면 그런 상황에서 성의나 창조적 아이디어가 나올리가 만무하다. 쉽진 않겠지만 늘 처음처럼 열의를 갖고 창조적 마케팅으로 임한다면 문닫는 일은 없을 것이다. 요즘 나타나는 실패사례들을 보면 다음 몇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소비자 분석에 너무 소홀했다. 부천이나 일산, 김해, 경산과 같은 위성도시를 단순하게 인구밀도나 차량보유대수 등 일반적인 통계자료로 입지를 분석한다면 잘못이다. 위성도시는 주로 생활권이 서울이기 때문에 단순비교는 어렵기 때문이다. 적절한 예일지 모르나 “결혼한 사람이 안한 사람보다 오래 산다”는 통계결과는 통상 건강한 사람을 골라 결혼하기 때문에 나온 결과라는 점을 간과한 심각한 오류인 것과 같다고 하겠다. 너무나 일반론적으로 접근하면 오류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둘째, 입지분석에 너무 돈을 아끼려는 경우다.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해 결정하기 보다 주변의 말만 믿고 쉽게 결정해 버린 사례가 너무나 많다. 입지분석은 과학이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가 꼭 필요한 분야다. 오픈 전에 얼마간 드는 비용이 아까워서 피해간다면 나중에 더 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셋째, 경쟁점포가 들어설 것을 예상하지 못한 경우다. 한 업종에도 프랜차이즈 사업자는 엄청 많다. 치킨이나 호프주점만도 가맹사업자가 40여 개가 넘고 도입된 지 얼마 안된 샌드위치전문점도 무려 14개나 된다. 브랜드가 다르고 가맹사업자가 다르면 언제라도 바로 옆에 들어설 가능성이 상존한다.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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