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동(洞), 빅데이터 분석해보니

청년위원회 특강후

창업할 때, 미리 검토해 보아야 할 사항은 참 많다. 대상 업종의 롱런(Long Run) 여부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되는 창업 트렌드, 창업에 필요한 자금조달 방법, 그리고 영업 활성화를 위한 마케팅 전략 수립 등 현실적인 문제에서부터 상당한 지식이 요구되는 문제들도 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대상 상권의 잠재고객에 대한 분석은 공개 자료가 많아서 누구나 쉽게 분석할 수 있으면서도 두 번째로 놓기 어려울 만큼 너무나 중요한 요소다. 잠재고객은 거주인구와 유동인구로 나뉜다.

이번 호에서는 유동인구를 통제하고 거주인구 중심으로 서울지역을 분석해 보고자하며, 특히 거주인구의 나이를 일렬로 세웠을 때 가장 젊은 층이 많이 사는 동(洞, 이하 ‘청년동’)을 중심으로 접근해 본다.

먼저 한 가지 염두에 두어야 할 메가 키워드가 있는데 바로 ‘고령화’이다.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13%에 육박한 우리나라는 불과 2년 뒤면 고령사회(14%)에 진입할 만큼 갈수록 인구의 평균연령이 높아지고 있다.

이렇듯 ‘늙어가는 대한민국’에서 평균연령 30대인 ‘청년동(洞)’이 있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며 흥미를 끈다. 서울의 청년동으로는 송파구 위례동이 가장 젊은 33.1세다.

요즘 아파트 프리미엄이 2억5000만원이나 붙었다는 위례동은 서울 송파구, 하남시, 성남시 등 3개 기초자치단체권이 모두 포함된 신도시다. 서울 외곽이면서도 강남권과 접했다는 점 때문에 젊은 엄마들이 선호하는 지역으로 부각되고 있는 듯하다.

어쨌든 서울지역에서는 가장 젊은 동이 위례동이고, 기타 젊은 청년동으로는 ▲강남구 대치1동 ▲강서구 발산1동 ▲광진구 광장동 ▲노원구 상계8동, 중계1동 ▲송파구 잠실2동 ▲양천구 목1동 등이 ‘35세 이하 동’으로 올라있다.

그렇다면, 청년동에서는 어떤 업종이 잘 될까? 대충 예상되겠지만 학원이 가장 잘 되는 업종으로 나타났는데, 이 가운데 외국어학원 매출이 높았다. 대치 1동에는 외국어 학원과 종합학원이 나란히 3~4위에 올랐는데 학원 수도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대치 1동에는 외국어 학원이 19개가 있는데 올 9월 기준으로 지난 1년간 월평균 매출이 3억4000만원이었고, 종합학원은 48개로 2억9000만원으로 집계됐다.

그래서 호기심이 또 발동했다. 평균연령이 많은 이른바 ‘장년동’에서도 학원이 잘 될까? 분석 결과, 평균연령이 45세 이상인 중년동 가운데 유일하게 청량리동에서 종합학원이 6위에 올랐는데 평균 매출은 강남구 대치동의 2억9000만원에 턱없이 부족한 9000만원에 불과했다.

사실 청량리동은 동대문구의 중심가이기 때문에 종합학원이 10위권 안에 들었을 뿐 실제로는 학원이 대부분 청년동에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청년동 10개 가운데 학원이 잘되는 그 외 지역으로는 광진구 광장동, 노원구 상계8동과 중계1동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의료기관도 청년동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모든 의료기관이 다 잘되는 건 아니지만 20~30여개 진료과목 가운데 딱 2개 과목이 유난히 잘됐다. 바로 치과와 피부과다. 그러나 지역에 따라 평균매출은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대치 1동에서는 두 의료기관 모두 월평균 매출이 1억6000만원 수준이었고, 같은 강남권인 송파구 잠실2동은 피부과가 2억3000만원, 치과가 1억4000만원으로 높게 나타난 반면에, 노원구 상계8동은 치과가 4800만원으로 나타나 큰 편차를 보였다. 소득수준이 높은 동의 매출이 월등히 많다는 얘기다.

치과 얘기가 나온 김에 잠깐 말머리를 돌려 일본의 청년 얘기를 해보자. 며칠 전, 시장조사차 일본을 방문했을 때 만났던 교토의 간사이(關西)외국어대의 정연권 교수가 “일본에는 요즘 치과와 접골원이 잘된다”고 운을 뗐다. 요즘 일본 청년들은 취업 스트레스를 받아서 단 것을 많이 먹다 보니 치과가 잘되고, 자신감을 잃어서 남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몸을 움츠리고 다니다 보니 접골원이 잘된다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교토 어느 지역을 가도 우리나라에서는 사라진 접골원이 군데군데 눈에 띄고, 치과도 다른 의료기관에 비해 많았다. 물론 그 이유가 휴대폰을 과하게 사용하는 사람이나 노인들도 한몫 하겠지만 우리나라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마냥 웃기만 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 청년들이 모두 일자리를 얻어 지역소비를 견인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시 돌아와서 청년동에서 잘 되는 일반업종으로는 강남권에서는 제과점, 강북권에서는 중국음식점이 강세를 보였다. 제과점이 상위권에 오른 지역은 대치 1동, 송파구 장지동, 양천구 목1동 등이었고, 중국음식점은 광진구 광장동이 분석대상 162개 업종 가운데 3위, 노원구 상계8동이 7위, 양천구 목1동이 9위로 나타났다.

