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실한 지갑이 돌아올 확률

내가 분실한 지갑이 다시 내게로 돌아올 확률은 얼마나 될까? 미국 미시간대와 유타대, 그리고 스위스 취리히 대학의 공동연구팀은 40개국 355개 도시를 대상으로 대규모 실험을 했다. 이 실험은 경제학과 심리학의 교차점에 관한 흔하지 않은 연구사례여서 흥미를 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잃어버린 지갑을 가진 사람(위탁자)이 신고할 확률은 세계 평균 40%로 나타났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지갑에 현금이 들어있는 경우 신고확률이 51%까지 높아졌다는 점이다. 이는 고전 경제이론에서는 유혹이 클수록 정직하기 어렵다고 되어 있지만, 이 연구 결과는 이러한 이론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이타주의가 금전적 이익을 이긴 것이다. 물론 국가별로 차이는 있다. 조사대상국 가운데 가장 정직한 나라는 스위스와 노르웨이로 나타났다. 반면에 하위 3위까지는 페루, 모로코, 중국이 다. 이 논문은 6월 20일 미국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게재되었다.

이 실험을 하기 전에 연구팀은 경제학자 279명을 대상으로 사전 조사를 실시했다. 연구결과를 예측해 달라는 조사였다. 그 결과, 예측이 맞은 비율은 29%에 그쳤다. 그만큼 이번 연구는 상식을 뛰어넘는 결과였다,

총 비용 60만 달러라는 전례없는 규모로 실시된 이번 실험방법을 잠깐 소개한다.

은행, 극장과 박물관 등의 문화시설, 우체국, 호텔, 경찰서, 법원 등에 똑같은 모양의 지갑 1만 7,000개를 습득물로 신고했다. 연구보조원은 이 지갑을 “길에서 주웠는데 시간이 없어서 빨리 가야하니 주인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하고 떠난다.

각각의 지갑에는 쇼핑 목록, 열쇠, 가상의 남성이름과 이메일 주소, 그리고 현지 언어로 인쇄 된 명함 3장을 넣었다. 지갑 주인이 지역 주민임을 나타내려는 시도다. 지갑은 현금이 들어 있지 않은 것과 13.45 달러 상당의 현금을 넣은 것 등 두 가지를 준비했다.

금액은 실험을 한 국가의 구매력에 따라 조정했다. 미국, 영국, 폴란드 3개국은 현금을 94.15 달러까지 대폭 늘려 동일한 실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금액이 높은 지갑의 신고 비율이 소액의 경우보다 평균 11% 상승했다.

또한 지갑에 열쇠가 들어 있다고 신고한 비율이 9.2%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열쇠는 주인에게 가치있는 것이지만, 발견자에게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이타적인 배려심이 나타난 것으로 연구진은 해석했다.

한편 스위스와 노르웨이는 지갑의 소유자에게 연락해서 돌려준 비율이 70%를 웃돌았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현금이 들어 있지 않은 지갑을 돌려 준 비율이 10%에 미치지 못했다. 다만 현금이 들어 있던 경우 20%정도로 높아졌다.

연구자들은 이 결과가 국가가 부유인지 가난한지에 대한 인과관계는 미흡하지만 민주적 의사결정에 익숙한 나라들에서 돌려주는 비율이 높았다고 해석했다. 또한 이탈리아 같은 가족 관계가 전통적으로 강한 나라의 지갑 반환률이 개인주의적인 북유럽 국가에 비해 낮다고 덧붙였다.

이타심이 점점 더해지는 세상으로 가는 것 같아 흥미롭고, 기분도 좋게 느껴져 여기 옮긴다.
이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