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소비자행동, “나는 팔기 위해 산다.”

소비자행동에서 보면 지금처럼 경기가 좋지 않으면 일반적으로 이전에 구매하던 가격대보다 낮춰 소비하려는 심리가 있다. 물론 톱니효과 즉, ‘어떤 상태에 도달하고 나면 다시 원상태로 되돌리기 어렵다’는 특성 때문에 가격보다는 횟수를 줄이는 절약방법으로 다르게 나타날 뿐이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소비자행동이 바뀌고 있다. 경기가 안 좋은데도 오히려 더 좋은 제품을 더 자주 사고 있는 것이다.

수입차 판매 추이만 봐도 그렇다. 2019년 5월 현재, 수입차 누적 판매 순위를 보면 1위가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14,880대), 2위는 BMW 5시리즈(5,104 대). 그리고 3위가 렉서스ES (4,243대) 등이다.

2013년과 비교해 봤다. 6년 전, 이들 수입차 판매대수는 얼마나 될까? 벤츠 전 차종의 합계가 1,143대, BMW(792대), 렉서스는 341대에 불과했다. 국산차의 성장속도와 비교하면 현저하게 높아진 것이다. 그렇다고 그 사이에 실질소득이 높아진 것도 아니고 오히려 줄었다.

그런데 최근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어느 독일 기자는 의미 있는 질문을 던졌다. 독일인과 한국인의 자동차 사용습관을 보고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왜, 한국인은 자동차를 사면 비닐을 뜯어내지 않고 불편하게 차를 이용할까?”.

“아! 그게 답이었구나!”.

우리는 상품을 살 때 “다시 팔기 위해서” 사는 것이다. 그래서 신차를 사면 팔 때까지 최대한 깨끗하게 사용한 후, 좀 더 나은 가격으로 재판매하기 위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공유경제’의 또 다른 단면이자, 우리사회가 공유소비로 가는 초입에 들어섰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러한 나의 어설픈 생각에 확실한 답을 해 준 자료를 며칠 전 찾았다. 일본의 중고플랫폼 메루카리와 미쓰비시종합연구소가 공동으로 프리마켓 앱(App) 이용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다. 질문 가운데 “신제품 구입시 향후 매각을 의식하는가?”라는 항목에서, 새 옷 구입시 65%, 신품 화장품 구입시 50%의 이용자가 「의식하고 산다」고 답했다. 다시 말하면 중고로 팔겠다는 생각으로 상품을 선택한다는 의미다.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보고서는 향후 소비자행동이 ‘소스(SAUSE)’소비로 바뀔 것이라는 결론을 냈다. SAUSE란 Search(검색)」 Action(행동), Use(사용), Share(재판매), 그리고 Evaluation(평가)의 머리글자다.

즉, 향후 변화될 소비자행동은 정보수집을 위한 검색(Search)부터 시작하고, 사용 후 재판매했을 때 얼마나 생산적 소비를 했는지 평가(Evaluation)하는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이제 실질소득이 줄었음에도 더 좋은 제품을 비싸게 사는 이유가 명확해졌다.

물론 우리나라와 일본은 소비문화가 다르다. 일본은 잃어버린 20년 동안 절약과 중고활용이 생활화됐다. 반면에 우리는 아직도 이용보다 소유에 더 무게 중심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부동산이 꼭지점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설득력있게 들리는 시점이고, 특히 이용중심 소비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일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한 흐름으로 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에 대비해서 이제는 제대로 된 상품을 제대로 만들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환경문제에 더욱 민감해진 성숙한 소비자들이 더욱 늘어나는 것도 이를 뒷받침해 준다. SAUSE. 생산자도 소비자도 그냥 지나칠 트렌드가 아님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다.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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