여기까지 읽으면 또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길 것 같다. 청년동에서는 실제로 그 세대의 소비가 높게 나타나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청년동이라고 해서 그 나이대 젊은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것은 아니었다.

노원구 상계8동의 경우, 거주자 평균연령이 35.4세니까 30대가 소비의 중심축이지 않을까 생각하고 들여다봤는데 편의점과 약국에서만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게 나타났을 뿐 대부분의 업종에서는 40대가 가장 많이 썼다.

다른 청년동도 대동소이한데 특이한 점 하나는 평균 나이 36세인 강서구 발산1동의 경우, 사진관 매출의 50%를 30대가 올려줬다는 점이다. 사진관이 잘 된다는 것은 요즘 어른들이 사진관을 잘 찾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아기 기록사진을 많이 남겨야 하는 30대가 소비의 중심축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추론하자면 실제로 30대가 많이 사는 곳은 발산1동이 아닌가 싶다. 나이를 일렬로 세워놓고 보면 중간 값에 30대가 많다는 뜻이다. 나이를 모두 더해서 거주인구 수로 나눈 것이 평균연령이니까 평균값을 끌어 내리려면 어린아이가 많아야 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우리나라 전체인구는 2014년 말 현재, 5130만명인데 연령대별로 나눠보면 40대가 900만명으로 가장 많고, 50대가 820만명, 30대가 780만명이다. 이에 반해서 10대는 600만명으로 뚝 떨어지고, 10세 미만은 460만명으로 10세 미만은 지금의 40대 인구의 절반 정도에 그친다.

이번에는 청년동에서 잘되는 업종을 요일별로 분석했다. 그 결과 강남구 대치1동은 제과점이 1위 업종인데 가장 매출이 낮은 요일은 수요일이었고 금요일과 일요일에 각 19%로 높게 나타났다. 합하면 거의 40%에 가까운 매출을 이 두 요일에 올려 주는 것이다.

반면에 대치동에 있는 피부과는 수요일날 63%나 올렸고, 발산1동의 치과도 일반 자영업에서는 대체로 가장 낮은 매출을 보이는 요일인 수요일날 23%나 올렸다. 아마도 일반 직장인이 몰리지 않은 요일에 학생들이 예약을 하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된다.

광진구 광장동의 골프용품점은 토요일 32%, 일요일 51%를 올려서 주말에만 83%를 파니까 광장동 가서 골프숍을 열어서 주 이틀만 영업해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했다. 그밖에 주말에 잘 되는 업종으로는 슈퍼마켓이 대체로 주말 매출이 높았고, 학원, 치킨, 국수집 등이 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를 쪼개서 다시 시간대별로 분석해 봤다. 아침 시간대에 매출이 10%를 넘어서면 굉장한 비율인데, 여기에 해당하는 업종으로는 편의점이 평균 11%, 슈퍼가 10% 그리고 골프연습장이 15%였다.

일반적으로 총매출액에서 항목별로 차지하는 비율을 인건비와 재료비가 각 30%, 수도광열비를 포함한 기타 잡비가 10~15%, 그리고 임대료가 10% 정도 잡는다. 그러니까 아침 9시 이전에 10% 매출을 올린다면 임대료를 버는 수준이니까 아주 즐거운 일이다.

반면에 12시~오후 6시까지, 이른바 한낮에 잘되는 업종은 피부과, 내과, 비뇨기과, 약국 같은 요양기관으로 65~85% 정도를 올린다. 이들 업종은 영업시간 때문에 당연한 결과인 것 같고, 유치원도 65%가 12시~오후 6시까지 올린 매출인데 예측 가능한 결과다.

다른 업종에서는 사진관 매출의 80%가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올리는 매출 비중이고, 중국음식점도 60%를 넘어가는 걸로 봐서 젊은동에서는 직장인들보다 전업주부들이 이들 업종의 매출을 올려주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서두에서 고령화의 속도를 언급했지만 불과 2년 후인 오는 2018년이면 우리나라는 14%를 넘어가는 고령사회로 진입한다. 물론 일본은 20여년 전인 1994년에 이미 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이에 비하면 세계에서 인구가 다섯 번째로 많은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은 오는 2045년이 되어야 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좀 엉뚱한 결론이지만 팍팍한 대한민국에서 자영업으로 살아가느니 이 기회에 청년의 나라 동남아시아로 진출해 보는 것이 어떨까?

■ 자료 제공=㈜나이스 지니데이터

이형석 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장  |  leebangin@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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