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투자해 주세요!

2014년 2월 10일, CNN 인터넷판에 이색적인 기사 하나가 실렸다. 아이디어가 특이해서 나중에 좀 더 관찰해 보고 도전해 보리라 생각하고 keeping해 뒀다. 그 아이디어가 무엇인지 일단 소개부터 해본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Harvard Business School)을 졸업한 여학생 Rachel Honeth Kim는 자신에게 펀딩해 줄 것을 제안했다. 개인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Upstart를 통해서였다.

나에게 투자해 주세요

“학교에 다니느라 6만 달러를 대출 받아서 갚아야 할 시점이 왔다. 지금은 갚을 형편이 되지 않으니 10만 달러를 투자해 달라”는 내용이다. 만일 10만 달러를 투자받으면 우선 은행 빚부터 갚고, 나머지 4만 달러로 창업해서 이익을 나누겠다는 것이다.

투자에 대한 보상은 앞으로 10년 동안 자신이 번 돈의 6%를 투자금액에 비례해서 나눠주겠다는 점도 명시했다. 펀드는 공개적으로 개시한지 한달만에 완성됐다. 나는 투자한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했지만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By Jennifer Alsever  @CNNMoney February 10, 2014: 7:28 AM ET
사람에게 투자해 주는 방법이 없을까?

이 기사를 보고 연예기획사나 스포츠 선수들은 있지만 일반인에 대한 투자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학생들을 여럿 상담하면서 학자금 대출에 대한 부담으로 힘들어 하는 경우를 수차례 봐 왔던터라 “이런 펀드가 있다면 청년들에게 큰 도움이 되겠구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난관은 많다. 사람을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지, 제안자가 허위가 아닌지 분별할 수 있는 방법, 먹튀일 경우에 회수할 방법 등 여러 잡다한 문제들이 우선 떠올랐다. 무엇보다 여학생의 경우, 거짓이 확실한 경우도 제재할 방법이 마땅찮다는 점도 약점이다. 어쨌든 “사람에 대한 펀딩”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고 고민을 접었다.

사실 미국에서는 학자금 펀드가 없는 건 아니다. 위에 소개한 Upstart나 earnest 혹은 sofi 등이 있다. 이 가운데 earnest는 저신용자에게도 펀딩해 주지만 다만 sofi는 신용도가 높은 사람 위주로 펀딩해 주는 곳이다. 사람에 대한 평가 tool은 Upstart가 잘 개발해 놓은 것 같다.

장학사업의 경험

사실 나는 97년 중반, 장학금 지원사업에 도전한 적이 있다. 유세형 통일벤처협회장 등 당시 인터넷 선도자들 9명이 월 30만원씩 갹출해서 자금을 모았다. 물론 그냥 주는 지원사업이다. 인터넷에 사이트를 개설하고 접수를 받았더니 하루에도 수십명씩 신청했다.

1차 면접심사를 진행하면서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정말 어려운 학생들이 신청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남자친구의 전화요금 지원해 달라는 여학생이 있는가 하면 명품가방을 사야 하는데 70만원이 부족해서 신청했다는 여학생도 있었다.

우리는 여러 번의 회의 끝에 의대생의 학자금과 유학을 간다는 학생에게 각각 일부씩 지원해 주고 접기로 했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는 정말 많이 다른 상황이 벌어진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도 당황스럽고 의아하다.

사람에 대한 대체투자도 가능하지 않을까?

좀 다른 얘기지만 요즘 ‘사모형 대체투자’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 같다. 경기가 좋지 않아서 부동산이나 주식에서 돈을 벌 기회가 줄어들자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자금들이 대체투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 같다.

대체투자 상품으로는 BTS공연 티켓에서부터 뮤지컬 티켓에 이르기까지 참 다양하다. 지나친 파생상품으로 인해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까지 맞아본 금융시장이 대체상품까지 파고드는 걸 보면 뭔가 불안하다.

어쨌든 투자는 대부분 물적 투자에 집중되어 있다. 위에 언급한대로 사람을 위한 투자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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