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세대(R Generation)에게 미안하다

베이비부머들의 은퇴가 시작됐다. 집 한 채 있고, 현금 5억이 있으면 그래도 노후를 견딜 수 있다면서 스스로에게 위로를 하며 씁쓸하게 퇴장하고 있다. 월 300만원을 쓰면 15년 정도는 현금으로 살 수 있고, 나머지 인생은 모기지론으로 살아가겠다는 것이다. 산술적으로는 맞는 말 같다. 하지만 인생이 어디 그렇게 단순한가?

퇴직을 앞둔 어느 은행 지점장은 전화번호를 아예 바꿔 버렸다. 그동안 알고 지내던 사람들과 만나봐야 도움도 안 되고, 상처만 받을 게 뻔할뿐 아니라 수시로 걸려올 경조사비를 아끼기 위해서라고 털어 놓는다. 베이비부머들이 퇴장하는 뒷모습이 이런건가?

그런데 가만히 생각하면 베이비부머들은 지금의 20대 보다는 훨씬 낫다. 이들이 젊었을 때는 그래도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낙관했고, 수입도 덩달아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 세대는 그랬다. 취업도 그리 어렵지 않았고, 세월만 낚으면 임금은 올랐다. 소위 낙관적인 부머들(optimistic boomers)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20대는 다르다. 고용없는 성장 시대를 살아가는 미국의 20세~24세 실업률은 무려 15%. 전 세대 평균이 10%라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높은 수치다. 청년들의 실업기간도 점점 길어지고 있다. 1929년의 대공황(Great Depression) 때와 버금가는 평균 2년 정도의 기간이 소요된다.

저축률도 2008보다 낮은 4.5%다. 젊은이가 노후를 안전하게 지내려면 임금 중 15%를 지속적으로 저축해야 가능하지만 실제로 저축하는 젊은이는 그리 많지 않다. 최소한 향후 3년 정도는 저축할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생각을 갖고 산다. 그렇다고 그 이후에는 저축이 생각만큼 가능해질까? 이에 대해서도 43%는 경기가 좋아질 것 같지 않다고 생각 것으로 미루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이들 세대를 불황세대(Generation Recession)라고 칭한다. 그렇다면 30~40대는 어떤가? 이들은 베이비부머들을 올려다 보고, 20대를 내려다보니 길이 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 하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투자는 보수적으로’, ‘큰돈보다는 적은 돈이라도 꾸준하게’, 그리고 안전한 직업‘을 선호한다.(미국 국립경제연구소 NBER 자료)

그래서일까? 이들은 노력보다는 행운에 기대를 걸고 사는 부류가 많아지며, 정부에 반감이 많아 스스로 스트레스를 불러오며 이에 따라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이 늘어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미국의 힘이 빠지고 신흥시장 특히 중국 인도 브라질로의 힘의 전이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추세다. 물론 달러화의 약세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제 2의 금융쇼크와 그라운드 제로에 따른 주택쇼크, 그리고 지구 온난화로 인한 지구환경 문제 등에 대해서도 조만간 나타날 것이라는 두려움을 안고 산다. 이래저래 젊은이들은 걱정이 많다. 그래서일까? 이만큼 나이 들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불황세대에게 미안한 생각이 드는 게…

이형석(leebang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