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생 페르소나

5월10일(금), 20시45분 용산행 서대전발 KTX 1호차 내부

나는 특강을 갈 때마다 이동 중에 하는 나만의 의식(儀式)이 하나 있다. ‘수강생 페르소나’를 그려보는 것이다. 즉, 오늘 만나게 될 수강생들은 어떤 사람들이고, 무슨 목적으로 참여하는지 등 그들의 관심사를 추정(推定)해 보는 시간을 말한다. 이 의식 가운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수강생들의 ‘감정 상태’를 상상하는 일이다. 그들과 기대를 나누기 위함이다.

오늘 대전에 생애경력설계 교육을 가기 위해 KTX를 탔다. 늘 그렇듯이 안대를 하고 음악을 듣는다. 무언가를 생각해야 하는 경우에 늘 하는 버릇이기도 하다.

서울로 무작정 상경하던 ‘대전역의 그날’이 오버랩된다. 1975년 3월 25일 12시 부산발 통일호를 타고 서울로 가던 길이었다. 대전역에 잠시 정차했을 때 대부분의 남자들이 우루루 몰려 내렸다. 대전역 우동(가락국수)을 먹기 위해서였다. 정차한 시간은 정확하진 않지만 10분 정도로 기억된다. 그 안에 그 많은 승객들이 먹고 다시 타야하니 플랫폼은 아수라장이었다.

source : 코레일_사진: 윤광준 작가

나도 그 틈에 끼어 마시듯 한 그릇을 비운 덕분에 몇 분의 여유가 주어졌다. 잠시 서울 쪽 하늘을 올려다봤다. 검은 구름이 먼 하늘을 덮고 있었다. 두려웠다.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은 ‘눈뜨고 있어도 코 베어간다는 땅 서울’에 어린 나이에 혼자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미치자 강한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부산역에서 어른들 눈을 피해 사 둔 거북선 한 개피를 꺼내 물었다. 두려움을 떨쳐버리기 위해 난생처음 피웠던 담배, 그곳이 대전역이다. 그 담배연기는 내게 기대와 용기를 주었다. “그래, 남자로 태어나서 그까짓 것 서울이 별거냐” 생각하니 두려움이 걷히고 강한 의욕이 살아났다.

오늘 수강생들은 중장년으로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다. 75년에 10대가 대전역에서 겪었던 감정이나 21세기 중장년이 겪게 될 미래를 바라보는 감정도 ‘두려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이나 시대와 상관없이 내일은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이다.

그 때 느꼈던 생각,
“두려움은 기대로 이겨낼 수 있다”

오늘 들었던 수강생들에게도 기대를 주는 강의였기를 소망해 본다.

이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